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별가족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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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이 땅에서 아버지와의 이별을 한 지가 어느 덧 일년이 다가 오네요.

아버지를 생각하다보면 늘 함께 떠 올려지는 이곳 쉼터!

이곳을 잊고는 아버지를 생각할 수 없는 아주 특별한 이곳과의 인연이 이제는 제 삶의 자양분이 될 것 같습니다.

 

일년 전. 희미하게 다가왔던 새로운 삶의 느낌이 세월이 지나며, 그날의 흥분됨과 떨림이 아주 조심스럽게 뿌리를 내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희망을 안고 두서없는 글을 써 봅니다.

 

아버지는 95세까지 계시면서 여느 아버지들처럼 제겐 한 번도 다정하고 따뜻한 모습도, 또한 든든한 아버지로도 계시지 않으셨어요.

이로 인하여 아버지와의 관계만큼은 마치 건들면 터질 것 같았던 시한 폭탄를 안고 있는 듯한 아주 특별했던 관계였지요.

 

저와는 그런 관계에 있던 아버지의 쉼터생활 두달 반은 평생을 받지 못하셨던 사랑을 한꺼번에 받으시던 기간이었고, 쉼터 분들은 아버지와 특별한 관계로 딸이 하지 못했던 사랑을 대신 베풀어 주신 분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제 삶에도 아버지에 대해 막연하게 느꼈던 흥분됨과 떨림의 새로운 뿌리를 내릴 수 있게도 하였습니다.

 

아버지!

그동안 아버지를 생각만 해도 상처가 너무 커서 터질 것 같았던 아픔이 있었지요.

하지만 이제와서 생각해 보니 세상에 태어날 수 있게 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또 감사했어야 하는데도. ? ? 하며 투정만을 고집했던 이 딸을 위해 그렇게 힘들어야만 했던 오랜 세월을 철이 들 때까지를 기다리셨나?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아마도 받고 또 받고 싶은 욕심이 갈증으로 저를 그렇게도 힘들게 했었나?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이곳 쉼터에서 편안히 보내 드릴 수 있게 되어 여식으로서 그나마 지울 수 없는 아픔만큼은 면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서 쉼터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리게 됩니다.

 

이곳 생활은 투정으로만 꽉 차 있던 70살 딸에게 이제서야 진정한 사랑이 무언지,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새삼 생각해 보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머리로만 알고 있던 받는 사랑도 감사하지만, 줄 수 있는 사랑이 훨씬 행복하다는 것을 조금씩 가슴으로 깨닫게도 하셨습니다.

 

아버지!

이런 딸을 기다려 주시느라 정말 고마웠습니다.

 

(시설장 주: 따님은 아픈 가정사의 상처를 뒤로하고, 출퇴근 하다시피 아버지 마지막 길에 공경을 다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