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무자 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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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괜찮아.”

 

제가 딸에게 뭔가 실수를 하자 건넨 한마디였습니다.

그런데 그 말을 듣는 순간 제 마음을 울컥하게 만들었습니다.

당장 조용한 곳으로 달려가서 눈물을 왈칵 쏟고 싶은 감정이었습니다.

 

그 후로 몇일 동안 어째서 5살 딸의 한마디에 그토록 감정이 솟구쳤는지 계속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내린 결론은 그때에 제가 누군가의 위로가 절실히 필요했던 순간이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위로가 필요하니까 5살 아이가 던지는 말 한마디에도 위로가 되었던 것입니다.

 

호스피스 현장에서 영적·신체적·정서적 돌봄으로 다가갈 때에 가장 필요한 것이 공감능력입니다. , 자신보다 환우들의 감정을 살피는 마음이 커야 하는 것입니다.

두려움과 초조함으로 있을 그들에게 따뜻한 눈빛으로 손 한번 잡아주는 것만으로도 정말 큰 위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 역시도 섬김의 자리에서 많은 실수와 놓치고 지나친 부분이 있었음을 보게 됩니다.

위로의 목적으로 많은 말들을 하는 순간에도 그들은 단지 옆에 있어주기만을 원했습니다.

작은 도움이라도 되고 싶어서 이것저것을 살피는 동안에도 그들은 그들이 한숨 속에 내뱉는 한마디에 귀기울여 주기를 원했습니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라는 어느 저자가 쓴 책의 제목이 오늘날 같은 상황에서 절실히 와 닫는 것 같습니다.

 

O도님(. . 50)은 젊은 남자분이었습니다.

컨디션이 좋으셔서 거동이나 의사소통이 가능했습니다.

어느 날 이분이 마음을 많이 열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봉사자분들이 목욕을 시켜드리면서 친해지게 되었고, 복음을 권면하자 열린 마음으로 생각해 보겠다고 하셨던 것입니다.

 

제가 놀랬던 것은 김O도님의 특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화를 단답형으로 하시는 분이었습니다. 대부분의 말씀을 . 좋아요. 괜찮아요. 없어요.” 라는 정도였습니다.

한번은 1층 로비에서 무심코 지나치시길래 우리 밖에서 만나니 더욱 반갑지 않으세요?”라고 인사를 건네기도 하였습니다.

그랬던 분이 마음을 여셨다고 하니, 얼마나 감사하고 반가웠던지요.

 

그후로 봉사자분들과 어떤 적절한 방법으로 섬겨야 할지 나누기도 하고, 같이 기도하면서 조심스럽게 다가가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목욕을 미루거나 발마사지를 안받겠다는 의사를 보이셨습니다.

물론 조금씩 컨디션이 떨어질 때도 있었지만, 인사도 없이 2달이 되어 다른 병원으로 옮기셨습니다.(호스피스는 한 병원에서 2달씩 이용할 수 있습니다.)

 

왜 그분이 그토록 마음을 닫으셨는지 정확한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건 자신의 상황과감정의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어느 시점에서 이루어진 섬김이 불편하게 다가왔다는 것입니다.

 

바람과 같은 마음을 붙잡는 일이 우리 호스피스가 해야 하는 일이기에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14주간의 긴 교육을 통해서 호스피스에 대해 이해하면서 봉사자로 거듭나려고 노력하는 것이고, 실무자들 역시 끊임없이 자기 성찰과 점검이 필요한 것입니다.

 

상대방의 마음을 아는 것.

거기서부터 우리는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