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사자 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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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딱 이 맘 때 쯤 이었던 것 같습니다.

호스피스 이론교육을 마치고 메트로병원에서의 실습 첫날이었지요.

 

낯선 병동과 죽음을 앞에 두신 분들과의 만남을 앞에 두고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걱정 반 근심 반 했던 첫 날의 두근거림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일찍 도착한 제게 정태수 사무국장님이 물으셨습니다.

이 일을 어떻게 하게 되었느냐?’고요.

마땅한 대답을 찾지 못한 저는 사무국장님께 되물었습니다.

어떻게 이 일을 하시게 되었느냐?’고요.

 

그날 국장님의 사연을 들으며, 이 봉사는 특별한 부르심(소명)이 있어야 하는 구나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 일은 아니라는 거죠.

사실 어쩌다 교육을 받게 되었고, 어쩌다 보니 실습까지 오게 되었지만, 꼭 봉사를 해야겠다는 마음까지는 아니였기에 많은 도전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들어오신 금요팀 양혜영 팀장님!!!

~~~후광이단박에 닮고 싶다!! 생각되었습니다.

곧이어 들어오시는 금요팀 베테랑 권사님들을 차례로 뵈며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한결 같이 밝고 기쁨이 가득한 모습 이셨기에, 이곳이 어떤 곳이고, 어떤 일들이 벌어지기

에 기쁨이 가득 하시고 즐거움이 가득 하실까? 알고 싶어 졌습니다.

 

종종거리며 따라가는 제게 팀장님이 물으십니다.

어떻게 이 일을 하게 되었느냐고요

좀 빨리 온 것 같다, “원래 호스피스 병동은 다른데 봉사를 많이 하고 젤 마지막으로 오는곳인데, 어떻게 바로 여기로 왔냐”?고 물으셨습니다.

 

이날 메트로를 나서기 전까지 이 질문만 세 번을 받았습니다.

팀장님의 질문은 주님이 제게 던지신 질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네가 이 일을 하려느냐?”

 

실습 봉사를 다 마칠 즈음, 임종직전 환우 분 가족께서 찬양과 기도를 부탁하셨습니다.

아버지를 보내 드리기는 했지만 가까이서 임종을 지켜보기는 처음이기에 다소 긴장이 되었습니다.

 

병실에 들어가니 이미 환우님은 의식이 없어 보이셨습니다.

권사님들과 함께 찬양하며 기도하던 중. 문득 환우님의 팔을 잡게 되었습니다.

생명이 스러져 가는 팔을 잡은 제 손에 찬양과 기도 소리에 맟춰 힘차게 움직이는 환우님의 반응이 느껴졌습니다. 이거 뭐지?

네가 이 일을 하려느냐? 네가 있을 곳 이곳이다

 

그날 이후로 지금까지 병동은 제게 생명이 살아나고, 기쁨이 흐르는 은혜의 장소가 되었습니다. 또한 한 영혼도 절대로 포기하지 않으시는 하나님의 열심을 목도하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코로나 19로 봉사를 쉬고 있는 지금,

섬김조차도 주님이 허락하셔야 가능한 것임을 배우고 있습니다.

길고 힘든 이 시간들을 지나 어느 날 주님 다시 부르시는 그날에, 사랑하는 우리 금요팀 권사님들과 안호선 모든 봉사자 분들과 함께 기쁨으로, 감사로 병동에 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끝까지 주님의 기쁨이 되어지는 착하고, 충성된 안호선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