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사자 일지*

12년 전. 갑상선암으로 수술을 받고 치료를 위해 정기적으로 병원을 다니며 소아병동의 어린 친구들을 보면서 ‘그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며 기도한 적이 있다. 하나님이 내게 주신 은사로 그들을 섬기고 싶은 생각이 있었지만, 그렇게 생각으로만 수없이 시간이 지났고, 나의 작은 소망은 작년 9월 화성호스피스 7기 교육을 통해 이루어 졌다.

호스피스 12주 교육은 녹녹치 않았다. 매시간 강의마다 환자들을 현장에서 섬기고 계신 강사님들의 강의는 실제가 되어 때로는 심한 압박감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그러나 호스피스는 하나님이 내게 주신 마지막 사명이라는 믿음과 감사함으로 11월 28일 교육을 수료하게 되었다.

마침내 가장 추웠다는 12월 어느 날. 최명희님(화성호스피스 7기)과 함께 안양 메트로병원 호스피스 병동을 찾아 첫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잘할 수 있을지 기대와 설렘과 걱정이 교차되는 시간이었지만, 첫날 만난 수요 B팀 봉사자 분 모두는 예수님을 믿는 신실한 분들이라서 그런지 편안하고 낯설지 않아 감사했다. 실장님으로부터 환자 브리핑을 듣고 병실을 방문하여 발 마사지를 필요로 하는 환우들에게 마사지를 해 드린다. 손에 닿는 피부 촉감도 환우마다 다르다. 땀을 뚝뚝 흘리려니 허리는 연신 아프지만 기도하는 마음으로 환우들의 발을 정성껏 만져드릴 때 그 곳은 사랑 가득한 우리의 생활 예배의 자리가 된다.

삶의 끝자락에 와 있는 분들의 다양한 연령대를 보면서 마음이 아프다. 죽음 앞에서는 나이의 많고 적음이 없다. 지난 주 내가 섬겼던 분들이 오늘 봉사하러 오면 계시지 않기도 한다. 하나님이 부르시면 지체없이 떠나 가야하는 곳이 호스피스 현장이다.

2월부터는 목사님의 권유로 화성(봉담)지역 가정호스피스 봉사를 함께 하고 있다. 올해 60세 된 남자 식도암 말기 환우다. 성품 좋으신 목사님께서는 그동안 여러 차례 방문하셔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계셨다. 내가 처음 그 가정을 방문할 때는 총무 남궁집사도 동행하여 간단한 청소며 이부자리를 정리해 드렸다. ‘이런 사랑은 처음 받는다’며 “집안에 사람 냄새가 난다”고 밝게 웃으시는 얼굴에 눈물을 닦기도 하셨다. 이 분이 겪는 가장 큰 고통은 곁에 돌봐 줄 가족이 없어 언제 죽음이 닥칠지 모르는 고독과 외로움과의 싸움이다. 목사님과의 첫 대면에서도 “고독사가 두렵다”고 하셨단다. 그 분에게는 친구처럼 곁을 지켜 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목사님의 말씀처럼 ‘우리는 이 분의 마지막 친구’가 되어 끝까지 함께하기로 다짐했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또 가정 호스피스에서 그들을 섬기며 배우고 깨닫는 것은 ‘죽음은 어느 날 갑자기 나에게도 현실이 될 수 있으며, 주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여 사랑하고 살아야 겠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는 것이다. 호스피스 환우들이 떠나는 마지막 순간을 지켜보는 것 자체가 죽음을 준비하는 가장 고귀한 현장이다.

오늘도 생명 주셔서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작은 자를 섬길 수 있는 긍휼의 마음을 주심에 감사하며, 환우들의 친구로 그들의 평안을 위해 기도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