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주 목사1 본회 실무책임자1   얼마 전에 저희는 저희에게 이따금씩 추천하는 3차 의료기관의 어느 종사자로부터 '죽음의 문제'를 너무 노골 적으로 거론하다는 비판과 함께 가급적 이러한 표현은 자제해 달라는 아주 특별한? 주문을 받았습니다. 일면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만 죽음이 피할 수 없이 부딪쳐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라고 한다면 이에 대하 여 소극적 회피보다는 차라리 적극적으로 극복하도록 돕는 것이 오히려 더 인간적이 아닐까 생각되어 집니다. 바울은 고전 15:55에서 "사망아 너의 이기는 것이 어디 있느냐? 사망아 너의 쏘는 것이 어디 있느냐?" 며 죽음의 실체를 인정하고 죽음과의 정면 대결을 선포하였습니다. 우리 역시 환우들이 죽음의 실체를 인정하고 다가오는 죽음과의 한판승부를 자청할 만큼 대담해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야만 할 것입니다. 우리에겐 죽음 너머에 부활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하여 우리는 죽음의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니, 반드시 거론해야만 할 것입니다. 우리 한국호스피스협회 정관에는 '기독교 정신' 이 분명히 명시되어 있습니다. 기독교 정신이란 곧 부활의 정신 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모든 산하 회원단체는 공식적인 명칭과는 관계없이 이 기본 정신에 충실해야 할 것입니 다. 기독교는 윤리적 차원의 종교가 아닙니다. 주께서는 우리의 윤리적, 도덕적 삶의 향상의 위해서 이곳에 오신 것 이 아닙니다. 평안, 즉 '죽음 앞에서의 평안'을 주기 위한 막중한 사명을 띄고 이 땅에 오셨고, 이것 때문에 죽을 고생을 하셨고, 결국 이것 때문에 십자가에 희생을 당하신 것입니다.(요 14:13, 27) 그리고 지금은 우리에게 하시던 그 사업을 맡기셨습니다.(요 14:12) 죽으면서까지 위탁하신 이 사명 앞에서 우리가 너무 안이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모든 호스피스 종사자들의 궁극적인 관심은 '죽음 앞에서의 평안' 입니다. 그런데 '죽음 앞에서의 평안'은 희망사항으로 되어지거나 자위의 결과가 아닙니다. 죽음의 실체를 인정하고 부 활의 소망과 함께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자만이 보여줄 수 있는 지극히도 자연스런 산물인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비록 시기조절 등 방법론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죽음의 문제는 반드시 거론되어야만 할 것입니 다.저희는 병실 내에서 개별 집회를 금하고 있습니다. 근거 없는 희망을 주입함으로써 자칫하면 죽음을 준비할 기회를 놓치게 할 가능성 때문입니다. 바울은 "모든 이들의 피에 대하여 깨끗하다" (행 20:26~27)고 공개적으로 고백한 바 있습니다. 그 만큼 최선을 다했다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맡겨진 임종 환자들에 대하여 "내가 이 세상에서 만나는 마지막 사람이 되고 싶다" 라고 고백하던 어느 기독교 인 의사의 고백이 유난히도 여운(餘韻)으로 오래오래 남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글은 한국호스피스협회 월간지 7월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