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학0
참빛교회 한성고등학교 교사0
 
지금부터 꼭 7년 전 나는 두달간 고열의 열병을 앓았다. 얼음냉수도 해열제로도 어찌할 수 없는 정신적 혹은 열
병이었다. 중학교 2학년 때 교회를 처음 출석한 이후, 한번도 빼먹지 않은 주일 예배를 두달동안,그것도 100%
나의 의지로 참석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주일내내 교정을 어스렁 거리며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풀리지 않은 근본적 물음에 답을 구하지 못한 나는 조금
씩 지쳐가고 있었다.
 
"하나님은 계신가?" 나는 감히 이것을 묻고 있었다.
고등학교 3년 내내 집과 학교, 교회만을 오가며, 착한아들로, 공부만 하는 학생으로,학생회장까지지냈던 성실
한 기독학생이 대학생활 2년째의 여름,그 해 여름보다 더 뜨거운 열병을 앓고 있던 것이었다.
 
갑갑한 고3생활을 끝낸 나는 입학 직후 여기저기 동아리를 기웃거리며 여러 친구들을 사귀었다. 당시 대학생은
두갈래로 나눌 수 있어 보였다. 항상 심각하게 질문을 갖고, 지내던 운동권 학생, 그외 다수의 학생들..
 
내게는 운동권 친구들이야말로 삶을 제대로 사는 듯이 보였다. 사회를 고민하고 근원적 질문에 답을 찾고자 애
쓰는 그들의 생활이 바로 참다운 대학 생활이라고 느껴졌다. 그 친구들이 집회를 참석하고 노래하고 시위하며
싸우는 모습은 나에게 묻고 있는 듯했다.
"뭐하고 있는지, 이 사회의 모순과 불평등 앞에서 가만히 있을 것인지...."
 
한 친구는 예수도 혁명가였다며 민중신학 서적을 권해주기도 했다. 허나 아쉽게도 주위의 신앙 선배들은 이 질
문에 답해주지 않았다. 아니 관심도 없어 보였다. 그들은 그저 성경 읽고 전도하는 개인구원에만 관심있어 보였
다. '크리스챤의 사회구원' 바로 내 열병의 첫 질문이었다.
 
그로부터 7년 후 나는 다시 내 몸의 미열을 느끼고 있다. 이 글을 쓰며 회의와 방황이 아닌 믿음과 확신의 뜨거
운 기운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제 드디어 답을 찾은 것 같다. 나의 하나님이 계시다는 확신과 함께 크리스챤으로 이 사회에서 어떻게 살 것
인가에 대한 응답도 왔다.
 
졸업하고 직장을 구하고 결혼하여 가정을 이룬 요즘, 대학 시절 열병의 회복을 바라보고 있다. 언저리에서 맴돌
았던 학생운동을 뒤로하고 나만의 사회운동을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여러 시만단체의 후원을 통해 서명운동과
진보적 공부를 통해, 또 학교에서 아이들을 일깨우는 수업을 통해, 그리고 3년째 호스피스 활동을 통해서...
 
7년전 운동권 친구들이 하나 둘 사회로 들어가 생활에 묻혀갈 즈음 나는 새로운 운동을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내 열병의 치유는 바로 여기에서 왔다. 호스피스 교육을 통해 삶과 죽음의 문제를 확실히 했고, 또 봉사
활동을 통해서 크리스챤의 사회구원도 이룰 수 있음을 배웠다.
 
인간사의 모든 질문은 바로 '죽음'을 어떻게 이해하고 준비하는냐에 있다는 것을 배웠으며 개인구원과 사회구
원이 결코 떼어놓을 수 없는 일임을 직접 체험하며 깨달았다. 일주일에 두시간을 전후로 하는 봉사활동이지만
이 시간은 주일예배 와 더불어 미룰수 없는 부동의 시간이며,내 생활의 방향이 과연 올바른가를 질문하는 시간
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을 눈앞에 둔 이들을 도우며 내가 느끼는 것은 삶의 에너지요, 내 삶의 방향에 대한
확신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