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사와 호스피스 10
김승주 목사 (한국호스피스협회 부회장)0
본회 실무책임자0
 
최근 네델란드에서부터 불붙기 시작한 '안락사의 합법화' 문제의 불똥은 수만km 떨어진 지구 반대편 동방의
작은 나라 한국으로까지 튀어 연일 신문과 TV등에서 특집 기획물로 다루는 등 지금 한참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어 가고 있습니다.
 
그 발단은 네델란드의 안락사 합법화공포 직후 우리나라의 의사협회에서도 소위 ' 소극적 안락사'를 '윤리지침
'으로 전하고 4월 28일 총회에서 통과시키기로 내부적 결정이 되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그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중에 4월 29일자 아침 신문을 보니 다른 안건으로 인하여 안락사 문제는
상정조차 하지 못하였다는 보도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본 선교회에서는 지난 4월 24일 모 TV 방송국의 "호스피스가 안락사의 대안이 될 수 있는가" 라는 주제와
관련하여 취재 요청을 받고 수 시간에 걸친 취재활동을 허락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방영예정 하루 전에 담당자로 부터 취재내용이 "방송 예고편에는 나가지만 본문에서는 호스피스 자체를
삭제하게 되었다"는 양해를 겸한 통고를 받게 되었습니다. 황당하기도 하였습니다만 곧 "우리의 현장이 당초의
취재의도와 다를수도 있었겠구나 "하는 이해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러면서도 특히 힘을 주어 강조했던 말도
많았었기에 그 아쉬움도 컸습니다.
 
이에 , 본지를 통하여 그동안 전용병동에서 300여명의 환우들과 같이 울고 웃으며 경험한 바를 중심으로 하여
소위 안락사에 대한 견해와 거기에 대한 대안은 있는가? 등을 중심으로 몇 차례에 걸쳐 연재해 보고자 합니다.
 
이 문제를 다룸에 있어서 전제해야할 것은 생애 최대의 무거운 짐을, 그것도 외롭게 지고, 떠나가는 나그네의
벗으로써 "현장에서 얻은 교훈만큼의 진실은 없다" 하는 것입니다.
우선 그 교훈의 결론을 말하자면 "안락사는 안되다"는 것입니다.
 
그 첫째 이유로써 "인간에게는 죽음을 선택할 권리가 없기 때문" 입니다.
 
요즈음 메스컴에서 자주 등장하는 용어는 소위 '죽을 귄리' 입니다. 어떤 사안의 권리를 주장하려면 그 이전에
먼저 그럴만한 권리가 정말 자신에게 있는 것인가부터를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우리는 '나'라고 하는 존재의 출발과정을 되돌아보면서 '나'자신의 의지나 공로와는 전혀 무관한 절대자의 의지
만이 있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창세기 2장 7절에서 "여호와 하나님이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라고 하셨고, 이사야 43장 1절에서는 "야곱아
너를 창조하신 여호와께서 이제 말씀하시느니라 "하시므로써 생명의 주인은 인간이 아니라 하나님 자신 이라는
것입니다.
 
기독교에서 자살을 엄격히 금하는 아주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 생명의 주인은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 자신 이
시다. "라는데 있는 것입니다. 물론, 인간이 '신의 꼭두각시'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우리에게는 하나님이 주신
아름다운 선물 '자유의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선물은 목적상, 자신을 향한 창조자의 계획을 바르게 이해하
고 책임적 존재로써 살아가는데 필요한 도구로써의 선물이지, 자신의 것도 아닌 생명마져도 상황에 따라서는
 
우리는 자주 '상황윤리'를 내세웁니다만, 십자가를 져야하는 극한적인 상황 속에서도 부여된 자유의지를 자신
이 이해한 하나님의 뜻을 인내로써 순종하는데 사용한 예수과, 그토록 풍요로운 환경 속에서도 자신에게 부여
된 자유의지를 오히려 하나님의 뜻을 거역하는데 사용한 아담을 비교해보면서 이 문제를 접근해 나가야 할 것
입니다.
 
안락사의 전제가 본인 내지 그 가족의 명백한 의사표시에 있다고 할 때, 우리는 잠시 과연 환자나 그 가족들이
자신이나 가족들의 죽음을 선택할 귄리가 있는가?를 좀더 진지하고도 심각하게 생각해 보야햐 할것입니다. 안
락사는 월권도 이만 저만의 월권이 아닌 것입니다.
 
물론 환자나 가족의 입장에서 오죽이나 고통스러우면 차라리 죽음을 원하겠으며 의사입장에서 이상과 현실사
이의 괴리가 얼마나 크게 느껴졌으면 이러한 지침의 제정을 생각하게 되었을까?를 생각하면서 많은 분들이 그
부분에 공감을 하고 있습니다.그러나 아무리 대중적 공감을 받고 있다고 해도 인간으로써 결코 넘어서는 안 될
어느 "선은"은 있는 것입니다. 그 선은 "인간에게는 죽음을 선택할 귄리가 없다:"는 것입니다. 생명의 주인은 결
코 자신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그 동안 호스피스 현장에서 얻은 교훈, 즉"안락사는 안된다"는 주장의 가장 우선적 이유가 될것입니다.
(다음호에는 "생명은 그 자체로써 최고의 가치"편이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