이모작의 후반부를 호스피스로 지내는 동안. 이따금씩은 “어쩌다가 호스피스 사역자가 되었는가”는 질문을 받

는다. 사람의 생애를 ‘우연히…’였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계획대로만 살아 왔다’고 말할 수도 없다. “사

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하나님이시라”(잠16:9)하셨고 “너희 안

에서 행하시는 이는 하나님이시니 자기의 기쁘신 뜻을 위하여 너희에게 소원을 두고 행하게 하시나니(빌2:13)”

하셨으니 안호선의 발자취는 친히 계획하시고 시행하신 주님의 족적(足跡)이고, 나의 입장에서는 동역자들과

함께 감동 주시는 대로 부지런히 뒤를 따라 왔음의 기록이라고 하겠다.

나는 서울 보문동 신암교회에서 있은 부흥회에 참석하셨던 어머님께서 집회 중에 낳으셨다고 한다. 언젠가 가족

과 함께 그 교회를 방문하여 교회 측 양해 하에 강단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기도 하였다.

창신초교와 창신교회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던 나는 사춘기를 전 후로 이런 저런 이유로 교회를 멀리하기 시작하

였다.

그 후, 결혼생활을 서울에서 시작했지만 이전하는 회사를 따라 안양에 정착하게 되었고, 지금까지 43년째 살고

있으니 사실 상 안양사람이다.

회심 이전까지 다니던 직장은 호계동 (주)신아화학공업이었고 관리과장직을 마지막으로 퇴직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주님은 나를 언제까지나 보고만 계시지 않으셨다.

1980년 10월 말 경. 나를 찾아 오셨다. 굳게 닫혀 있는 마음을 노크하셨고, 그렇지 않아도 내면의 회의와 갈등으

로 괴로워하던 나는 자연스럽게 문을 열게 되었고 버티던 아집도 한꺼번에 무너져 버렸다. 그리고 어디에서도

경험해 보지 못한 자유와 평안을 경험하게 되면서 “아! 사람들이 이래서 신앙을 가지는 구나”는 생각을 갖게 되

었고, 오랫동안 기다려 주심에 대한 감사와 그간 못난 가장으로 인해 고통을 겪은 가족에 대한 미안함 등으로 참

회의 눈물을 많이 흘려야만 했다. “인애하신 구세주여 내 말 들으사…”와 “우물가의 여인처럼 난 구했네 헛되고

헛된 것들을…“을 많이 불렀고 “천부여 의지 없어서…”를 부를 때면 ”천부여…“ 다음은 목이 메어서 부를 수가

없었다.

내 인생 주인이 주님이신 것을 확실히 하게 되면서 여생은 정말 그 분 뜻대로 살고 싶었다. 내가 이해한 주님의

뜻은 “낮은 곳을 향하여”였다. 어쩌다가 우위를 선점한 자들은 역시 어쩌다가 주저앉아 있는 자들의 손을 잡아

주어야 하는데 이것이 정의이며, 그 구현이 사랑이며, 이것이 내가 이해한 주님의 뜻이었다. “이모작은 그런 방

향성으로 살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하는 가운데 그 일환으로 신학교 문을 두드리게도 되었다.

졸업 후, 개척 장소로 소외층 거주지역 주변을 기웃거려 보기도 하였지만 중학생 둘을 둔 가장으로서의 현실적

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답답하여 “주님! 제가 차출병(소명자)입니까? 자원병입니까?를 놓고 심각하게 기도하는 중. 마침 가끔 말씀을

전할 기회로 안면이 있는 안양의 두 가정으로부터 초빙을 받게 되어 결국 아직도 부끄러운 흔적이 고스란히 남

아있는 안양으로 꼼짝없이 다시 끌려(?)와야 했고, 1987년 5월. 엉겁결에 관양동 참빛교회를 개척하게 되었다.

나의 회심 이전을 잘 아는 분들 중에는 나의 변신을 호의적으로 생각해 주시는 분들이 계셨는데 훗날 직속상관

이던 부장님께서는 언젠가 길에서 만난 자리에서 TV에 소개된 나를 부인께 소개하면서 “인생을 두 번 사는 사

람”이라고 했다고도 하셨다. 특히 이웃에 사시던 정어진 장로님(전 해관보육원 원장)께서는 “목사님! 그렇기 때

문에 더욱 의미가 크지 않겠어요”라고 하시며 격려해 주시기도 하셨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어른보다는 아들 딸 친구들이 속속 모여들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하필이면 왜 안양인가?”하

는 생각에 힘들어 했고, “어느 정도는 힘(=어른)이 있어야 꿈도 펼칠 수 있으련만..”하는 생각에 실망하기도 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