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재 규 박사
한국호스피스협회 전 이사장
 
호스피스는 죽음을 앞둔 말기 환자와 그 가족을 사랑으로 돌보는 행위로서 환자가 남은 여생동안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높은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 살다가 평안하고 복된 죽음을 맞이하도록 환자와 가족의 신체적, 정신적
영적 그리고 사회적 요구를 충족시키며, 사별가족의 고통과 슬픔을 경감시키기 위한 총체적인 돌봄이다.
그러므로 호스피스는 근본적으로 죽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말기 환자에게 접근하는 다양한 공동체의 연
합적인 돌봄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호스피스는 인간의 본질에 관한 문제를 취급할 수 밖에 없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알게 되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결정짓게 된다. 생명과 죽음, 인간의 생사관, 사후 세계관 인간형
성의 본질 등이 호스피스 철학의 밑바탕이 될 수 밖에 없다.
한국호스피스협회의 정관은 “‘말기암 환자와 그 가족을 「기독교 정신에 입각한 전인적 돌봄」의 호스피스 활
동과 「하나님의 생명사랑」”을 확산시키는데 있다고 그 목적을 명시하고 있다. 정관에 명시된 조직의 목적은
그 기관의 정체성과 추구해야할 길
을 보여주는 기본틀이라 할 수 있다. 각자 각양의 단체는 지향하는 분명한 길을 알고 그 길을 따라 전진해야할
것이다. 길을 잘 못들거나 도중에 길을 잃으면 방황하게 되고 목적지에 도달할 수 없게 된다.
정관의 서두에 ‘기독교 정신’에 입각하여라 함은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에 따라’한다는 말이 된다. 예수께서 친
히 말씀하시기를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라하셨다(요14:6) 이 길을 따라 진리와 생명을 추구하고자 함이다
. 동시에 정관에 나타난 ‘전인’이 무엇이며 ‘생명사랑’이 무엇인지를 알아 확실한 우리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분
명한 목표를 세워 그 길을 가야할 것이다.
 
1. 호스피스의 핵심 사상
 
1. 생명사랑
 
우리는 생명을 사랑한다. 그리고 죽음을 경유하는 영원한 생명을 더욱 귀중하게 여긴다. 그런데 생명의 정의를
물으면 알듯 말듯하다. 생명의 정의를 사전 여러곳을 찾아보았으나 시원스레 해답이 없다. 하물며 만물의 영장
이라 하는 사람의 생명을 논함에 있어서 생명이란 주제는 결코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주제가 아니다. 그러나 기
독교의 경전인 성경은 그 해답을 간단하고 명료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내가 곧 생명이다(요14:6, 14:25), 내가
생명의 떡이다(요6:33), 내가 생명의 물이다(계22:17) 등으로 시작하는 생명에 관한 설명은 생명이 무엇임을 분
명하게 밝히고 있다.
요11:25, 예수께서 가라사대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
요14:6 예수께서 가라사대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
라.
요1:3, 만물이 그로 말미암아 지은 바 되었으니 지은 것이 하나도 그가 없이는 된 것이 없느니라.
엡1:10 하늘에 있는 것이나 땅에 있는 것이 다 그리스도 안에서 통일되게 하려 하심이라
골1:16 만물이 그에게 창조 하되 하늘과 땅에서 보이는 것들과 보이지 않는 것들과 혹은 보좌들이나 주관들이
나 정사들이나 권세들이나 만물이 다 그로 말미암고 그를 위하여 창조되었고 또한 그가 만물보다 먼저 계시고
만물이 그 안에 함께 섰느니라
롬11:36 이는 만물이 주에게서 나오고 주로 말미암고 주에게로 돌아감이라
이상의 성경 구절을 종합하면 생명뿐 아니라 만물은 그리스도 안에서(in him) 나오고 그리스도를 위하여 (for
him), 그리스도를 통하여( through him), 그리스도에 의하여(by him), 태어나서 그 안에서 연합하여(united in
him) 기능하다가 그에게(to him) 돌아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생명은 그 안에서 태어나고, 그에게로 돌아가는
것이 죽음이다.이것이 바로 기독론의 핵심 사상이다. 이와같이 우리는 생명의 본질을 알고 생명의 본질을 사랑
해야 한다. 생명을 사랑한다는 말은 수박 겉을 핥는 것과 같을 것이다.
 
2. 존엄성 존중
 
인간은 존엄성의 존재이다.인간이 근본적으로 동물과 다른 점은 태어날 때부터 존엄성을 가졌다는 점이다. 그
렇다면 도대체 존엄성이란 무엇인가? 먼저 나는 누구인가를 질문해 볼 필요가 있다. 각계각층의 많은 사람에게
존엄성의 정의를 질문해 보았으나 아무도 시원한 대답을 주지 못하였다. 우리 말 사전에는 존엄성을 존엄한 성
질, 품위라고 쓰여 있고 존엄은 높고 엄숙함, 높아서 범할 수 없음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는 너무나 막연한 말
이요 추상적인 말이다. 인간의 존엄성이란 추상적이거나 가상적이 아니라 실제 소유하고 잇는 분명한 성품의
품격을 말한다.
철학자에게 인간의 존엄성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그의 대답은 명쾌하였다. 인간이 만들어질 때부터 원래 갖고

태어난 고귀한 성품이라 하였다. 나는 그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인간은 원래 존엄성을 가지고 창조되었다.
(다음호에 계속됨)
※ 2005년 한국호스피스협회 정기총회 및 추계학술대회 주제강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