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자 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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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부터 호스피스병동 환우와 가족과 함께 한 시간이 어느 듯 햇수로 23년째이다.

27세 젊은 나이로 죽음을 앞둔 환우와 가족을 대할 때는 너무 떨리고 두려움도 있었다.

특히 그 시절에는 밤 근무를 혼자서 감당해야만 했는데, 간밤에 3명의 환자분이 몇 분 차이로

임종을 맞이한 날도 있었다. 다행히도 그때부터 병동에는 목사님이 계셔서 전화를 드리면 한 밤중에도 달려 오셔서 임종예배를 드려 주셨다.

 

처음에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컸지만, 지금은 그 두려움이 사라진지 오래다.

사람은 누구나 이 세상에 태어나면 죽음을 맞이한다.

죽음의 순간이 나와는 상관이 없고 먼 훗날일이라 생각하겠지만, 뜻하지 않게 가까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을 배우고 있다.

 

당시 나의 신앙은 뜨거운 믿음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긴 시간 동안 하나님은 참으로 많은 것을 체험하게 하셨다. 늘 함께 하시면서 나의 마음을 너무나 잘 알고 계시니 힘들 때 마다 때를 따라 도우시는 은혜‘(4:12)를 체험하게 하셨다. 감사할 따름이다.

호스피스병동에서 근무하면서 배운 것은 작은 것부터 감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환우 분들 대부분이 우리가 그동안 당연시 하고 잊고 있던 일들에 대하여 크게 고통하고 계신다. 드시고 싶어도 드실 수 없고, 산소가 아니면 마음껏 숨을 쉴 수가 없고, 지금처럼 아름다운 4월의 풍경을 마음껏 볼 수도 없고, 걸을 수 있는 분들도 코로나 상황이라 밖에 나가기가 쉽지 않다.

 

살다 보면 너무 벅찬 일로 힘들어 하기도 하지만, 죽음 앞에서 힘들어 하는 환우와 가족을 볼 때는 나는 그래도 행복한 사람이구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동안 잊고 있던 나와 내 가족이 건강한 것만 해도 얼마나 큰 은혜인지를 깨닫게 된다.

 

나는 이곳에서 우리 환우 분들에게 천국 소망이 얼마나 큰 위로와 힘이 되는 지를 수시로 확인하게 된다. 폐암인 50대 초반의 젊은 환자분은 집사님이셨다. 한번 숨이 차 오르기 시작하면 안절부절 못하고 많이 불안해 하셨다. 가족 구성원 중 누군가가 아프면 가족 모두는 함께 고통한다. 지켜보는 남편과 아들도 이 안타까운 상황에 어쩔 줄 몰라 하셨다.

집사님! 기도해 드릴까요?” 가뿐 숨을 몰아 쉬는 힘든 상황에서도 ,”하셨고, 기도를 마치면 안정된 모습을 보이곤 하셨다. 고마워하는 눈빛이 역력하다.

어느 날 마음먹고 그에게 다가섰다.

집사님! 천국은 어떤 곳일까 생각해 보셨어요?” “......?”

그곳은 이미 주님이 마련해 놓으신 곳이예요. 더 이상은 아픔과 고통이 없는 영원한 곳이지요. 이제 집사님은 우리들 보다 한발짝 먼저 이사를 가시는 거랍니다.”라고 위로해 주었다.

가실 때도 혼자 가는 것은 아니예요. 보내주신 천사 손을 붙잡고 올라가게 되는 데 눈이 부실 정도 밝은 곳이 나오게 될 때는 그곳이 곧 천국이랍니다라고

 

뿐만아니라 먼저 가셔서 기다리고 계시는 동안에 뒤따르는 사랑하는 가족들을 반드시 다시 만날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도 굳게 하셨어요”.

먼저 떠나가신 분들도 바로 그 약속 붙잡고 힘을 내시곤 했답니다.“ 눈이 반짝이며 무언가를 생각하는 것 같았다. 절체절명 가운데서 이만한 위로를 어디에서 얻을 수가 있을까?

 

그 후로도 틈틈이 위로를 드리곤 했었는데 어느 날 집사님은 많은 분들의 중보기도를 들으며 잠자 듯이 평안한 모습을 보이며 천국으로 이사를 가셨다.

가족 분들은 그토록 힘든 순간에 기도해 주어서 얼마나 힘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매우 정중하게 고마움의 인사하고 가셨다.

 

지금 병동에는 코로나로 인하여 직계 가족 외에는 어느 누구도 병상 출입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예배도 중단된 상태이며, 많은 환우들이 기다리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의 손길도 끊겼다. 하루 속히 코로나가 종식되어 예전처럼 예배도 드리고, 봉사자도 함께 할 수 있는 날을 손꼽아 기다려 본다. 호스피스 돌봄은 영육간의 다학문적(多學問的) 돌봄인데 너무나 안타까움이 크다.

 

작년 11월부터 호스피스병동 수간호사로 책임을 맡고 있다.

호스피스 병동을 책임진다는 것이 어깨가 무겁게 느껴질 수 도 있지만, 주님이 함께 하시기에

두려울 것이 없고, 돌볼 수 있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특히 혼자가 아니라, 형제같은 동료들 모두가 힘을 합쳐 선()을 이루어 가는 일이기에 더욱 보람이 크고 감사하다.

 

주님! 모든 것에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