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을 묻는 그대에게 *
 

일본은 기독교세가 매우 미약합니다. 대신 섬나라 특유의 미신이 너무 많습니다. 그런 가운데서도 진실한 신앙

인이 많은 것 또한 일본의 특징입니다. 그 중에는 ‘로마서 연구’나 우리 소식지에서 ‘일일일생’으로 소개되고 있

는 우찌무라 간죠 같은 이는 일본을 대표하는 지성입니다. 그는 사무라이 집안에서 가난한 소년시절을 보냈습니

다. 돈이 없어서 국비 농업학교를 들어 갔는데 마침 학장 윌리암 클라크는 크리스챤이었습니다. 그는 학생들에

게 기술 뿐 아니라 기독교적 가치를 심어 주었습니다. 후에 이것이 문제가 되어 밀려 나올 때 까지 특히 소수의

제자들과는 같이 생활하면서 집중적으로 기독교 사상을 주입시켜 왔는데 그 중 하나가 우찌무라 간조였습니다.

이렇게 잘 준비되어 인생을 출발한 우찌무라 간조의 제자 중에는 동경대학교 총장이 4명. 교육부 장관이 4명. 수
상으로는 우리도 알고 있는 오오히라가 있습니다. 평소 그의 강의에는 목사. 스님. 교수 등이 1000명씩 모여 들
었다고 하니 그의 정신적 영향력이 얼마나 컸는가를 짐작케 합니다. 오늘은 그의 ‘구안록’에 수록된 강의안을 중
심으로 하여 그가 던지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성공’의 의미를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유형.무형의 살다가 간 흔적 뭔가를 남기고 싶어 합니다. 유산도 그런 측면에서 이해 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남길 수 있는 유산은 어떤 것들이 있으며, 그 중에서도 진짜 욕심을 내야 할 위
대한 유산은 무엇일까?를 생각해 봅니다.
 

1) 재산
돈은 목적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돈을 도구라 여긴다’고 해도 관리 가능 법위를 정해야 할 것입니다. 공공의
적은 자기 분수를 지키지 못하는 데서 시작되는 것입니다. 최근 우리는 “능력없으면 너희 부모를 원망하라 돈도
실력이다”며 친구들 마음에 깊은 상처를 주던 한 모녀의 비참한 몰락을 보고 있습니다.
 

2) 사업

사업이란 돈을 잘 벌고 잘 쓰는 재주를 말합니다. 문제는 “성공은 나만을 위해서 주어 진 것이 아니다”라는 철학이 있느냐?가 문제입니다.

이 시간에도 고(故) 유일환 사장님이 남기신 ‘조용하면서도 큰 울림의 여운’이 잔잔하게 느껴지고 있습니다.
 

3) 사상
자기의 사상을 주입시켜서 실천토록 할 수도 있습니다. 가령 선생이나 성직자나 작가.. 같은 경우입니다. 그런데
사상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솔직하고 정직해야 합니다. 어느 날 그는 진정한 평안을 얻기 위해서 명성이 있는 인
사를 찾아 갔습니다. 마침 몇 사람이 함께 있었는데 그는 수치를 무릅쓰고 자기 속에 솟구치는 갖가지 욕구들로
인해 겪는 괴로움을 솔직히 토로 하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듣고 있던 그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우리는 그런 경험
이 없는데 어쩌지?“하는 생뚱한 태도를 보이더랍니다. 그는 그들 위선에 크게 실망했다고 했습니다. 자기가 품은 사상을 전해 주고 싶은 자는 진실해야 합니다. 자기 부족과 실수를 솔직하게 인정하는데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주님은 용기없는 자들을 향하여 “많이 선생이 되지 말라”(약3:1) 경고하셨습니다.
 

4) 생애
돈이나 사업이나 사상보다 더 큰 유산은 생애입니다. 그는 ‘바울 자신은 그가 쓴 로마서. 갈라디아서 보다 훌륭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성경 자체에 대한 평가 절하가 아니라, 그가 쓴 내용을 실천하려고 몸부림치던 삶의 태도
에 대한 높은 평가였습니다. 그만큼 바울의 삶은 실천적 용기가 있었고, 그렇기에 고상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고상한 유산은 유명인사만 남길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마음만 먹으면 우리도 얼마든지 남길 수 있습니다.
 

늘 바쁘기만 한 우리도 이 맘때가 되면 한번쯤 삶과 죽음.. 그리고 ‘참된 행복’에 대하여 진지하게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마침 모 방송의 ‘인간극장’(5부작)에서는 ‘이 시대 가장 행복해 보일 것 같은 젊은 부부의 이야기’가 소개되었습

니다.

30대 영어 선생인 덴마크 청년과 명문대를 나온 한국인 부인이 ‘바퀴벌레를 400마리 정도는 잡았고, 가구는 접이

식을 써야만 하는’ 옹색한 사글세 방에 살면서도 틈을 내어 미혼모 시설. 다문화 센터. 노숙인들을 돌보면서 살

고 있었습니다. 요즘은 자선남비 봉사를 하고, 골목 쓰레기를 줏으면서도 행복해하는 모습을 소개하였습니다.

얼핏 보기에도 그들이 누리는 행복은 연출된 행복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남편의 그런 삶의 태도는 선천적으로 주어 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오후 3시만 되면 병원 문을 닫고 어려운 이들을 돌보러 나서던 의사 아버지를 따라 다니면서 “나의 행복보다는
우리의 행복이 중요하다” “다른 사람도 나와 똑같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우며 자랐다고 합니다. 많은 재산을 물
려 받고도 징징 우는 소리가 그치지 않고 불행을 겹겹이 쌓고 살아가고 있는 우리네 보통 자식들과는 좋은 대조
가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동역자 여러분

우리 가운데 남겨 줄 유산이 없어서 고민되는 분이 있습니까? 여기 진짜 위대한 유산이 있습니다. 이 유산은 가

방끈이나 빈부 차이와도 상관이 없습니다. 제자 앞에서의 선생. 후배 앞에서의 선배. 자식 앞에서의 부모로써 정

체 의식만 분명하다면 누구라도 남길 수 있는 유산입니다.

위대한 유산은 사업이 아닌 정신이며, 결과가 아닌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흔히 “자식은 욕하면서 배운다”고 합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겁나는 이야기입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자식에게 어떤 유산을 남기고 싶으신가요? 이토록 위대한 유산은 ‘이 세상은
하나님이 지배하시는 곳이며 그래서 매우 희망적이라’는 것을 굳게 믿는 자라야 남길 수 있습니다.
 

(2016. 12. 23 있은 송년기도회 설교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