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새로운 만남과 예정된 이별이 함께 있는 이곳, 여기는 메트로병원 호스피스병동입니다.
누구나 이별은 견디기 힘들고 슬픈 아픔이 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제가 이곳 호스피스 병동에서 겪은 슬프지만 아름다운 이별에 대해 이야기 하려 합니다.
조금씩 다른 방법으로 이별을 준비하는 환자분들 혹은 가족 분들을 보면서 감동 받으며 함께 울고 웃으며 지내다 보면 어느새 저도 가족이 되어갑니다.
#1
매일 아침 마다 샤워를 하시는 깔끔하신 환자분이 계셨는데 처음엔 다가가기가 조금 어려웠습니다. 깔끔하신 성격만큼이나 닫혀있는 마음을 여는 것 역시 쉽지가 않았습니다. 하지만 친절하고 푸근한 엄마 같은 완화도우미 여사님들을 비롯하여 매일 발마사지를 정성스럽게 해주시는 봉사자분들과 그외에 여러분들의 진심이 통하였는지 어느새 이야기도 잘 해 주시고 가끔 농담도 하시면서 마음을 열어주셨습니다.
어느날, 환자분은 저에게 남겨질 두 아들에게 영상편지를 남기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사회복지사님의 도움으로 여러 날 동안 그날그날 하고 싶으신 이야기를 녹화하셨습니다.
임종하시기 2주 전까지 영상일기를 남기고 편집된 영상이 잘 되었는지 확인을 같이 했습니다.
영상속 환자분의 모습은 두 아들에 대한 따스한 아버지의 모습 그 자체였습니다.
그런데, 영상을 보면서 흐느끼는 환자분의 모습에서 슬프지만 아름다운이별을 준비하는 아버지의 따스한 사랑에, 옆에서 지켜보는 저 역시 울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또, 끝까지 편집을 도와주신 사회복지사님께 연신 고맙다고 하시던 모습 또한 잊을 수가 없습니다.
#2
얼굴만큼이나 미소가 아름다운 40대 여자 환자분이 있었습니다.
민머리가 어색해서 두건을 쓰고 계셨었던 분이였습니다.
많이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우리 도우미여사님들을 언니라고 부르며 작은 도움에도 “감사하다” “고맙다” 하며 얼굴 마주치면 항상 먼저 웃으며 인사해주는 그런 마음 고운 분이였습니다. 의젓한 아들이 거의 매일 엄마의 병상을 지켰습니다. 책임감 있고 정말 반듯한 청년이었습니다. 그녀의 둘도 없는 친구 같은 아들이었습니다.
두 모자가 두 손을 꼭 잡고 이야기하며 용기를 주고 다독여 주는 모습 또한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녀는 병명을 알게 되면서, 그동안 좋아 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미뤄두었던 여행을 다녔다고 했습니다. 이곳저곳 다니면서 눈에 담고 싶은 것들을 사진에 담아왔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핸드폰 속의 사진을 서슴없이 보여 주었는데 여행지에서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긴웨이브 머리가 매력적이었습니다.
생의 막바지에서 자신의 아름다운 미소로 슬프지만 아름다운이별을 준비하던 그녀. 지금도 그녀의 아름다운 미소는 잊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 환자분들과의 이별은 앞으로도 계속되겠지만, 이제는 많이 의연해지려 합니다.
그리고 저는 내일도 병실에 들어가면 활짝 웃으며 인사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