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면 강산이 한 번 변한다'는 옛말이 있다. 그 만큼 세월이 길다는 뜻이겠다.

그러고 보니 내가 호스피스병동에서 근무한지도 어언 10년이 되었다.

지금 이 시간.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그 동안의 시간들을 돌아본다. 마치 주마등처럼 지난 시간들이 지나간다.

10년의 세월을 변함없이 자리를 지켜 오신 목사님이 존경스럽다. 서로 격려하며 지내오는 실장님, 간사님은 꼭

형제같이 느껴진다.

그리고 우리 병동의 자원봉사자 분들은 정말 수호천사들이다.

우리 모두는 진행형의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그 방향성은 죽음에 있다. 그런 만큼 우리에게 하루는 너무나 소중

하다. 생명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절감하는 공간에서 지내오면서 그 사이에 나도 모르게 세상을 보는 눈은 많이

* 길가의 무성한 잡초들조차 경이롭고,

한여름 밤. 모기 한 마리를 잡을 때에도 때로는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 그런가하면 인간이 얼마나 유한적인 존재인가를 체험적으로 느끼고 있기에 우스갯소리 같은 ‘있을 때 잘해'라

는 말도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주어진 하루하루가 너무나 소중하고 정말 감사하다. 비록 사소한 일일지라도 주어진 일에는 최선을 다하며 진지

하게 살고 싶다.

호스피스 병동 근무가 아니었다면 그 어디에서 이런 마음가짐을 배울 수 있었을까?

가시는 분들의 마지막 여정을 함께 하면서 지내온 시간들을 되돌아볼 때 그동안 나는 간호사로서 주는 것 이상

앞으로도 여전히. 처음 시작할 때 가졌던 생명에 대한 경외함과 겸허함을 유지하고 싶다.

나태해지거나 무기력해질 때…. 가끔은 삶의 무게가 무겁게 느껴질 때…. 그때마다 나는 마지막 잎새 같은 우리

환우 분들을 보면서 다시 힘을 얻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