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자 일지(학생 봉사단 봉사 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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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피스 봉사를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과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으신 분들을 저희와 같은 학생들이 도와드릴 수 있는지 많은 생각을 했었고

행여나 환자분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은 아닐지 많은 고민을 했었습니다.

 

사실, 봉사를 하기 전의 호스피스 병동은 매우 조용하고 차가운 공기가 흐르는, 우리의 평범한 일상과는

매우 괴리감이 느껴지는 곳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봉사를 올 때 더욱 긴장하게 되고

엄청난 부담감을 가지고 봉사에 임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봉사를 해보니, 호스피스 봉사는 엄청난 부담감을 갖고 임할 필요가 없는 봉사라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만난 환자분은 이제 곧 퇴원(물론 상태가 좋아지셔서 가는 것이 아니라 남은 시간을 집에

서 보내기 위한 퇴원이었을 것입니다.)하셔서 집에 가실 분이셨는데 그 분은 단지 제가 집에서 가족분

들 만날 생각하시니까 좋으시죠?”라는 일상적이고 평범한 말 한마디에도 기뻐하셨습니다.

아마도 누군가가 본인을 위해서 말을 건네주는 이 경험이 많지 않으셨기에 작은 정성에도 큰 기쁨을 느

끼신 것 같았습니다.

 

어쩌면 이렇게 굉장히 힘든 상황에 놓이신 분들에게 따뜻한 말 한 마디를 건네주는 사소한 것이 호스피

스 봉사의 본질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부터는 더는 과도한 부담감 없이 호스피스 봉사를 지

속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호스피스 봉사를 하면서 인상 깊었던 경험 한 가지를 더 소개하려고 합니다.

제가 봉사를 갔던 날은 우연하게도 어떤 환자분의 생신이 있던 날이었습니다. 호스피스 병동의 평균 입

원일수가 23일인 것을 감안한다면 아마도 그 생신은 환자분의 마지막 생신이었을 것입니다.

 

그러한 마지막 생신을 축하드리기 위해 저희는 생신축하 노래를 불러드렸습니다. 그런데 화기애애한 분

위기 속에 웃지 못하고 눈물을 훔치시는 분이 계셨습니다. 바로 환자분의 따님이셨습니다. 차마 아버지

를 생각하면 소리 내서 울 수도 없고 그렇다고 울지 않기에는 너무 감정이 복잡하셨을 것입니다. 저는 그

생신을 보며 두 가지를 깨달았습니다.

 

 

첫째, 호스피스 병동에서도 생신과 같은 지극히 일상적인사건이 일어난다는 사실은 호스피스 병동은

항상 무겁고 차가운 공기에 둘러싸여 있다는 저의 생각을 바꾸어놓았고 그러한 좋은 분위기에서 환자가

편안하고,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희의 의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둘째, 호스피스 봉사는 그 범위가 환자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에게까지 미친다는 것입니다. 환자분에게

가장 의지가 되는 주체인 가족 분들이 낙담하시면 환자분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너무 아까운 시

간을 잃는 것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호스피스 봉사는 가족들을 돌볼 수 있어야 진정한 봉사의 의

미를 달성할 수 있는 것이고 환자분들의 가족들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호스피스 봉사는 가장 시간이 적은 사람들에게 가장 큰 울림을 줄 수 있기에 그 어떠한 봉사보다도 가치

있다고 생각하고, 저는 그러한 호스피스 봉사의 매력에 끌려 봉사를 하게 되고 여기에 글을 적어보게 되

었습니다.

여러분들도 한 번 호스피스 봉사의 매력에 빠져보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