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 말씀

* 살며 사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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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손이 선을 베풀 힘이 있거든 마땅히 받을 자에게 아끼지 말며...”(잠 3: 27 )

하나.

지난 토요일. 화성보건소 간호사님으로부터 소개받은 백OO님을 방문했다.

님은 (60세. 식도암 4기) 10년 전 아내와 사별을 하고, 장성한 아들들이 있지만 모두 팍팍한 생활에 쫒기다 보니 독거하고 계셨다. 나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드린 후, “제가 무엇을 도와 드릴 수 있을까요?”하고 물으니 “고독 사에 대한 두려움이 있습니다”는 것이었다. ‘아!.......’

마음이 많이 아팠다. 제가 “이제부터는 친구가 되어 드리겠어요.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방문해 드리고 틈틈이 전화 인사를 드릴께요. 도중에 무슨 일이라도 있으시면 전화 주세요“라고 명함을 드렸더니 굳어 있던 얼굴이 풀리는 것 같았다.

아직 기초생활 보호신청도 하지 않았다는 님은 자존심이 많이 강한 것 같았다. 돌아오면서 ‘구체적으로 도울 일이 무엇이 있을까?’를 생각하였고, 우선 어수선하고 먼지 쌓인 방 정리가 필요할 것 같아서 아내에게 의견을 물으니 ‘기꺼이 가겠다’고 한다. 고마운 동역자로서의 아내! 실은 아내가 적극 함께 해 주지 않았다면 나로서는 어림도 없는 일들을 해왔다. 고마운 아내. 새삼 ‘고맙다’고 하자니 쑥스럽기도 하다^^.(12월 19일자 김승주 페이스 북에서)

둘.

어제 KBS에서는 캄보디아 의료선교사 스토리가 소개되었다. 헤브론병원 센터장은 가난한 심장병 어린이들의 무료 수술을 주도하였다. 움막같은 집에서 살면서 대책없이 심장병을 앓고 있는 어린이들을 수술로 살려 내고 있었다. 자신도 당뇨병 등 노인 질환으로 투병 중이다. 그도 힘들기는 마찬가지. “나의 등 뒤에서 나를 도우시는 주님~“을 부르다가 울컥하게 되었고 일행도 울었다. 감동이었다. 나는 프로를 보면서 몇 번 울컥하였다.

1. 앙상한 갈비뼈를 그대로 드려내며 할 딱 거리는 아이를 보면서 또래를 손녀로 둔 할아버지로써 어찌 마른 눈이 되겠는가?

2. ‘살릴 수 있다’는 기쁨도 잠깐. 수술비 걱정하는 엄마를 향하여 ”그런 것은 걱정 안하셔도 돼요“하던 대목에서 그만 울컥하고 말았다.

그분이 무엇을 우선시 하는 지가 확인되는 순간이다. (나는 장기려 박사님 전기에서 완치된 사람이 치료비 부족으로 병원을 떠나지 못하는 것을 보고 ”밤에 몰래 보따리 싸들고 창문으로 도망치라“하셨다는 대목에서 그만 울컥하였다.

그 울컥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았고, 마음에 담고 있다가 1998년 안호선을 시작함과 동시에 병원비 일체를 조건없이 전액 대납하기 시작하였다. 운영위원들의 2만원씩 회비를 거두던 시절. 겁 없이 시작했던 대납 사업이지만 돈이 없어 중단한 때가 없었고 특히 IMF 시절임을 감안할 때 오병이어의 기적으로 기억된다. 그 무료 사업은 지금도 로뎀나무에서는 여전히 시행하고 있다.)

그는 “너무 힘들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기쁨이 더 크다”고 했다. 나는 올해 ‘신부님 산타 신부님’과 ‘어꾼 헤브론병원’을 통해서 매우 의미 있는 성탄 선물을 받았다. 이제 과제로는 ‘느낀대로(받은 대로)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를 다짐하게 된다.

그런데 그 첫 걸음으로 얼마 전 소개한 바 있는 백OO님(식도암 4기. 60세)을 방문하기로 하였다. 로뎀나무 성탄 예배와 친교의 시간을 마치고, 오후 시간에 그가 상태가 많이 좋지 않아서 옮겨진 B병원으로 향했다. 독거하는 그에게는 병원 생활이 오히려 더 안정적으로 보였다. 그 사이 이발까지 하셨다. “인물이 훤하니 장가가도 되겠어요”하니 웃으신다. 맺힌 것이 많아 보이는 그가 쉰 목소리로 하는 모든 이야기를 인내심을 가지고 경청해 드렸다. 마지막 기도를 드리는데 “아멘”을 하신다. 지난번에는 흔히 대접 상으로라도 하게 되는 “아멘”도 없더니 오늘은 “아멘”도 하시고 “목사님! 제가 원하는 것이 이거예요 진심으로 고마워요”하신다.

잘못들은 것 같아서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물으니 “진심으로 고맙다구요”하신다.

할렐루야!

승강기 앞까지 따라 나오며 고마워하는 그를 뒤로 하면서 마치 동방박사들이 아기 예수를 만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아기 예수 보호 사명까지를 감당하게 되었던 것처럼, 나 또한 성탄절 기쁨으로 끝나지 않고 의미 있는 사명까지를 감당케 된 것에 크게 감사하였다. ‘복 중에 복은 쓰임 받는 복’임을 알기 때문이다(12월 25일자 김승주 목사 페이스 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