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주 목사
 
선행의 동기는 대개가 사명감에서 출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명의 길에는 남다른 보람도 있습니다.
그 몇 가지를 찾아보면
 
1. 교회의 본질적 사명을 감당하고 있다는 긍지가 있습니다.
 
히2:15에서 주님은 오신 목적을 “죽기를 무서워하므로 일생에 매어 종노릇하는 모든 자들을 놓아주려 하심이니”
라고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엡1:23에서는 “교회는 그의 몸이니...”라고 하셨습니다. 따라서 그리스도의
몸임을 자처하는 교회는 마땅히 오늘날 현실적으로 죽음 앞에서 무서워하는 이들을 자유케 해주는 일을 교회의
가장 본질적인 사명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이 땅에 참 종교를 선택하는 일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기준은 ‘순간순간 다가오는 죽음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
할 것인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에 대하여 과연 어떤 종교가 가장 확실한 대답을 줄 수 있는가?에서 찾아야 합
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부활의 신앙을 핵심교리로 가지고 있는 우리 기독교만큼 희망적이고도 확실한 종교
는 없는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교회의 가장 핵심적인 사역중의 하나는 마땅히 현실적으로 죽음 앞에서 두려
워 떨고 있는 이들을 자유케 해주는 사역인 호스피스사역이어야 할 것입니다. 호스피스봉사자들에게는 그토록
고된 사역 중에서도 교회의 본질적 사명을 감당하고 있다는 남다른 긍지가 있는 것입니다.
 
2. 가장 생산적인 사역자로서의 보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같은 조건을 가지고도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고 사용하는가에 따라서는 그 가치의 차이는 엄청나게 다를 수 있습
니다. 가령 물 한바가지를 가지고도 걸레를 빠는 것 보다는 행주를 빠는 것이 더 생산적일 수 있습니다.그런데
행주를 빠는 것 보다는 숨넘어가는 사람 목을 축일 수 있다면 생산적 의미에서는 감히 어느 것과도 비교가 아니
될 만큼의 큰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는 봉사의 영역도 많습니다만 같은 물질, 같은 시간, 같은 노력
을 가지고도 천하보다도 귀한 사람의 생명...그것도 가장 무거운 짐을 지고 마지막 길을 가시는 가장 고통스러워
하는 이들과 함께 하면서 그들의 무거운 짐을 나누어 드릴 수만 있다면 이 세상에서 그것만큼의 가치 있고 보람
된 일이 또 어디에 있겠습니까?
호스피스봉사자들에게는 이 세상 어느 사역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가장 생산적인 사역자로써의 보람을 가지고 있
는 것입니다.
 
3. 봉사자 자신이 강해집니다.
 
고전15:55에서는 “사망아 너의 이기는 것이 어디에 있느냐 사망아 너의 쏘는 것이 어디에 있느냐”는 말씀이 있
습니다. 이는 죽음을 앞세워 위협하는 사단을 향하여 던지는 사도바울의 선전포고와 같은 말씀인 것입니다. 다
시 말하면 죽음이 무섭지 않다는 것입니다.
죽음이후에 있을 부활을 확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만나는 죽음을 직면한 환우 분들의 처음 모습은 육
체적 고통에 따라 괴로워하는 모습과 함께 대부분이 소리 없이 다가오고 있는 죽음에 대한 공포심으로 무겁게
짓눌려 있습니다. 평온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모습입니다. 그러다가 우리가 헌신적으로 섬기는 모습에 마음을
열기 시작하고 인격적인 신뢰심을 바탕으로 전해주는 복음을 받아 드리면서 주님을 영접하게 됩니다. 그리고 죽
음은 끝이 아니라 삶의 일부분임을 깨닫게 되고 죽음 이후에는 이 세상과는 감히 비교도 할 수 없는 또 다른 세
상이 있다는 사실을 확신하게 되면서 그토록 굳어 있던 얼굴이 서서히 밝아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평온한
모습을 유지하다가 그야말로 잠자듯이... 아니 사모하는 모습으로(고후5:8) 하나님나라로 부르심을 받는 것입니
다. 우리 봉사자들은 이러한 과정을 지켜보면서 “저렇게 마칠 수만 있다면 죽을 만도 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봉사자 자신도 죽음이 두렵기는 마찬가지 입니다.그러나 두려움과 공포심에 휩싸여 있던 환우
분들이 평온한 모습으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는 변화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나도 인생을 마칠 때는 저렇게 마
칠 수 있었으면 좋겠다’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는 것 입니다. 다시 말해서 그만큼 죽음에 대하여 강한 사람이 되
어가는 것입니다.
 
4. 가장 확실한 전도의 방법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정말로 복음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실제적으로 듣는 사람마다
복음을 다 받아 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그 중에는 전달자들이 이렇다할 감동을
주지 못하는 것이 주 원인이 되는 경우도 많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지금을 흔히 합리적인 사고의 시대라고 합
니다만 따지고 보면 우리 생활의 중요한 일들이 여전히 감정에 의해서 일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실제적
으로 현장에서 느끼기에는 환자 자신이 주님을 영접하게 되는 데는 봉사자들의 헌신적인 봉사가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긴병에 효자가 없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가
족들도 지칠대로 지쳐 있을 때 아무런 대가도 기대하지 않고 대 소변을 받아내는 것을 비롯하여 궂은일을 눈 하
나 찡그리지 아니하고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그렇게 헌신적으로 섬기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 가족들은 무슨 생
각을 하겠습니까? 이것이 진정한 그리스도인들의 매력이 아닐까요? 이러한 매력에 이끌리게 되면 아마도 교회
문이 닫혀 있다면 담을 뛰어 넘어서라도 들어오지 않겠습니까? 호스피스 사역이야 말로 강퍅한 이 시대에는 가
장 확실한 전도의 방편이 될 것입니다.
 
5. 하나님께 보상을 받습니다.
 
요한계시록 마지막장 12절에는 “보라 내가 속히 오리니 내가 줄 상이 내게 있어 각 사람에게 그의 일한대로 갚
아 주리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나의 일생 다 간 후에 내 인생을 평가하실 때 ‘꼭 기억 하겠다’는 약속입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보상을 바라고 선행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주님 입장에서는 결코 잊지 않으신다는 말씀
입니다. 성경은 온통 보상에 대한 약속으로 가득 차 있는 책입니다.
호스피스봉사야 말로 정말이지 깨끗한 봉사입니다. 대가를 기대하지 않는 봉사이기 때문입니다. 지극 정성을 다
하여 섬겨 드리다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으면 그것으로 모든 것이 끝나는... 깨끗한 봉사 입니다. 우리가 경험
하기에는 이 세상에서 진정한 의미에서의 대가를 기대하지 않는 일은 없습니다. 물질적 도움을 주게 되면 언제
인가를 그것을 갚기를 기대하게 되고, 하다못해 정신적인 보상이라도 기대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호스피
스봉사는 깨끗합니다. 돌아가시면 그것으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호스피스봉사는 그야말로 깨
끗한 봉사입니다. 대신에 하나님께서 잊지 않고 계시다가 꼭 갚아주신다니 세상에 이런 축복이 또 어디에 있겠
습니까?
솔직히 말해서 우리는 무엇을 의식하고 사는 존재입니까?
땅에 살면서 하늘을 의식하고, 오늘을 살면서 주님과 독대할 그날을 의식하며 사는 존재가 아니겠습니까? 그때
를 생각하고 있기에 때로는 남 웃을 때 울게도 되고, 먹고 싶은것 못먹고, 입고 싶은 것 입지 못하고, 지칠대로
지쳤을 때에도 지친무릎을 세워 주의 뜻을 따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저는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성경구절이 있습니다. 곧 마6:33에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 하시리라”는 말씀입니다.
이 말씀을 아이들이 이해하도록 쉽게 설명 하자면 “우리가 주님의 일을 해드리면 주님은 그 크신 손으로 우리의
일을 해 주시겠다”는 약속인 것입니다. 생각하자면 숨고르기조차 벅찬 감격스러운 약속이 아닐 수 없는 것입니
다.
 
존경하는 동역자 여러분
 
많은 어려움이 있으시리라 믿습니다.
사람이 감히 하나님의 일을 수종 드는 일에 어찌 어려움이 없겠습니까? 그러나 우리에게는 우리만이 가질 수 있
는 남다른 보람이 있는 것입니다. 힘이 드실 때마다 그 보람들을 생각하면서 잘 참고 인내하므로 써 하나님께 오
래오래 귀하게 쓰임 받으시기를 바랍니다.
 
(2006년 5월22일 있은 월례기도회 특강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