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무자 일지*

“아버지의 자리는 영원히 운전석 일 것 같았다”

어느 광고에 자동차속 아버지와 아들의 자리 변화에 대한 내용의 한 문구입니다.

늘 크게만 보였던 아버지의 모습은 시간이 흘러가며 운전석의 자리가 바뀌게 되고, 어느덧 아버지의 자리에 아들이 앉아 운전을 하고 있을 때는 더 이상 어디에도 앉아 계시지 않는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운전을 하는 아들의 모습을 담은 내용입니다.

저에게도 이와 같은 존재로 계셨던 큰이모부님이 있었습니다.

솔직히 조금 무서운 분이셨습니다. 시골에 자주 놀러갈 때마다 늘 무표정한 모습으로 맞이해주셔서 저의 어린 마음에 들었던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나 친족들 사이에서는 중심을 잡아주셨던 큰 어른이셨습니다.

그런데 광고의 문구처럼 언제나 크게만 느껴지던 큰이모부님의 모습이 작아지는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작년 여름 골수암을 진단 받으셨습니다. 깊은 곳에 자리를 잡고 있고, 당뇨로 인해 수술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렇게 천천히 큰이모부님의 몸을 작게 만들어 버렸고, 그해 겨울에 대학병원에 입원을 하시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환우들의 모습을 지켜보았지만, 이런 순간이 오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상황이 당황스럽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쇠약할 때로 쇠약해진 모습으로 침상에 계신 큰이모부님을 뵙고는 아무말 없이 퉁퉁 부어있는 다리를 주물러 드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곤 그동안 한 번도 하지 못했던 마음속에 담겨 있던 말들과 함께 조용히 귀에 대고 기도를 드렸습니다.

제가 하는 호스피스 사역을 알고 계신 것이 오히려 두려움과 거부감으로 메트로병원으로 오시는 것에 대해 주저하고 계셨습니다.

그러나 전문적인 통증완화에 도움을 받을 수 있고, 호스피스 제도권의 변화로 간병서비스에 대한 지원과 경제적인 부담의 해소, 천사같은 자원봉사자분들의 섬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계속적으로 이해를 시켜드렸습니다.

그렇게하여 전라도 순창에서 응급차를 타고 급히 메트로 호스피스 병동으로 입원하셨습니다. 간성혼수까지 더해지셔서 상태는 많이 힘들어하셨는데, “이모부님, 저예요. 제가 일하는 곳이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말씀드리니 고개를 끄덕이며 안도하시는 모습을 보이셨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오래 붙드시지 않고 몇 일만에 큰이모부님을 데리고 가셨습니다.

짧은 시간동안이었지만 정말 평안하게 지내실 수 있도록 전문적인 호스피스 돌봄을 받으셨습니다. 또한, 가족들과 함께 임종예배까지 인도하게 하셨고, 장례기간 동안은 목회자로서의 역할도 틈틈이 하게 하셔서 남은 친척들에게도 하나님의 위로를 드릴 수 있는 시간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조금 더 빨리 모시고 왔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많이 남습니다.

가까운 가족과 이별을 경험해보고 나니 올해도 참으로 많은 분들이 큰 버팀목 같은 사랑하는 사람과 아름다운 이별을 하기 위해 많은 눈물과 슬픔을 겪고 있었다는 것을 이제서야 돌아보게 됩니다. 우리의 모든 아픔이 속히 치유되고, 반드시 천국에서 만날 그날을 소망하며 담대한 믿음을 가지고 언제나 하나님의 위로와 격려가 함께 하시길 기도드립니다.

어쩌면 한 사람의 인생에 마지막 순간을 제가, 그리고 많은 동역자분들이 함께 한다는 사실은 엄청난 의미와 함께 큰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그러나 누군가가 그런 부담의 역할을 해야한다면 우리가 그렇게 쓰임 받을 수 있음에 감사함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