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주 희 목사
전 한국호스피스협회 회장
샘물호스피스선교회 회장
 
건강하고도 성숙한 사람은 무엇인가에 보람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그렇다면 호스피스봉사자가 가지는 보람은 무엇이겠습니까?
 
첫째로 자신이 젊어지는 것을 느낍니다.
남을 섬기면 기쁨이 있고 즐거움이 있습니다. 특히 작은 자를 섬기게 될 때 그 기쁨은 배가 될 수밖에는 없는 것
입니다. 성경을 보면 지극히 작은 자를 도우라고 하셨습니다. 지극히 작은 시점이 어디입니까? 죽음 앞에 선 사
람이 아닙니까? 떠날 때를 보세요. 얼마나 작은 자가 되는지... 아무리 돈이 많은 자도, 아무리 권력이 있던 자도
, 아무리 배경이 좋고 공부를 많이 했던 자도 작아질 수밖에는 없는 것입니다. 이처럼 지극히 작은 자를 섬김으
로 인해서 우리는 하나님이 주시는 은혜를 누리게 되는 것입니다.
자원봉사라는 것은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스스로 즐거워서 하는 봉사... 그러는 동안에 엄청난 엔돌
핀이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호스피스 봉사는 봉사 중에서도 주님이 특히 기뻐하시는 봉사입니다. 주님이 기뻐하시는 이 봉사를 하는 동안에
우리 마음에는 기쁨이 넘칩니다. 그러면 몸에 호르몬의 변화가 옵니다. 억지로 하는 일에는 나쁜 호르몬이 나오
겠지만 즐거워서 하는 일에는 좋은 호르몬이 나옵니다. 그러면 우리 몸은 당연히 건강해 질수밖에는 없는 것입
니다.
또한 마음의 젊음입니다.
사람의 나이에는 달력에 의한 나이가 있고, 하나님 앞에서 살아가는 영적인 나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내가 얼마
나 하나님 기뻐하시는 일을 이 사회에서 펼쳐나가느냐 하는 사회적 나이가 있습니다. 우리가 호스피스봉사를 하
는 동안에는 비록 신체적으로는 쇠약해져 가더라도 사회적, 영적인 나이는 지속적으로 아니 점점 더 싱싱한 젊
음을 유지하게 되는 것입니다.
심신의 젊음... 이것이 봉사하는 사람의 보람입니다.
 
둘째로 자신의 죽음에 대하여 담대해 집니다.
제 자신이 호스피스 봉사를 통해서 얻은 가장 큰 유익이 있다면 '죽음을 이기는 신앙' 을 갖게 되었다는 것입니
다.
호스피스봉사자는 종합적으로 다음의 4가지의 일을 하게 됩니다.
첫째, 죽음을 준비시킵니다. 저는 환우님들에게 '죽음을 준비하세요' 라고 합니다. 오늘 저와 같이 외출을 나온
환우님도 옆에서 "목사님 저 여기서 떠나면 장례 잘 치러 주세요. 전 아무도 없어요" 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
가 "알았습니다" 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환우님 자신이 죽음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호스피스는 죽음 준비를 시
키는 일을 합니다.
둘째, 죽음의 고통을 덜어 줍니다. 우리는 의료적 행위뿐 아니라 함께 손을 잡아주는 등 여러 방법을 동원해서
라도 고통을 덜어주려고 노력을 해야 합니다.
말기 암환우님들의 통증은 약으로만 진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외로움, 두려움으로 고통하는 이들도 여러분들이
가서 손을 잡아주고, 끌어 안아주고, 옆에서 지켜줌으로 인해서 평안해 지는 것입니다.
셋째, 장례를 도와줍니다. 저희는 장례를 저희 선교회에서 치르기를 원하면 무료로 성의 있게 치러 드립니다.
유족들도 장례를 통해서 은혜를 받고 가셔서 훗날 신앙을 갖게 되었다는 소식을 종종 듣습니다. '천국환송예배'
라는 예식명으로 '성도 ○○님 천국 환송예배','오직 우리의 시민권은 하늘에 있는지라' 라는 현수막을 걸고 예
배를 드리니까 너무너무 감동을 합니다.
장례식을 무섭고 두려운 일로만 생각했는데 환송하는 것이 꼭 잔치 같은 분위기인 것입니다. 우리 샘물의 집에
서 치르지 못하는 분들 중에 어떤 이들은 나가실 때 아예 그런 현수막을 맞추어 달라고 하는 분도 계십니다. 확
실하게 기독교 장례 문화의 의미를 담아서 장례를 도와주고 있습니다.
넷째, 가족을 지지해 줍니다. 환우님에게 가족이 없으면 우리가 가족의 구성원이 되고, 가족이 지치면 우리가
또 가족의 지침을 도와주고, 그래서 가족들이 편안하게 시간들을 보내게 합니다. 또 환우님이 떠나고 나면 남아
있는 유가족들을 돕습니다.
이런 일들을 해 나가다 보면 결국 내가 내 죽음을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아예 유언장을 써 갖고 다닙니다. "목사님 죽음준비를 하라고 자꾸만 그러는데 그러다가 정말 일찍
죽으면 어떻게 하라고 그런 기분 나쁜 애기만 하세요" 그럴 때마다 저는 "저도 죽음준비를 하고 삽니다. 유언장
을 이렇게 써 갖고 다니는데 20년 넘어도 죽지 않았습니다. 걱정하지 말고 준비하세요" 라고 합니다. 내가 준비
하니까 자신 있게 얘기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죽음에 대해서 얼마나 노예생활을 하는지 모릅니다. 저는 이 사역을 하면서 하나의 뚜렷한
목표가 생겼습니다. "우리나라의 죽음 문화, 즉 죽음 앞에서 노예생활을 하는 문화를 바꿔야 하겠다. 사람들로
하여금 죽음으로부터 자유함을 누리게 해야 하겠다"고 말입니다.
원칙적으로 말하자면 기독교 신앙인 이라면 죽음으로부터 자유함을 얻은 사람 아닙니까? 히브리서2:15를 보면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목적이 "또 죽기를 무서워함으로 일생에 매여 종노릇하는 모든 자들을 놓아 주려 하심이
니" 라고 하셨습니다.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목적이 죽음이 무서워서 죽음의 종살이 하는 사람들을 풀어주려고,
해방시키려고, 자유롭게 해주려고 오신 것입니다. 예수님이 그 목적을 위해서 오셨는데 정작 예수 믿는 사람들
은 죽음으로부터 자유함을 누리지 못하고 여전히 노예 생활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저희 샘물의 집에도 목사, 전
도사, 사모, 장로, 권사, 집사 등 직분자들이 많이 오시는데 당연히 죽음으로부터 자유한줄 알고 "준비는 되었는
가" 를 물어 볼라치면 여전히 죽음을 두려워하고 있고 더구나 죽음을 제일 두려워하는 그룹이 바로 직분자들인
것을 보면서 놀라기도 합니다.
예수님을 개인적으로 만난 사람 아니고는 죽음의 두려움을 이길 수가 없습니다.
내가 사망에서 생명으로 옮겨진 사실을 알지 않고서는... 다시 말해서 "내가 이 땅을 떠나는 것이 죽는 것이 아
니고 더 좋은 세상으로 가는 것이다" 라는 것을 확신하지 않고서는 진정으로 죽음의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없습
니다. 이런 의미에서 호스피스 봉사를 제대로 하려면 바로 자기 자신부터 죽음으로부터 자유함을 누릴 수 있어
야 할 것입니다.
죽음으로부터 자유하기 위해서는 죽음의 특징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죽음의 특징을 보면,
우선 '누구나 한번은 가는 길이고 순서 없이 가는 길' 입니다.
우리는 모두 죽습니다. 그리고 순서 없이 갑니다. 어린 아이들도 많이 갑니다. 여러분 자녀들도 갈 수 있습니다.
봉사 하다가도 갈 수 있습니다. 결혼도 하지 못하고 갈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다 가게 되어 있고 가는 것에는
순서가 없습니다.
또한 '아무도 같이 가지 못하는 외로운 길'입니다.
죽음의 길에 아무도 같이 가지 못합니다. 그래서 예수님을 소개해 주는 것이고, 우리가 옆에서 끝까지 손을 잡아
주는 것입니다. 마지막 길에서 환자들이 손을 허우적거립니다. 외롭고 힘들다는 것입니다. 혼자 가는 길이 너무
벅찬 것입니다. 그럴 때는 손을 꼭 잡아주는 겁니다. 마사지해 주고, 따뜻하게 해 주면서 찬양하고, 기도하고, 끌
어 안아주고 그러면 굳게 굳은 마음이 녹습니다.
그땐 약이 문제가 아닙니다. 마약도 필요 없습니다. 그때는 끌어안아 주는 것이, 손잡아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면서 "예수님 손 붙잡고 천국가세요. 걱정하지 마세요" 라고 격려해 주어야 합니다.
그 사람이 의식이 있든 없든 청각은 마지막까지 살아 있으니까 귀에 대고 믿는 자든 믿지 않는 자든 호소를 하는
것입니다. 성령의 역사를 기대하면서 말입니다. 구원은 우리에게 있는 것이 아니고 하나님의 능력 안에 있습니
다. 돌덩이도 외치게 할 수 있고 의식 없는 사람도 그 마음에 평강의 열매를 주시는 믿음을 갖게 하실 수 있으니
까 마지막까지도 포기하지 말고 열심히 " 믿으세요. 예수님 손잡고 천국가세요. 나중에 만납시다. 하나님 감사합
니다. 내 몸을 맡깁니다" 이런 얘기를 계속 들려주고 그렇게 고백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그러면 곧 편안해지면
서 얼굴도 환하게 변하게 됩니다.
또한 '아무것도 가져가지 못하는 길'입니다.
빈손으로 가는 것이 죽음입니다. 우리는 아무것도 가져가지 못하기 때문에 모두 다 내려놓는 훈련을 시켜야 합
니다. 편히 가시도록 하기 위해서 입니다.
돈 없는 사람과 돈 있는 사람 사이에서 어떤 사람이 편히 가겠습니까?
당연히 가난한 사람이 편하게 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가난한 사람이라는 개념은 내가 많이 '가졌다' '못 가졌다' 라는 것이 아니라 " 많이 가져도 내
것이 아니고 하나님의 것이니 쓸 만큼 쓰고 결국은 다 두고 가야한다" 는 개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가난한 사
람이고, 아무것도 못 가진 자라도 " 이거 못 놓고 간다" 고 몸부림 치고 움켜잡는 게 있으면 부자입니다.
호스피스 봉사자는 자신부터 '놓는 훈련' 을 해야 하는 것 입니다.
"떠날 때 다 빈손으로 가니... 떠날 때 움켜쥐는 사람들 괴롭게 가는 걸 보니... 나도 놓는 삶을 살아야겠다" 하며
날마다 놓는 훈련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누는 훈련' 을 해야 합니다. 시간도 나누고, 재능도 나누고, 물질도 나누는 것입니다. 왜 나누느냐? 요
한계시록 14장에 보니까 성령의 열매만 가지고 간다고 했습니다. 다른 건 다 못 가져가도 성령의 은혜로 수고했
던 열매만은 반드시 거두게 된다는 말씀입니다.
이 말씀을 생각하면 호스피스 봉사하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어차피 가져가지도 못하는 것 가지고
나누어 주며 살다가 천국에 가서 상급 잔뜩 받는 그런 은혜를 주시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입니까? 결국 훌륭한
호스피스 봉사자는 욕심을 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잘 사는 사람 부럽지 않고, 못 사는 사람 무시하지도 않고 늘
만족해하면서 살아야 되는 것 입니다. 그러니 얼굴이 늘 밝아질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돈에 취하지 않고 살
수 있는 비결이 바로 호스피스 봉사 안에 있는 것 입니다.
어떤 사람은 이것을 30억을 잃어버린 다음에 깨달은 분이 있습니다. 세상에서 출세하고 돈벌어 잘 살아보려고
몸부림치다가 결국은 부도를 내고 건강마저 다 잃어버리고 나서 하는 말이 " 목사님 제가 목사님이 하시는 말씀
을 깨닫게 되기까지 30억을 썼어요. 너무 많이 썼어요. 진작 깨달았더라면..." 통한 속에서 토로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여러분, 죽기 전에 이것을 깨닫게 된 저와 여러분은 이 얼마나 감사한 일입니까? 봉사 열심히 하시면서 남이 느
끼지 못하는 보람을 갖고 사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균형 있는 신앙 자세를 갖추게 됩니다.
호스피스 봉사를 하는 방법은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성육신의 방법으로 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하늘에서도
우리를 사랑하실 수 있으셨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직접 내려오셔서 같이 살았다는 것, 같이 걸어가셨다는 것,
그것이 성육신 사랑의 방법입니다.
사랑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랑은 돈으로 하는 것도 아닙니다. 같이 사는 것입니다. 그래서 환자를 데리
고 같이 운전도 하고 다니고, 환자하고 같이 살고, 밥도 같이 먹고, 환자가 남긴 반찬도 먹고... 하는 것입니다.
제가 말기 암 환우님들이 남긴 반찬 먹으니까 그걸 본 어떤 사람이 놀랍니다. "목사님 그 걸 어떻게 드세요?" "먹
으면 어떻습니까? 그들과 같이 이렇게 산지가 10년이 넘었는데 아직 암에 걸리지 않았어요" 라고 하면 깨달음이
있는지 은혜가 된다고 합니다.
봉사는 입으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같이 사는 것입니다. 앞으로 안양호스피스에서도 데이케어센터(Day Care
Center)가 생기고, 24시간 케어할 수 있는 시설도 생기고 하면 여러분들도 가셔서 하루밤씩 같이 지내시기를 바
랍니다. 일주일에 한번, 아니면 한달에 한번이라도 주무시면서 은혜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시간 내서 주무시고
같이 생활해 가는 동안에... 자신도 모르게 여러분 자신의 삶은 조정이 되는 것 입니다. 현세주의적인 삶에서 천
국과 세상을 동시에 붙들고 사는 균형 있는 신앙자세를 갖추는데 이보다 더 좋은 봉사가 없습니다. 우리는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있는 사람을 만나는 사람들입니다. 인생의 축소판, 마지막 결산을 하는 사람을 눈으로 보는 사
람들 입니다. 그래서 “이런 인생을 살면 안 되겠다. 또는 이런 인생을 살다 가야지..." 이런 것을 생각하며 살도
록 계속 가르쳐 주시는 은혜의 현장에 우리가 서 있는 것 입니다.
 
사랑하는 봉사자 여러분,
섬김과 나눔은 결국은 자기 자신을 위한일입니다.
남다른 보람 속에서 성육신의 마음으로 봉사에 헌신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이 글은 원주희 목사님께서 2004. 7.15 안양호스피스선교회 7월 월례회에서 강의하신 내용을 정리
<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