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강좌(3)


김승주 목사
 
 
얼마 전, 봉사자로 부터 참으로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환우는 다년간 동남아 선교사로 수고하시던 분이신데 정작 자신은 “천국이 믿어지질 않는다”면서 “당신은 믿어
지는가?”하고 되물어 오더란다. 충격이었다.
그런 분이 이슬람 문화권에 가서 도대체 무엇을 하고 왔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사
역도, 봉사도 영생에 대한 이해를 좀 더 확고히 하고 시작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영생에 대한 바른 이해가 없이는 막상 우리 자신도 죽음 앞에 서면 그 분과 별반 다를 것이 없을 것이다.
 
* 영생의 의미
 
1) 시간적 의미(eternal life)
요11:25에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 무릇 살아서 나를 믿는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

하리라 ”하심으로써 영생은 영원한 시간적 개념임을 알려 주셨다.
 
2) 관계적 의미
그런데 문제는 사람들이 미래에 주어질 일로만 이해하는 데에 있다.
아직 경험해 보지 않은 미래 일에 두려움을 갖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래서 그 분도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영생의 본질적 개념은 ‘관계’이다.
당초의 죽음은 소멸이 아니라 관계의 단절을 의미한다(창2:17).
하나님이 만드신 세상에서 그분과의 관계가 단절되었다면 죽음 그 자체이다.
죽음이 단절이었다면 영생은 단절된 관계의 회복이다.
하나님께서는 회복의 길을 열어 놓으셨다.
롬5:10에서 “곧 우리가 원수 되었을 때에 그 아들의 죽으심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으로 더불어 화목하게 되었은 즉
….” 이라고 하셨다.
여기에 요10:28에는 “내가 저희에게 영생을 주노니 영원히 멸망치 아니할 터이요 또 저희를 내 손에서 빼앗을 자
가 없느니라”라고 하셨고
또 롬8:32에서는 “다른 아무 피조물이라도 우리를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느니라”고 하셨다.
그리스도를 통해서 한번 회복된 관계는 그 어떤 경우라도 취소될 수가 없는 영속적 관계이다.
 
* 영생을 얻는 과정
 
죽음의 과정이 순간적이었다면, 영생의 과정 또한 순간적이다.
엡2:1에는 “너희의 허물과 죄로 죽었던 너희를 살리셨도다”고 하셨고 요5:24- 25에는 “내 말을 듣고 또 나 보내신
이를 믿는 자는 영생을 얻었고 심판에 이르지 아니 하나니 사망에서 생명으로 옮겼느니라. 죽은 자들이 하나님
의 아들의 음성을 들을 때가 오나니 곧 이 때라 듣는 자는 살아나리라” 고 하셨다.
우편 강도나 구스의 내시에서 보듯이 생명 획득과정은 순간적이다.
기독교의 구원을 얻는 과정은 여느 종교와는 다르다.
이를테면, 불교의 구원이 상당한 기간의 성찰을 통하여 경지(해탈)에 이를 수 있다고 믿는 물리적 변화로 이해한
다면, 기독교는 자신의 한계를 절감하는 가운데 계시(예수)를 믿음(인격적 수용)으로 받아들이면서 순식간에 일
어나는 화학적 변화로 비유될 수가 있겠다.
영생은 영원한 생명이지만 주어지는 시점은 미래(죽음 이후)가 아니라 거듭나는 순간이다.
전파행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복음의 내용이 중요하다.
단순히 “믿으면 천국 간다”에서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가”까지가 설명되어야 한다. 그래야 죽음 앞에서도 흔들

리지 않는다.
 
* 영생 얻은 자의 삶
 
이 관계의 회복으로 공포의 대상이던 절대자와는 부모와 자식 간의 돈독하고도 신실한 교제가 시작된다.
생명이 영원하다는 것도 영적교제를 경험하며 믿을 수 있다.
우리는 날마다 “영생을 맛보며 주안에 살리라”(찬 493장 후렴)를 노래한다.
대학교 입학금까지 납부한 학생은 이미 대학생 맛(기분)으로 살아간다. 친구들도 당당히 만나고 한턱 쏘기도 하
면서…이제 실제 대학생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 일뿐이다.
 
* 영생 얻은 자의 죽음
 
우리는 “주 예수와 동행하니 그 어디나 하늘나라…”(찬 495 후렴)라고 고백한다.
가사에는 ‘세상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과 그렇지만 ‘주님과 동행하니 천국 같이 살 수 있다’는 고백이 있다. 환
경을 초월하는 영생을 맛보며(누리며) 사는 것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천국은 아니다.
 
찬291장 후렴에서 “요단강 건너가 만나리…”를 부르며 천국을 사모한다. 요단강은 죽음이다.
이제 천국의 관문(=죽음)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삶이 버거울수록 더욱 간절히 사모해야 할 대상이다
(고후 5: 8).
영생을 얻은 자의 죽음은 지금까지 그림자로 경험하며 그렇게도 사모하던 천국을 ‘진짜 들어가는 것’이다.(고전
13:12. 고후 5:1-2) 죽음은 천국의 문턱이다.
그런데 평생을 사모하던 천국 문턱에서 흔들리다니…? 뭔가 좀 이상하지 않은가?
영생을 ‘시간적. 미래적’으로만 이해하거나, 신앙적 관심을 오직 이 땅의 ‘성공. 행복’에만 쏟고 있다면, 우리 역
시, 그 자리에 서게 될 때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어디까지나 ‘미(未)경험 세계’이기 때문이다.
히2:15에 “죽기를 무서워하므로 일생에 매여 종노릇하는 모든 자들을 놓아 주려 하심이니”하심으로 오신 목적이 ‘
죽음의 공포로 부터의 자유’를 주기 위함에 있음을 분명히 하셨다.
호스피스에 대한 일반 정서는 긍휼봉사 수준이다.
하지만 호스피스는 단순 봉사가 아닌 ‘죽음 앞에서 종노릇하던 자들의 생명 살리기’이다.
전도도, 멀리 가는 선교도, 결국은 ‘생명 살리기’가 아니던가.
 
죽음을 눈앞에 둔 이들에게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마음의 평안이다.
영생에 대한 바른 이해’가 없이는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평안을 선물할 수가 없다. 이를 위
해서는 봉사자 자신부터 영생에 대한 확고한 이해가 요구 된다.
사과의 맛은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어렵다. 달기도 하고 새큼하기도 하고, 향긋하기도 하고 이렇게 미묘한 사과
를 정작 자신은 먹어 보지도 않고 “…카더라 ”수준에서 권할 수는 없다.
당연히 맛을 본 후, 경험과 느낌으로 자신 있게 권해야 할 것 아니겠는가?
 
당신은 사과를 먹어 보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