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호선 이야기(1)

먼저 안호선의 오늘이 있기까지 함께 해 주신 많은 동역자분들께 이 기회를 빌어 머리 숙여 고마운 마음을 드린다.  그러면서도 일일이 사례를 열거하지 못함도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

하지만 “하나님께 나아가는 자는 반드시 그가 계신 것과 또 자기를 찾는 자들에게 상 주시는 이심을 알아야 할찌니라”(히 11:6) 하셨고,  “각 사람에게 그가 행한 대로 갚아 주리라”(계22:12)라고까지 하셨다. 더구나 ‘구체적 장부’까지 있다고 하셨으니(계 20:12) 이 얼마나 든든한가. 주님의 약속들이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주님은 ‘순종의 최고봉은 죽음’임을 친히 보여 주셨다.

사람들은 진정한 순종을 위해서는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그 두려움 때문에 ‘평생을 믿는다’고 하는데도 이렇다 할 흔적을 남기지 못한다.

하지만 샌님이 잘 믿는 것은 결코 아니다. 우물 주물 하다간 오히려 ‘한 달란트의 악한 종’으로 추락할 개연성이 매우 농후하다(마 25: 25-30)

웃어넘길 수만도 없는 이야기가 있다. “저는 술도 안했고, 담배도 하지 않았어요. OO도 하지 않았고. OO도 하지 않았고 OO도 하지 않았어요...” 가만히 듣고 계시던 주님이 “잠깐! 안 들어 보아도 알겠다. 그럼 너는 도대체 한 일이 뭐가 있는데?”하실 꺼란다. 이렇게 놓고 볼 때, 우리 안호선은 그 두려움의 벽을 용감하게 돌파한 분들이 모인 곳이다.

안호선은 연합사업이다.  슈퍼스타가 없다. 오직 묵묵히 수종 드는 종들만 있을 뿐이고, 나는 방향타(舵) 수종을 들고 있을 뿐이다.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함이 어찌 그리 선하고 아름다운가”(시133:1)는 말씀이 구현되는 현장이 곧 안호선이다.

하나님의 일은 슈퍼스타가 하는 게 아니다. 아니 할 수도 없다.

감히 하나님의 일을 인간이 단독적으로 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어리석은 일이고 교만한 일이다.

바울은 기독교 최대 공헌자다.

오늘날 우리 손에 들려진 신약성경의 절반이 그에 의해서 쓰여 졌으니 그 공로를 어찌 말로 평가할 수 있으랴.

그는 아예 처음부터 이방 전도를 위하여 선택되어 우리네 같은 보통사람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시련과 역경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소신껏 살다간 대쪽같은 선배다.

이쯤되면 그는 슈퍼스타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선입견이다.

로마서 16장에 등장하는 인물만해도 그가 얼마나 폭넓은 인간관계 속에서 동역자들의 헌신 속에 사역을 감당해 왔는가를 엿보게 된다.

디모데를 위시해서 브리스길라와 아굴라. 에베네도. 마리아. 인드로니고. 유니아. 암블리아. 스다구. 아벨레. 아리스도 블로. 나깃수. 드르베나. 드루보사. 버시. 루포. 아순 그리노. 블레곤. 허메. 바르드바. 허미. 빌롤로고. 율리아. 네레오. 올룸바.. 등.

심지어 “브리스가와 아굴라는 내 목숨을 위하여 자기들의 목까지도 내 놓았다”(롬 16:4)고 까지 하지 않았던가.  이들 이름을 일일이 열거하면서 바울은 어쩌면 눈물을 흘렸을런지도 모른다. 이토록 충직한 이들이 있었기에 바울의 사역도 그만치 완성도 높은 사역이 되지 않았을까.

이것은 동역자들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가령 디모데는 디모데대로, 브리스길라와 아굴라는 그들대로 주께로부터 직접 받은 사명이 있었을 것이다. 그 사명이 바울이라는 동역자를 만났기에 뜻을 이루게 된 것이 아닐까. 안호선 회원 모두에게는 피차간 이와 같은 관계적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 중 하나는 ‘세상에 특별한 사람은 없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에도 있다. 주어진 여건에서 받은 달란트로 최선을 다하면 그것이 곧 성공 아닌가. ‘상대적 빈곤’같은 사치스런 단어는 천구사전에는 없다.

* 그동안 2,500여 분에 이르는 '내 생명만큼 소중한 분'들의 마지막 길에 함께 해드린 일.

* 2,.300여 명이 '선한 사마리아인'으로서의 정체감을 되찾게 된 일.

* 그 어떤 조건도 전제되지 아니한 동역자 간의 순수 우정과 연대감.

* 십시일반 개미군단으로만 이루어 놓은 이토록 아름다운 '로뎀나무'

이것은 세월이 그냥 던져 준 선물이 아니다. 지면 상. 일일이 다 열거 할 수 없으리만치 많은 회원(기관)들의 헌신이 오늘의 안호선 대하(大河)를 이루고 있다.

매월 발간되는 소식지에는 봉사와 후원 현황이 상세하게 보고되어 있다. 영수의 의미이다.

또한 쉼터에는 1차 기금 참여자 명단(천사들의 합창)이 부착되어 있다.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 결코 과시용이 아니다. 장차 로뎀나무의 가지가 무성해 진 후, 가족들과 함께 손잡고 방문했을 때 보여 줄 수 있는 교육적 가치가 높다고 여기고 부착해 놓은 자료다.

자녀가 ‘무조건 잘 살고 보겠다’는 무서운 사람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면 매우 의미있는 교육자료가 될 것이다.

참여자 명단을 한분 한분 살피다보면 직접 뵌 적이 없는 분들이 절반은 되는 것 같다. 그 가운데는 특히 ‘떠나면서’ 가족들에게 안호선 사업에 대한 지속적 관심을 부탁하고 가신 분들도 계시고, ‘좋은 집’(전 해관보육원. 당시 원장 정어진) 어린 친구들의 정성도 보인다. 생각하노라면 눈물이 난다.

얼마 전에는 이O신 회원(12기)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동안 중단되었던 후원을 계속하고 싶다”시며 “내 나이 75살이다. 앞으로 하면 얼마나 하겠나. 할 수 있는데 까지는 최선을 다하고 싶다” 하셨다. 가슴 뭉쿨한 전화였다.

안호선은 이런 마음들이 모여서 키워가는 아름다운 나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