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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O환(95세. 남. 노환)
할아버지의 입소 과정은 시간이 조금 걸렸다. 오랜 기간 우리 안호선의 후원자이시기도한 따님(김희자)의 사전 방문 상담 후, ‘아버지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아 어쩌면 입소가 어려울 수 도 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단 며칠이라도 이 편안한 곳에서 돌보심을 받고 돌아가시는 것이 아버지께는 큰 복일 것 같다’는 가 족 간 상의 끝에 입소 결정이 있었고, 바로 입소가 이루어졌다. 많은 시간이 허락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아는 자제분들이 돌아가며 거의 매일 방문하여 아버지께서 마지막 가시는 길이 외롭지 않게 해드리려고 노력하였다. 미음만 겨우 드셨던 할아버지께서 시간이 흐를수록 드시는 것이 다양해질 정도로 어느 정도의 회복 기미를 보이시더니 표정도 밝아지시고 굳어 있던 얼굴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한다. 급기야는 생전에 좋아하셨다던 소고기 국에 밥을 말아서도 뚝딱 한 그릇을 다 드실 정도로 기력을 찾아가고 계셨다. 몸의 건강뿐 아니라 화성호스피스 봉사자분들의 정성스런 돌봄, 찬양, 목욕, 마사지들을 받으시며 미 세한 목소리로 “고맙다”는 표현을 하실 정도로 감정이 되살아나는 모습을 뵈니 놀랍고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자녀분이, “아버지, 집에 갈까요?” 여쭈니, “가긴 어딜 가” “집에 가면 뭐해” 그렇게 말씀하시기도하고, 좋으시면 박수도 치시고, 봉사 팀의 손을 꼭 잡고 안 놓으려 하기도 하시 고 “고맙습니다” 인사하시며 때로는 눈물을 보이기도 하셨다. 이곳에서는 ‘애기 할아버지’라고 불러 드리곤 했다. 예배시간에 거실에 나올 수가 없어서 침대를 문 앞까지 밀어 와 최대한 예배자리에 함께 하시도록 했고, 낮에 찬양을 잔잔히 틀어드리고, 오며 가며 전해드렸던 천국 소망의 말씀들을 들려 드렸다.
“아버지가 이곳에 계시는 것이 얼마나 아버지께 큰 복인지 모른다”고 입 버릇처럼 말하던 따님은 독실한 타종교 신자이시다. 하지만 이곳은 그런 외적 벽은 보이지 않는 곳이다, 이곳 모두의 관심은 오직 사랑이다. 따님은 아버님의 예상을 훨씬 뛰어 넘는 날로 호전되어 가시는 모습이 너무 좋아서 그 감사 표현을 마치 순수한 어린아이가 감정을 표출하듯이 하신다. 미용 일이 전문이니 이 곳 환자 분들의 머리 손질은 직접 돕고 싶어도 하시고 ‘이 고마움을 다 갚을 길이 없다’며 평생 후원자를 여 러 분 소개 시켜주기도 하셨다. 시간이 흘렀고, 차차 하나님의 때가 되었는지 할아버지의 컨디션이 나날이 난조를 보이고 있었다. 물도 한 모금 넘기기 힘드실 정도로 쇠약해져 갈 즈음, 가족에게는 “이제 시내 병원으로 옮기셔서 마지막을 가족 품에서 잘 보내드리는 것이 좋겠다” 라고 권해드렸다. 그러나 가족 간의 상의 끝에 “ 아버지는 여기에서 가시는 것을 더 행복해 하실 것 같애요”하는 의견을 전해 왔다.
마지막 날, 점점 소멸되어가는 불씨같은 호흡을 유지하고 계실 때, 그 자리를 지키며 영혼 구원을 생 각하면서 간절히 기도하고 찬양을 불렀다. 문득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하나님 자신이다”(잠16:9) 하심이 생각났고, “믿음은 들음에서 난다”(롬10:17)고 하셨으니 (일일이 표현은 어려우셨을지라도) 그 간의 말씀들이 할아버지에게는 매우 의미있게 받아 드려 졌을 것이며, '이 아름다운 마지막을 위해 이곳에 맡기셨구나'에 이르자 머리에 쥐라도 날 것 같았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그렇게, 너무나 평온하게, 하나님 품으로 옮기 워 가셨다. 마지막 불씨가 꺼지는 그 순간을 지키며 “하나님 이 영혼을 받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뜨거운 눈물과 함께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장례를 마친 날. 늦은 시간에 문자를 보내 왔다.
‘아버지와의 이별 후 다가올 삶을 생각해보면서 지금까지 살아왔던 “삶”이 아닌 또다른 삶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네요. 새로운 삶의 길목에서.. 떨림과 약간의 흥분됨이 밀려오며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조금씩... 아주 조금씩 느껴가는 삶을 맞이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아직은 희미한 느낌의 그 무엇을 기다리면서요....‘
그 가족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과 구원 계획을, 따님의 순수하고 진심어린 고백을 통해서 느끼고 확신하며, 주님께서 꼬옥 안아 주시기를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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