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O관. 남. 80. 전립선)

잔잔히 성경 읽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입소하시던 날. 차에서 내리는 어르신의 얼굴은 잔뜩 화가 나 있으셨습니다. 마치 한마디 잘못 건넸다가는 버럭

요양병원에 계시다가 그토록 갈망하던 “퇴원하시자”는 아드님 이야기에 전날 밤을 새울 정도로 흥분하고 기대

하셨다는데 막상 차의 방향이 집이 아닌 다른 곳으로 향하는 것을 알게 된 순간. 큰 배신감에 자신도 모르게 아

드님의 등짝을 주먹으로 내리 치셨다고 하셨습니다.

입소 몇일이 지났지만 그래도 불편한 마음은 좀체로 풀어 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그리 오래 가지는 않았습니다.

하루하루 같이 지내면서 이곳이 일반 시설과는 다른 곳임을 알게 되고 가족 같은 분위기에 조금씩 마음을 푸시

는 것 같았습니다.

특히 일상을 마치고 드려지는 저녁 예배를 통해서 심령의 변화가 찾아오기 시작 하신 것 같았습니다. 마치 가랑

비에 옷이 젖듯이…

어느 날 부터인가 식사를 가져가니 “고맙다”고 인사를 하시더니 목욕이나 속옷 등을 세탁해 드릴 때, 또는 봉사

자들의 따뜻한 섬김이 있을 때는 “고맙고 미안하다”는 답례를 하셨습니다.

마음이 풀리시니 “옛날이야기는 꺼내기도 싫다”시 던 분이 여쭙지도 않은 이야기를 마치 손주에게 들려주시듯

들려주십니다.

그리고 “실은 내가 집으로 갈 형편도 아니지”하시며 자녀들을 이해한다고도 하셨습니다. “집에는 몸이 아픔 아

내 혼자 있고 자녀들도 맞벌이 등 생활이 여의치 않다”시며 이해하신다고 하셨습니다.

젊은 시절 공직생활도 하셨다는 어르신은 예전에 짧게나마 신앙생활을 하셨던 것도 그렇게 알게 되었습니다. 그

리고 다시 찾은 첫사랑처럼 예배를 소망하고 설레어 하며 하나님을 찾는 모습이 얼마나 감동이 되는지 모릅니

다.

누구에게나 스토리가 있습니다.

지금 어르신 옷장 옆에는 이런 멋진 고백이 붙어있습니다.

하나님께 드리는 10가지 감사

1. 가정적인 쉼터로 오게 해 주심에 감사

2. 간호사님이 부모처럼 대해 주심에 감사

3. 지난 세월에 대한 잡념이 없게 하심에 감사

4. 오직 하나님만 생각하게 하심에 감사

5. 예배시간이 즐겁고 행복하게 하심에 감사

6. 자녀들을 돌보며 열심히 살아온 것에 감사

7. 자녀들이 나를 늘 걱정하고 생각해주는 것에 감사

8. 큰 아들이 중심을 잘 잡아주는 것에 감사

9. 밤에 잘 자게 해주심에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