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무자 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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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오지 마이소!”

 

목회자라고 소개하며 입원하신 날 인사를 드리고 있는 저에게 건넨 첫 한마디였습니다.

부드러운 미소 앞에 차갑게 대하시는 모습이 당황스럽기도 하고, 기독교에 대한 어떤 깊은 마음의 상처가 있으시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 더욱 조심스럽기도 하였습니다.

 

더군다나 맞은편에 있는 환우 분은 매일 예배를 사모하며 믿음으로 천국을 준비하고 있는 분이셨는데(임종 1시간 전까지 천국의 확신을 표현하셨지요), 내일부터 예배를 드리지 않겠다고 TV를 끄라고 하시니 병실의 분위기도 상당히 무겁게 만들었습니다.

 

사무실에 돌아와 조용히 기도를 드렸습니다.

하나님, 어떻게 해야 이분의 마음을 열수 있을까요?”

매일 봉사자분들에게 브리핑을 통해 상황을 말씀 드렸고, 이에 대한 피드백을 주실 때 저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들었습니다.

그럴수록 우리는 더욱 사랑으로 다가가야 합니다.”

 

저는 예배를 드린 후 문안 인사를 가볍게 하고, 봉사자분들이 정성스럽게 사랑으로 섬겨주셨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병동에 계신지 1주일이 지난 후의 그분의 표정이 많이 밝아지셨음을 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매일 영적인 민감성으로 바라보고 있으니 심인님이 보여주시는 조금의 옅은 미소가 저에게는 엄청 큰 변화로 느껴지게 된 것입니다.

 

병동에 계시면서 처음 목욕을 하게 되었을 때, 저도 같이 목욕 봉사를 들어갔습니다.

자신의 몸을 맡기는 순간은, 가장 마음이 열리게 되는 시간입니다.

본의 아니게 저와의 첫 만남의 순간부터 약간의 껄끄러운 마음을 서로 가지게 되었지만, 짧은 시간이나마 저희들의 진심을 담은 사랑에 호의적인 마음을 가지게 되셨을 것이고, 그래서 저와 함께 있는 목욕탕은 조금은 멋쩍은 상황이었을 것입니다.

 

조심스럽게 심인님의 손을 잡고 목욕을 위해서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조용한 피아노 연주곡을 틀어놓고, 남자 봉사자분들과 함께 정성스럽게 목욕을 시켜드렸습니다.

 

수많은 환우 분들을 만나왔지만, 특별하게 시작된 심인님과의 만남은 저에게도 영적으로 긴장의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짧은 순간 기도를 거부감 없이 받으시는 것을 생각하며 보람도 있었고, 피아노 연주곡의 영향인지는 몰라도 마음의 평안함과 벅차오르는 감정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뜸 형제 중에 목회자가 된 사람이 있다고 말을 하기 시작하셨습니다.

정통적인 유교 집안에서 제사를 지내야 하는 장손이 목회자가 되는 과정에 많은 아픔과 상처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분이 어떻게 기독교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가지게 되었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왜 저에게 그런 마음속의 이야기를 털어놓으시는 지도 생각해 보게 됩니다.

 

바람 같은 사람의 마음을 붙잡는 일은 정말 기적 같은 일이예요.” 라고 이번 43기 교육을 마친 어느 집사님의 소감이 오랫동안 마음속에 남아 있습니다.

 

바람 같은 마음을 한 자리에 머물게 만드는 기적 같은 일을 우리 안호선이 하고 있습니다.

진심을 담은 사랑의 섬김으로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일이야 말로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그 후로 우리는 반갑게 인사를 하는 사이가 되었고, 병원에 계시는 동안 최선을 다해 섬길 수 있는 시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가 만나는 모든 환우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천국을 향해 가는 구원선의 바람이 되기를 소망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