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를 배우며

윤혜경 전도사0

참빛교회 호스피스 병동 간사0

소꼽놀이를 무척 좋아하던 어린 시절이 있었습니다. 작은 소나무 사이로 지붕 없는 집을 만들고,찢겨진 비닐 조

각 하나가 방이 되고, 사방에 풀이 밥도 되는, 반듯하고 윤기나던 사철나무 잎은 돈이되고,부러진 소나무는 자

동차가 되는 마을... 많은 음식도, 많은 돈도, 필요없던 마을...

더욱이 그것을 감출 대문이 필요 없던 마을....

저의 어린 시절 오후는 이 마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어김없이 저녁 해가 지면 그 마을은 사리지고 우리

의 소꼽놀이는 끝이 납니다.

그리고 하나둘씩 연기가 피어오르는 집으로 돌아갑니다. 어떤 때는 어머니 의 손에 이끌리어 먼저 돌아가는 아

이도 있지만, 아무도 어둠에 갇힌 마을에 남아 있는 아이는 없습니다. 아이들이 떠난 자리에는 돈도 뒹굴고, 서

로 먹여 주며 즐겁게 웃던 음식도 버려져 있지만 아무도 그것을 챙겨 들고 가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집에 돌

아가면 신데렐라 마법과 같이 돈과 음식이 풀과 나무로 바뀌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어떤 아이는 사철나무 잎

을 주머니에 담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지없이 그 아이가 집에 가면 어머니는 그 잎을 휴지통에 버립니다. 때로는 죽음을 준비시키는 호스피

스 사역이 야속하기도 합니다. 믿음이 없는 것도 아니고, 천국의 아름다움 을 모르는 것도 아닌데, 때로는 죽음

이 아닌 삶의 얘기만을 전해 주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아마 그것은 아직 세상에서 이루워야 할 꿈이 있다고 믿

는 이에게 실망을 주고 싶지 않은 아픔의 표현일 것입니다.

노ㅇ미님도 그러했습니다. 30살의 미혼,몇 달전까지만 해도 발레를 공부하는 꿈많은 일본 유학생이였습니다.

언니가 처음 왔을때, "언니! 만나서 반가와요" 하고 인사는 했지만 얼굴은 한참 어린 동생처럼 느껴지는 갸날픈

소녀였습니다. 자칭 투철한 불교신자들의 찬송소리가 신경쓰여서 2인실로 옮길 만큼 날카로워져 있는 상태였

습니다.그런 언니에게 해 줄 수 있는 말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아니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나 역시 호스피스

는 성령님의 역사가 그려지는 곳이었습니다.

어느날부터인가 언니는 예수님과 천국을 소개하는 설교 속에서 녹아져 있었고, 찬송가를따라 부르며 말씀과 기

도속에서 "아멘" 으로 화답하기 시작했습니다. 상태가 많이 안 좋아져 임종실로 옮겨졌습니다. 하루 이틀..생각

보다 긴 시간이 임종실에서 계속되었습니다.

수간호사 선생님이 헝크러진 긴머리를 양쪽으로 묶어주었습니다. 그리고 물로 몸도 깨끗이 닦아주었습니다.

지켜보던 아버지가 언니의 손을 붙잡고 말씀하십니다.

" ㅇ미야! 수선생님이 우리 ㅇ미 천국가도록 깨끗이 씻겨주네"

언니가 천국가는날 아버지는 대성통곡하며 울었습니다. 언니가 천국에 간 사실을...제가 호스피스를 배우면서

느낀 것은 호스피스는 어떤 특수한 사람들의 삶이 아니라 곧 나를 배우고 탐구하게 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속에는 늘 성령님의 역사가 있다는 시실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주는 자'와 '받는 자' 중에서 '받는 자' 가 되기 위해서 살았습니다. "만약 나에게 물질적인 축복

이 온다면, 건강을 허락하신다면, 좋은 환경을 허락만 하신다면..."

하지만 이제는 '주는 자' 로 살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숨쉬는 이 시간조차 제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미

저는 충분히 받은 자입니다.

"제가 만약 가난한 자라면 나보다 더 가난한자를 생각하게 하시고, 제가 만약 아픈 자라면 나보다 더아픈자를

생각하게 하시고,내가 낮은 자라면 더욱 낮은 곳을 향하여 일 할 수 있는 용기를 주소서

" 이 기도가 제 삶의 기도가 되길 소원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