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성 일 교수
한세대학교
본회지도위원
 
세계는 바야흐로 외아들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유럽과 미국에서 출산율이 점점 내려가 인구의 감소를 우려한다
고 들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한국도 맞벌이의 증가와 교육비 상승 때문에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져 1.17로 내
려갔다. 중국의 경우는 이미 오래 전부터 하나만 낳기를 권장하여 인구 증가를 억제했으나 버릇없이 키운 외아
들 소위 샤오황띠(小皇帝)들의 문제를 걱정하는 처지가 되었다.
 
필자는 94년 말에 입대하는 외아들을 승용차 뒷좌석에 태우고 아내와 함께 논산까지 간 적이 있다. 군대를 갔다
와야 진짜 사나이가 된다고 입으로는 격려를 했으나 외아들을 군대에 보내는 마음이 편할 수만은 없었다. 이삭
을 데리고 모리아 산으로 올라갔던 아브라함의 심경은 이보다 더했으려니 생각하며 위안을 삼았다. 훈련소의 입
소식에서 장정들에게 훈시하던 장교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요즘 입소하는 장정의 80%가 외아들인데 군대생활에 적응하기가 좀 힘들겠지만 국토방위의 사명감을 갖고 성
실하게 훈련에 임해주기 바란다.”
훈련을 마친 후 아들은 강원도 인제 지역에 있는 부대에 배치되었는데 그곳의 부대장도 외아들들을 군인으로 만
들기가 쉬운 일이 아니라고 토로하는 것을 들었다. 어쨌든 아들이 인제에 있는 동안 내 신경은 줄곧 그쪽에 쏠려
있었다. 그러던 중 아들이 제법 고참이 되어 제대 날짜를 반년 쯤 남겨 놓고 있을 때 북한의 무장간첩 20명이 잠
수정을 타고 동해안에 침투해 들어온 사건이 발생했다.
강원도 일대에 병력 2만 5천명이 투입되어 수색을 하는데 TV 뉴스를 보니 얼굴에 검댕이칠을 하고 숲 속을 뒤지
는 군인들 어깨에 아들의 것과 같은 부대 마크가 보였다. 그리고 연일 전사자 명단이 발표되고 있었다. 그 때 필
자는 방송이 시작되는 새벽부터 끝나는 밤 시간까지 뉴스만 들여다보며 지냈다. 그러면서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외아들을 세상에 보내기로 작정하신 하나님을 생각했다.
“여호와께서는 우리 무리의 죄악을 그에게 담당시키셨도다”(사 53:6)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그 아들 이삭을 번제로 드리라고 하여 그 마음을 미리 알게 하셨다. 또 하나님은 선지자
엘리야를 통해 사르밧 과부의 죽은 외아들을 다시 살리시기도 했고(왕상 17:22) 엘리사로 하여금 수넴 여인의
외아들을 살리게 하셨으니(왕하 4:34) 예수께서도 나인 성에서 한 과부의 죽은 외아들을 살려주셨다.
“청년아 내가 네게 말하노니 일어나라”(눅 7:14)
무장 간첩이 들어 왔을 때 아들을 군대에 보낸 모든 부모들이 필자처럼 뉴스를 보며 마음을 졸였을 것이다. 그
후 필자의 아들은 무사히 제대했으나 하나님께서 이 시대를 외아들의 시대로 만들어 놓으신 것은 바로 우리를
위해 외아들을 보내신 하나님의 마음을 깨닫도록 하기 위함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직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사 우리 죄를 위하여 화목제로 그 아들을 보내셨음이니라”(요일 4:10)
 
요즘도 외아들의 시대는 계속되고 있다. 하나만 낳는데도 딸보다 아들이 더 많다고 한다. 그러나 외아들의 삶은
수난의 연속이다. 말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영어도 배워야 하고, 컴퓨터도 익혀야 하고, 피아노와 태권도도 배워
야 한다. 각종 시험과 대입 준비에 시달려야 하고 대학을 나와도 극심한 취업경쟁과 치열한 생존 경쟁이 기다리
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고만 났다 하면 희생자는 늘 외아들이다.
외아들을 사고로 잃고 상심하며 지내던 한 성실한 코미디언이 끝내 폐암으로 세상을 떠나 모두를 숙연하게 했는
데 잇단 불운 속에서도 씩씩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한 여성 탤런트가 외아들을 잃어 팬들의 가슴을 아프
게 하고 있다. 외아들을 둔 세상의 모든 부모들이 우리를 위해 외아들을 보내준 하나님께 돌아오고 세상의 모든
외아들이 하나님의 독생자와 함께 영생하기를 바란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저를 믿는 자마다 멸망치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
심이니라”(요 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