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사자 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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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렐루야!

저는 호스피스 봉사자 19기로 수료한 박명숙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하여 우리 안양호스피스에서 봉사자로서 활동도 할 수 없고 모든 일상생활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이때에 정태수 목사님으로부터 소식지 글을 부탁받았습니다.

글재주는 없지만 사순절의 경건함과 거룩한 부담감을 가지고 그동안의 봉사자로서의 저의 소감을 올리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저는 2007년도에 같은 교회 다니는 권사님의 권유로 호스피스 봉사자 교육을 받았습니다.

호스피스란 죽음을 앞둔 말기환자와 그 가족들을 사랑으로 돌보는 행위로서 환자가 남은 삶 동안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높은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 죽음을 평안하게 맞이하도록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 영적으로 도우며 사별가족의 고통과 슬픔을 경감시키기 위한 총체적 돌봄활동을 말합니다.

 

저는 이러한 호스피스의 이론 교육과 완화병동 내에서의 실습, 그리고 죽음의 준비교육(유언장 작성, 관속에 들어가 죽음 체험하기)등을 포함하는 12주간의 교육을 받고 수료하였습니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주야간의 교육생이 6~70명에 달했지만, 현장에서의 봉사자는 10% 정도가 정착하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수료를 마치자마자 요일을 정하고 봉사를 바로 시작했습니다.

정해 진 날. 병원에 올라가면 환우들의 상태에 따른 주의사항과 행동지침을 듣고 병실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실습 때도 그랬지만, 코를 찌르는 냄새와 환우들의 퉁퉁 부은 모습, 살과 근육이 다 빠진 앙상한 모습이 적응이 안 되어 가슴이 먹먹하고 눈물부터 나왔습니다.

 

저는 여린 마음에, 그런 환우들을 돌봐야 한다는 것과 악취를 견디려 입으로만 숨을 쉬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봉사를 계속해야 하나?’ 걱정이 되고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성도로서 주님의 부르심이 분명한 이곳 아닌가! 여기서 물러설 수는 없다는 생각에 성령님께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이분들을 섬길 수 있는 강한 마음과 역한 냄새를 견딜 수 있는 둔한 후각을 달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한주, 한달, 일년의 시간이 흘러가는 동안 저는 자연스럽게 모든 것에 적응을 하게 되었고,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답니다.

 

또한 환우들 머리감기와 손톱깍기, 샤워실에서 목욕시키기, 발마사지 등. 요령도 부족하고 힘도 약하지만, 이 모든 것들을 선배님들과 합심해서 하니 얼굴에 땀이 흐르고 옷이 젖어도 기쁘게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선후배님들과 함께 유대감을 가지고 귀한 사역을 하고 있더군요.

매주 팀원들이 같이 기도로 시작해서 주의 사랑으로 다가 가, 손잡고 찬양 부르고, 허브향이 가득한 풋 미스트와 크림으로 발마사지도 해 드리곤 하던 때가 그립습니다.

그리고 주는 것이 큰 축복이었음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20:35).

 

이렇게 장기간 휴무 속에 재충전의 의미도 있기는 하지만, 이 글을 쓰는 이 시간도 소리 없이 다가오는 죽음 앞에서 두려움과 외로움으로 절규하는 분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고 몹시 안타깝습니다.

 

하루빨리 코로나 19사태가 진정되어 정상적인 일상생활과 봉사의 자리에서 귀한 사역을 이어 갈 수 있기를 간곡히 고대하며 기도합니다.

회원님들 모두 건강 유의하시고 주님 안에서 평안하시길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