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 말씀

* 길을 묻는 그대에게

사람이 일생동안 살아가면서 만나는 사람은 실로 엄청날 것 입니다. 우리는 그 사람들을 다 기억 할 수는 없습니

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도 결코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사람은 있는 것 입니다.

그 중에서 몇 가지 부류를 생각해 보면

첫째.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 준 사람

젊은 목회자 디모데에게 있어서 바울은 결코 잊을 수가 없는 사람입니다. 그리스도의 종으로 살아가는 법을 가

르쳐준 스승이기 때문입니다.

‘뜻으로 본 한국역사’를 쓴 ‘씨알’ 함석헌 옹(翁)에게 ‘남강’ 이승훈은 결코 잊을 수가 없는 사람입니다. 지도자로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 준 스승이기 때문입니다.

함석헌은 오산학교 출신이고 이승훈님은 교장이셨습니다. 이승훈 교장은 겨울에 재래식 화장실에 꽁꽁 얼어버

린 대변 덩어리를 도끼로 깨트리면서 입으로 튀는 변 부스러기를 퉤퉤 뱉어 내면서도 끝까지 수위에게 맡기지

않고 작업을 마치곤 했습니다. 이것을 지켜보던 어린 학생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공부를 하였을까요. 그 자리에

는 한경직 학생도 있었습니다. 그런 스승에게서 그런 제자들이 나오는 것은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성경은 아무나 선생이 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약3:1). 그만큼 선생 되기가 어려운 것입니다. 자칫하면 위선자

가 되기 딱 좋은 자리가 바로 지도자의 자리인 것 입니다. 선생은 많아도 스승은 없다고 개탄들을 합니다만 그런

가운데서도 진실함으로 ‘바르게 사는 법’을….

삶으로 보여 준 사람이 있다면 이를 지켜 본 사람은 그를 결코 잊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둘째. 가장 큰 아픔을 준 사람

바울은 ‘구리 장색 알렉산더를 주의하라‘고 하였습니다. 그에게서 많은 해를 받았기 때문입니다(딤후4:14-15).

바울에게 알렉산더는 결코 잊을 수 없는 존재였습니다.

늘 그래왔지만 36년의 민족적 만행을 저지르고도 끝내 반성을 모르는 일본을 보면서 ‘용서는 해도 결코 잊어서

는 아니 됨’이 살아있는 교훈임이 새삼 확인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본의 아니게 상처들을 주고 받으며 살아갑니다. 그 중에도 유달리 깊은 상처를 주고 가는 사

람이 있습니다. 좀처럼 잊을 수는 없는 것입니다.

셋째. 가장 값없는 사랑을 준 사람

약 20년 전에 모 방송국이 중심이 된 ‘사랑의 삼각 끈’ 운동이 전개된 바가 있었습니다. 취지인 즉, 경제적 사회

적으로 안정적 위치의 중년층이 중심이 되어서 외로운 노인과 보육원 어린이를 삼각 끈의 형태로 연결하여 사회

안전망을 구축해 가자는 것이었습니다. 그 당시 저는 운동본부 경기지부 책임을 맡게 되었는데 진행하면서 알게

된 현상에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보육원 어린이들은 선호하면서도 노인들은 꺼리는 것이

었습니다. 가끔 원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조건이 있었습니다. 건강상 문제는 없는가? 집을 지켜 줄 수 있는가? 애

들을 돌보아 줄 수 있는가? 같은 조건입니다. 이용가치가 없는 노인은 싫고 대신 장래를 내다볼 수 있는 아이는

좋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세상에서 말하는 사랑입니다.

그렇다면 늘 환경과 조건의 영향을 받으며 살아야 하는 우리에게 과연 조건 없는 사랑이란 불가능할까요? 결론

부터 말해서 그렇지 않습니다.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호스피스 봉사가 그것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희생을 많이

당하는 주제는 사랑이다”라는 자조적인 말이 있습니다. 세상이 이렇게 되어 버린 데는 우리 자신들도 어느 정도

의 기여한바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아쉬움을 만회할 기회가 있습니다. 호스피스 봉사입니다.

이 봉사야말로 대가를 기대하기가 물리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불가능한 것입니다. 최선을 다해서 보살펴 드리

다가 가시고 나면 그것으로 끝나 버리는 것…. 그것이 호스피스봉사 입니다. 말하자면 ‘깨끗한 사랑’입니다.

그런 사랑을 받으며 생을 마감하는 입장에서는 무슨 생각을 하겠습니까? ‘참으로 고마운 사람’이라고 기억하지

않겠습니까?

사랑하는 동역자 여러분

우리에게 가장 큰 보람이 있다면 무엇이겠습니까?

가시는 분에게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했던 ‘값없는 사랑을 준 사람’으로 기억되는 것…. 바로 그것 아니겠습니까

? 사람들은 될 수 있으면 의미, 보람… 있는 일을 찾아다니지만 세상에 이만한 보람이 또 어디에 있겠습니까?

( 5월 26일 있은 정기 기도회 설교 요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