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 말씀

주말에 아내와 함께 '나니아 연대기'를 관람했습니다. 재미있었지요. 사실은 오래전부터 이 영화에 대한 찬사와

함께 그 줄거리를 익히 들어왔었죠. 그래서 벅찬 기대감이라든가 호기심 같은 것은 별로 없이 영화를 대하게 되

었습니다. 그러나 역시 대작은 대작이었습니다. 그 유명한 기독교 변증가인 C.S.루이스 원작에 걸맞게 월트 디

즈니사의 고품격 영화 기술이 함께 수놓은 훌륭한 작품임에 틀림없습니다. 무엇보다도 감동적인 것은, 선교적

목적으로 구성된 웅변적 상징들을 압도적인 영상으로 처리해 낸 점입니다. 아직 예수님을 모르는 분이라 하더라

도 이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구속사적인 메시지에 감동을 받을 수 있으리라고 느꼈습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크라

이막스는 역시 '아슐란' 의 희생의 죽음과 부활의 영광을 장업스럽게 그려낸 장면들이라고 봅니다. 그것은 실로

거룩한 희생의 사랑이었습니다. 사실 기독교인의 삶에 이 희생적 사랑보다 더 높은 가치는 없으리라고 생각합

니다.

생각해봅시다. 진정한 신앙생활이란 무엇일까하고 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바리새인과 외식하는 종교인들에 대

하여 호되게 야단을 치셨지요. 그대신 차라리 세리와 창기들이 더 하나님 나라에 가깝다고 역설하시기도 했습

니다. 그 이유는 죄인들이야말로 죄를 깨닫고 주님의 자비와 용서를 받기 위해 주님께 인격적으로 가까이 다가

오기 때문입니다. 그것이야말로 사랑의 접촉이지요.

위대한 희생적 사랑 앞에 보잘 것 없는 죄인들이 바치는 헌신과 감사, 그것은 하나님께 대한 진정한 사랑일 겁니

다. 그러므로 진정한 경건이란 사랑 때문에 가능한 것이고, 그래서 주님은 수많은 짐승을 잡아 지내는 제사보다

죄인들의 헌신과 사랑을 받기 원하셨습니다.

누구든지 간에 예수 그리스도의 측량할 수 없는 그속의 은혜를 깨달아 구원의 은사를 받았다고 믿는 사람에게는

주님께 대한 사랑의 동기(動機)가 영혼 속에 생겨나게 되지요. 얼마나 주님을 사랑하게 되느냐고요? 그건 스스

로 알 수 있습니다. 얼마나 상대방을 사랑하고 있는가는 곧 상대방에 대한 관심이 내게 얼마나 있느냐에 따라

측정되어질 수 있는 거니까요. 대상을 향한 관심의 깊이, 그리고 관심의 양이 내 사랑의 정도를 가늠케 해 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주님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주님께 대한 관심을 별로 보이지 않고 살아간다면, 그 분은

주님을 그다지 사랑하지 않는 자임에 틀림없습니다. 주님을 사랑한다면, 그 분은 당연히 자기 안에 살아계시는

주님께 대한 관심이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그 분은 그 사랑의 농도만큼 주님께 순복하며 또 주님의 인도하심에

따라 살아가게 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러한 삶의 질을 통해 그리스도의 능력은 넉넉히 우리의 삶속에 나타나게 됩니다. 이 사랑 때문에 우리

는 우리의 자아에 집착했던 삶을 부인(否認)하고 그 대신 순간마다 그리스도의 영(靈)으로 행하기를 즐거워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성결된 삶을 직접적으로 가능케 해 주는 요인은 바로 주님께 대한 사랑에서 비롯되는

것이지요. 그런가 하면 하나님 사랑은 곧 이웃 사랑으로 열매를 맺게 됩니다. 이렇게 볼 때 호스피스 사역이야말

로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적 사랑의 직접적인 구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가장 낮은 곳을 찾아오셨던 주님의 발자취처럼 여러분들도 인생의 가장 낮은 죽음의 질곡을 헤매고 있는 임종

말기의 환자들을 찾아 나섭니다. 그리고 비록 주님의 희생의 수고에는 비기지 못할지라도 봉사자들은 시간과

정성과 사랑을 쏟아 그들을 섬깁니다. 주님의 길에 만분의 일이라도 동참하고 있다는 뿌듯한 성령의 위로를 경

험하면서 묵묵히 호스피스 사역에 몰두하는 분들, 여러분이 흘리는 땀방울의 의미는 곧 주님을 향한 사랑의 고

백임을 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