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극규 과장
메트로병원완화의학과
한국호스피스 이사
A라는 53세된 남자 환자는 말기 폐암환자로써 심한 호흡곤란으로 S병원에서 대증요법후 예방적 방사선 치료
(두부)를 권고 받고 일단 퇴원하여 본 호스피스 완화의학과에 입원한 분입니다. 환자는 심한 호흡곤란을 호소하
여 마이프로돌 60mg을 복용하다 120mg으로 증량시켰고 이후 전신 쇠약 및 식욕 부진을 호소하였습니다. 이런
중에도 방사선 치료의 희망을 가지고 2주간의 방사선 치료를 하였고 그 와중에 가족간의 여러 가지 갈등이 있었
습니다. 특히 환자의 누나들과 부인과의 갈등이 심했고 환자의 누나들은 가끔 방문을 하면서 비현실적인 치료에
대한 이야기만 환자에게 들려주고 부인의 의사는 무시하였습니다. 호스피스에서 현재의 상태로 방사선 치료를
받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설명했으나 다른 가족들의 치료에 대한 집착에 못 이겨 방사선 치료를 했는데 탈모 현
상과 구내염, 식욕부진의 심화, 무력감등의 부작용으로 전신상태가 급속히 악화되어 약 2주 후 사망했습니다.
부인은 방사선 치료에 대한 문제로 환자의 누나들과 관계가 매우 나빠졌고 누나들 때문에 남편이 일찍 임종했다
고 원망하고 있었습니다. 이후 약 2주 만에 호흡기 부전으로 사망함.
 
문제점
 
1. 환자나 가족들의 병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전달이 부족.
2. 의료진의 치료의 목적이나 결과에 대한 설명 부족,
3. 환자 가족 구성원간의 의견조정이 없었음.
4.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대한 이해 부족.
 
설명
 
현대 사회에서 사망원인의 제 1위로 꼽히는 악성 종양에 대한 도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도 그에 대한
정확한 원인과 치료에 많은 장애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저자가 언급하고자 하는 부분은 암의 발생기전이나 예
방, 또는 치료가 아니고 현대의학으로 더 이상 손 쓸 수 없는 상황에서의 대처 방법에 관한 부분이다. 흔히 말하
는 암의 말기 상태에서의 바람직한 대처 방법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대개는 진단 방법의 발달로 인하여 암의 초기에 발견되어 수술이나 항암 화학치료 또는 방사선치료, 면역 치료
등의 다양한 암세포에 대한 직접적 또는 간접적인 치료를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런 치료 과정
에서 다행히 암세포를 완전히 박멸하여 완치 되는 경우와 얼마간의 시간이 경과한 뒤에 다시 암이 재발하여 재
차 여러가지 방법으로 치료를 계속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환자가 불편을 호소하여 병원을 찾았을
때 이미 암세포가 몸의 다른 부분으로 퍼져있는 말기 상태로 판명된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간 담도 암이나 췌장
암같이 몸의 깊숙한 부분에 위치한 장기의 암일 경우 이렇게 진행이 된 상태에서의 말기 상태로 진단 받는 예가
많다. 어떤 경우든 간에 이미 현대 의학의 손길로 치료가 불가능한 경우에 의사들로부터 듣는 이야기는 대개 다
음과 같다.
 
1. 다른방도가 없으니 편히 쉴 수 있는 곳에서 요양하면서 맛있는 음식 드시고 할 일이 있으면 소일이나 하면서
1. 지내십시오.
2. 앞으로 생명은 얼마 남지 않았지만 마지막으로 최신의 신 약으로 암과 투쟁하는 임상시험을 할 수 도 있습니
1. 다.
3. 암의 치료는 불가능하지만 항암 화학 치료나 방사선 치료로 극심한 통증이나 고통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이 권
1. 장됩니다.
4. 지금의 경우 암을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그러나 예상되는 여러가지의 고통을 완화시키기 위해서
1. 는 호스피스 가료를 권유하고 싶습니다.
 
한편 대부분의 환자나 가족들은 말기 상태의 선고를 그대로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고 각자
의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형태의 반응을 나타낸다.
 
1. 전적으로 주치의에게 매달리며 살려 달라고 요구하며 계속적으로 암의 치료에 집착한다.
2. 만일의사로부터 단호하게 치료 불가능의 선고를 받으면 차선책으로 대체의료나 민간의료에 의존하여 치료의
1. 희망을 계속 지켜 나간다.
3. 아무런 대책 없이 집이나 요양시설로 모신다.
 
이상과 같은 환자나 가족의 반응에서 초래되는 결과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환자나 가족의 암의 치료에 대한 집요한 요구는 주치의와의 감정적인 마찰을 불러올 수 있다. 즉 의사는 현대의
학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모두 사용했으나 더 이상의 치료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하고, 환자나 가족들은 지금까
지 시키는 대로 모든 일을 다 했는데 이제 와서 손을 떼겠다는 데 대한 배신감과 허탈감에 휩싸이게 된다.
의사는 마지막으로 실낱 같은 희망으로 임상 시험이나 혹은 완화 목적의 침습적인 치료를 권유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환자나 그의 가족들은 인터넷이나 주위 사람들로부터 암에 유효하다는 대체의학,민간요법,한의
원 등에 눈길을 쏟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는 경제적으로 많이 소진된 가정에서는 환자를 대책없이 집으로 모시
거나 요양시설에 맡기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여기에서 매우 중요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점이 있다. 그것은 주치의의 역할인데 대부분의 의사들은 말기
상태의 환자나 가족들의 심리적, 경제적 문제들은 도외시하고 단지 의학적 측면에서의 상태를 설명하고 "더 이
상의 치료 불가" 라는 선고만 하는 경우가 대다수 이다. 이런 상황에서 바람직한 충고는 환자나 가족들에게 앞
으로의 계획 수립에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