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을 묻는 그대에게 *

예부터 ‘어떤 위인을 알아보려면, 그 자식을 보면 안다’고 했고. ‘어떤 스승을 알아보려면, 그 제자를 보면 안다’(靑出於藍)고도 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자는 스승의 기쁨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예수 스승의 기쁨이 되려면, 적어도 다음의 두 가지 조건은 반드시 충족되어야 할 것입니다.

첫째) 사상적 기조 계승

눅 14: 26에서 “무릇 내게 오는 자가 자기 부모와 처자가 형제와 자매와 및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아니하면 능히 내 제자가 되지 못하고”하였습니다.

평소엔 ‘네 형제를 사랑하라’하셨는데 ‘미워하라’하심은 파라독스 아닌가?

아닙니다. ‘부모형제’ 즉 지금까지 절대 가치로 여기던 모든 것들’을 ‘상대화 시키라’ 즉 ‘우선순위를 주님께 두라!’는 것입니다.

합동신학대학원대학의 전신은 합동신학교입니다.

합동신학교는 故박윤선 교수님이 당시 제직 중이던 총신대 내 괴리에 실망하여 교수직을 내려놓고 반포소재 남서울교회(당시 홍정길목사)에서 시작한 신학교였습니다.

그때 적지 않은 학생들이 교수님을 따랐습니다.

총신대는 정규대학이었습니다만, 당시 합동신학교는 이른바 무인가 신학교입니다.

하지만 진실을 추구하는 학생들 관심사는 인가, 무인가가 아니라 스승이었습니다.

존경하는 스승의 사상적 기조(잘사는 것이 아닌, 바르게 사는 것)가 관심사였습니다.

우리가 주님의 제자다운 제자들이 되기 위해서 배우고 계승해야 할 사상적 기조는 무엇일까요?

‘섬김 정신’입니다.

주님은 막 10:45에서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하심으로 자신의 존재의 의미와 사상적 기조는 ‘섬김에 있음’을 분명히 하셨습니다.

우리가 ‘예수의 제자’되기를 진정으로 원한다면, 우리 역시 스승과 같은 ‘섬김의 기조’로 살아야 합니다. 이것이 주님의 기쁨이 되는 첫째 조건입니다.

둘째) 강력한 실천 의지

눅 14:27 “누구든지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좇지 아니하는 자도 능히 나의 제자가 되지 못하리라”

십자가는 곧 죽음입니다. 죽을 각오의 실천 의지를 갖지 않고는 제자되기는 어렵습니다. 정신이 버쩍 나는 말씀입니다. 주님께서는 가르침 뿐 아니라, 친히 본을 보이셨습니다.

빌 2:6-8에서 “그는..... 자기를 비어 종의 형체를 가져 사람들과 같이 되었고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셨으매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

주님은 평소 가르치신 대로 대의(大義)를 위해서라면, 어떤 사익(私益)도 취하지 않으셨습니다.

철저히 자신을 비운 삶을 사시다가 그나마도 끝내는 대책없는 죄인들을 위해 대속물로 희생하셨습니다.

그러니까 세상 안목으로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완전 실패인생입니다.

따라서 그분의 사상을 계승하겠다고 나선 제자라면, 자신도 개인적으로 어떤 희생을 피하면 안됩니다. 적어도 스승을 따르면서 손해 본 흔적 한 두 개 정도는 있어야 할 것입니다.

박윤선 교수님을 따르던 제자들 중에는 문이 좁다는 군목시험을 합격한 이들이 있었습니다.

졸업하면 곧바로 장교 임관을 앞둔 이들이었습니다. 딜레마였습니다.

하지만 중대 기로에서 그들은 장교가 사병이 되는 신분 상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스승을 따랐습니다. 얼핏 어리석어 보이지만, 사실은 너무나 아름다운 스토리요, 두고두고 영광스런 흔적으로 남을 것입니다,

바울은 갈 6:17에서 “이후로는 누구든지 나를 괴롭게 하지 말라 내가 내 몸에 예수의 흔적을 지니고 있노라”하였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믿고 형통해졌다’느니 ‘믿고 복많이 받았다’느니.. 하는 저급한 간증은 적어도 제자가 되기를 원한다면 할 수 없습니다.

예수의 신실한 제자가 되기 위해서는, 아예 희생을 각오하고 살아야 합니다.

우리의 열심있는 신앙생활이 그저 안위(安慰) 때문이라면 제자로써는 부끄러운 것입니다.

특히 지도자 꿈을 꾸는 사람들이라면, 더 더욱 각오해야 합니다.

우리는 예수님께는 제자이지만, 세상에 대하여는 지도자입니다.

오산학교는 대한민국 현대사와 아주 관계가 깊은 학교입니다. 그 학교 출신 중에는 걸출한 인물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오산학교 교장 이승훈 선생님 일화는 참 지도자 상에 대하여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당시 학교 화장실은 재래식이었고, 한 겨울이 되면 오물이 동결되어 물리적으로 깨야만 했습니다. 학교 관리인이 오물덩어리 파쇄작업에 힘겨워 하는 것을 본 이승훈 선생님은 팔을 걷고 나섰습니다. 받아 든 도끼로 내리칠 때마다 오물덩어리가 입으로 튀어 들어 왔고, 선생님은 퇘! 퇘! 하면서 작업을 마쳤다고 합니다. 마침 이것을 전교생이 지켜보고 있었다는데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요? ‘아! 지도자라는 것은 저런 거로구나!’하지 않았을까요?

오산학교 졸업생 가운데는 주기철 목사님. 한경직 목사님. 사상가 함석헌 선생 같은 걸출한 인물들이 있었음은 결코 우연한 일은 아닙니다. 그들은 스승 이승훈 선생님의 기쁨이 되어 준 자랑스런 제자들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선교 동역자 여러분!

:25절에서 “허다한 무리가 함께 갈 새..”라고 하였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몰려다니는 사람은 허다합니다.

하지만 몰려다닌다고 모두 기쁨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스승의 기쁨이 됨’에는 필수조건이 있습니다.

우선 그 분의 ‘섬김 정신’의 계승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서는 마치 십자가를 지는 것 같은 ‘강력한 실천의지’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비록 100%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보시기에 노력하는 모습은 보여 드릴 수 있을 것이고, 적어도 그 정도는 되어야 비로서 감히, 주님의 기쁨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