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주 목사 (본회 실무책임자)
 
수일 전에 저는 서해안 고속도로를 상행 주행하다가 대단히 낭패스러운 경험을 한 바가 있습니다. 발안 인터체
인지에서 출발하여 안양으로 오는 중이었습니다. 산본구리 방향으로 나와야 할 것을 순간적인 착오로 안산 방
향으로 출구를 잡게 되었습니다. "앗차!" 했지만 이미 어쩔 수 없었습니다. 안산 시내를 약 2시간 이상 헤메이다
가 밤 9시가 가까워서야 겨우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그때는 속도 많이 언짢았습니다만 곰곰히 생각해 보면서 얻은 교훈 또한 많았습니다.
한 번의 잘못된 목표가 얼마나 엄청난 결과를 가져오는가? 하는 깨달음이었습니다.
 
오늘 우리는 선교회 설립 2주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정말 열심히 일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우리의목교"라고 할 수 있는 "근본정신"을 과연 얼마만큼이나 고수하고 있는가? 점검해 보아야 할 것
입니다 왜냐하면 이 문제에 충실한 답을 가지고있지 못하다면 우리는 주님의 뜻과는 거리가 먼, 괜히 일방적인
짝사랑에 지나지 않는 수고만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2주년을 맞은 오늘 우리는. "호스피스의 근본정
신"은 무엇이었나? 를 다시 한번 확인해 보아야만 하겠습니다.
 
본문은, 영생의 길을 묻는 사람을 향하여 "오직 믿음, 오직 믿음 ..." 하지를 않으시고 "이웃 사랑"을 답으로 주시
면서 시작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웃이 누구냐고 되묻는 이에게, 강도 만난 사람이라고 못박아 말씀하셨습니다.
"한 사람이 여리고로 내려가다가 강도를 만났습니다. 있는 물건 다 빼앗기고, 매까지 맞아 거의 죽게 되었습니
다. 그냥 두면틀림없이 죽을 수 밖에 없는 절대 위기의 상황이었습니다. 몇 사람이 그의 곁을 지나갔지만 그럴
듯한 핑계와 자위로 그 자리를 피했습니다.
 
그 가운데는 "제사보다는 자비를 " (마12:7) 이라는 말씀을 기회가 닿을 때마다 목청 높히던 지도자도 있었습니
다. 그 가운데는 "이웃 사랑하기를 네 몸과 같이 하라" (레19:18)를 옷깃에 새기고 다니는 소위 고위 직분자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다 헛것이었습니다. 말뿐이었습니다.
그에게 진짜 사랑같은 사랑을 몸으로 전해준 사람은 놀랍게도 평소 믿음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던 이름도 알 수
없는 사마리안이었습니다.
우리는 여기에서 이 사라미안을 통하여 참 호스피스 정신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는 가장 절박한 곳에, 가장 필요한 것을 제공해 주었고, 그것도 끝까지... 돌보아 주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점이 바로 오늘 우리가 확인해야할 참 섬김의 정신인 것입니다.
 
1. 우리에게도 환우들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필요합니다.
 
"진통제를 4대씩이나 맞았어도 여전히 아파서 밤새 잠을 한숨도 못 잤다"는 이들의 고통을 진지하게 생각해 보
신적이 있습니까?" 건강하게 통장 일을 볼 때는 집 거실 가득히 동네사람이란 사람은 다 모였었는데, 지금은 찾
아오는 이가 없다며, 씁쓸히 웃음짓는 이" 를 보면서 그의 외로움을 이해하고 있습니까?
"4년 동안 병수발 하노라고 있는 집도 날리고, 생활보호대상자가 되어, 병원마다 붸다니다가 이곳으로 오게 되
었다." 며 비로소 안도의 숨을 고르는 이를 지켜보면서 그가 겪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 사회적 서러움을 우리는
과연 얼마나 이해하고 있습니까?
"죽는게 두려위..."하며 피를 토하듯 내뱃는 절규를 들으면서 그들이 겪고 있는 영적고통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짐작이나 하고 있습니까?
우리가 섬겨야 할 환우들은 하나같이 강도 만난 사람처럼 그의 생애 최대의 '가장 절박한 처지'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먼저 깊이 있게 이해해야만 할 것입니다.
 
2. 그런 이해가 있다며, 현실적인 준비를 해야 합니다.
 
그는 기름과 포도주를 상처에 쏟아 붓고 치료해 주었습니다 또한 그대로 두면 어떤 일을 당할는지 모르는 일이
라며 자기 나귀에 태워서 여관까지 데리고 갔습니다. 그의 섬김은 화려한 수사가 아닌 skinship 이었습니다.
이처럼 실제적인 섬김을 위하여 우리는 호스피스 봉사철학을 포함하여, 신체적 돌봄을 위한 기초간호의 지식과
훈련을,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주기 위하여는 심리이해와 접근방식의 터득을, 경제적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에게
는 물질적 차원을 , 영적고통을 앓고 있는 이에게는 중보기도와 함께 적절한 복음메시지의 준비 등, 현실적인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마음만 뜨거워서는 효과적인 섬김이 불가능합니다. 충분한 이해와 더불어 충분한
준비가 만족할 만한 섬김을 보장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3.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변함없이 지속하는 것입니다.
그는 돌아오는 길에 다시 들러보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의지입니다.
이 얼마나 멋이 있습니까? 어떤 사물의 고귀성은 희소가치나, 그 자체가 가지는 유용성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것이 시간적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느냐?에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다이아몬드는 흔하지도 않고, 자체 유용성도 높지만, 무엇보다도 그 어떤 외부조건에도 "좀처럼 변하
지 않는 강성"에 더 큰 장점이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섬김의 정신도 이와 같아야 합니다. 우리 사랑의 진실여부는 시간과 아주 깊은 함수 관계가 있습니다.
처음부터 의미를 이해하고 동역하기로 일단 뜻을 정했으면 꾸준히 변함없이 계속 감당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른바 프로정신입니다.
 
사랑하는 선교 동역자 여러분!
호스피스의 정신은 실천입니다. 말에 있지 않고 실제로 도움을 주는 것... 그것입니다.
상대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 실제적으로 돕기 위하여 철저하게 준비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것도 반짝 , 잠깐 하
다가 그만 두는 일이라면 우리의 사랑의 함량과 순도는 그만큼 반감될 수 밖에는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사랑이 진실이라는 것을 "끝까지의 섬김'을 통하여 반드시 보여주어야 합니다. 우리에게도 정말
이지 바로 이 프로정신이 필요한 것입니다.
이토록 귀한 날을 맞이하여 호스피스 봉사의 근본 정신을 다시 확인함으로써, 의미 있는 중간 결산의 시간이 꼭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2000. 6. 22 설립 2주년 기념예배 설교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