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메모

- 메트로 병원 호스피스 병동 간호사 일동 -o

5월 29일 월요일 저녁

또 다시 젊은 아가씨가 이곳에 오셨다.

현재 병동에 계신 하ㅇㅇ , 노ㅇㅇ , 황ㅇㅇ 님은 모두 나이가 똑 같다. 오늘 황ㅇㅇ님 (30세 /f brest ca)을 맞

이하니 다시 가슴이 아프다. 그러나 환자분은 인상이 매우 밝아 보인다. 꼭 어디서 본 듯한 얼굴처럼 친숙감이

느껴진다. "안녕하세요? 오시느라 힘드셨죠?" 하니 "아니예요" 한다. 링겔 주사를 놔 드리니 고단하였던지 잠이

스르르 든다. 엄마는 이곳에서 예배를 드릴 수 있어서 너무나 좋다고 하신다. 황ㅇㅇ님이 주님안에서 참 평안과

위로를 얻기를 바란다.

5월 30일 화요일

어머니와 산책을 하고 훤한 얼굴로 웃으면서 병실로 들어온다. 건강한 인상이 좋다.

5월 31일 수요일

오늘은 가슴이 답답하다고 한다. 코에 산소 공급을 해주었다. 힘들지만 힘들다고 이야기하지 않고 잘 참는다.

난 마음의 위로를 주고 싶어 환자 옆에 앉아 있었다.

6월 1일 목요일

머리를 예쁘고 세련되게 자르는 예쁜 봉사자님이 오셨다. ㅇㅇ씨의 머리를 요즈음 유행하는 멋쟁이 단발 커트

로 잘라 놓는다. 동그스름한 얼굴에 잘 어울린다. 평소 즐겨 하던 진주 머리띠를 하니 병실전체가 다 환한 것 같

다.

6월 3일 토요일

발작적으로 다리의 통증을 호소한다. 숨을 가쁘게 몰아쉬고 식은땀을 흘리며 소리를 친다. 양쪽 코에서는 피가

멈추지 않고 계속 흐른다. packing을 해 주고 당직의사에게 연락해서 지혈제를 처방 받았다. 빨리 증상이 완화

되어서 예전처럼 편안해 졌으면 좋겠는데...

6월 4일 주일

숨쉬기도 힘들고 그래서 말하기도 힘들다.

그 가운데서도 믿음의 확신을 가지고 세례식을 하셨다. 천국을 소망하며 끝까지 승리하길 바란다.

6월 5일 월요일 새벽

눈에 두드러지게 상태가 좋지 않아졌다. 계속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차서 힘들어 보인다. '휴- " 하는 소리가 자

주 들린다. 어머니는 같이 잠을 못 이루고 옆에서 팔 다리를 주무른다. 그래도 지난 밤보다는 통증은 덜하다.

6월 6일 화요일

찌는 듯한 더위가 계속된다. 그나마 바람이 조금씩 불어서 위로가 된다. ㅇㅇ님은 의자에 앉아 숨을 몹시 힘들

고 부자연스럽게 쉬고 있다. 입술이 하옇게 질리고 의식도 안 좋아진다. 조금만 지체하면 그를 영영 못 볼것 같

았다. 산소를 올려주고 기도를 확보해 주고 어머니와 함께 ㅇㅇ님을 달래서 심호흡을 시켰다. 잠시 후 호흡이

부드러워지더니 의식을 찾기 시작했다. 지금은 의식이 돌아왔고 식은 땀을 흘리며 누워 있다. 다시 조금의 통증

은 느끼지만 참을 만하다고 한다. "하나님. ㅇㅇ님에게 준비시켜주시고 가족들에게도 준비시켜 주소서!"

6월 7일 수요일 새벽

아주 작은 신음 소리만이 이 시간대를 지나가고 있다. ㅇㅇ님은 밤새 작은 몸부림만 칠 뿐이다. 어떠한 요구도

없다. 어머니는 딸의 가슴만 따뜻하게 쓸어 줄뿐이다. 침묵속에서 우리는 간절히 바란다. 하나님의 평안함을 ...

6월 8일 목요일 새벽

숨이 차서 밤새 힘들어 한다. 어머니는 쉴새없이 가슴을 마사지 해준다.

6월 9일 금요일 새벽

오늘도 밤새 호흡곤란으로 힘들어한다. 입을 벌리며 숨넘어갈 듯이 호흡한다.

6월 9일 금요일 아침

숨은 차지만 어제보다는 약간 나아 보인다. 그의 언니는 동생이 어제는 한 마디 아니하더니 오늘은 이야기를 한

다고 하신다. 이렇게 힘든데 집에 있었으면 어쩔 뻔했는지... 병원에 오길 너무도 잘했단다. 간호사들이 잘 해

주어서 좋다고 하신다.

6월 10일 토요일 새벽

어제보다는 잘 주무신다. 덜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6월 10일 툐요일 저녁

숨쉬기도 편하고 식사도 하고 기분이 많이 좋다. 어머니께서 딸이 똑똑하고 애교가 많아 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으며 손재주가 좋아 수도 잘 놓는다고 이야기하니, ㅇㅇ님은 활짝 웃으면서 "빨리 나아서 간호사들에

게 예쁜 수도 놓아 드리고 싶다"고 한다. 옆자리의 아주머니도 눈이 동그랗게 뜨며 너무 예쁠것 이라고 하신다.

6월 15일 목요일 새벽

밤새 편히 못자고 콜록콜록 기침을 자주 한다. 가습기와 기침에 도움을 주는 약을 쓰지만 안타깝다.

6월 17일 토요일 새벽

수면제를 먹고 잘 주무신다. 기침소리도 어제보다는 덜하다. 이렇게라도 잘 수 있으니 정말로 다행이다.

6월 23일 금요일 낮

황ㅇㅇ님의 모습은 입원 할 당시보다 살이 좀 빠졌지만 덕스러운 맏며느리감이다. 성품도 옆사람에게 평안을

준다. 그렇게 아파도 과장님께서 회진을 하시면 감사하다는 인사는 꼭 한다. 오늘도 말도 제대로 못하게 너무

숨이 차서 입을 벌리고 힘겹게 숨을 쉰다. 과장님께서 흉막 천자를 하였는데 완전히 검붉은 피가 나온다.

그의 언니가 병실 밖으로 과장님을 따라 나온다. 이렇게 피로 나오면 일주일도 못 간다고 보호자에게 설명한다.

병실에 들어가 "우리 ㅇㅇ님이 너무 힘드네" 하며 손을 잡아주니, "간호사님이 더 힘들지요" 한다.

6월 23일 금요일 밤

병실에 들어가니 침대에 기대어 오늘밤도 어떻게 지새울까? 고민하는 표정이다. "ㅇㅇ님 음악 틀어줄까요?" 하

니 좋아하며 고개를 끄덕한다.

찬양테이프 덕분에 2시간은 깊게 잔것 같다고 한다. 이야기를 하는 도중 갑자기 구토를 하기 시작한다. 어머니

는 옆 침대에서 잠이 들어 있었다.

엄마를 깨워 달라고 했지만 나는 그의 구토하는 것을 간호하며 등을 쓸어 주었다. 얼굴은 많이 야위었고 까무잡

잡한 그의 피부가 오늘 따라 하얗게 보인다.

6월 24일 토요일 저녁

이제는 식사와 약을 전혀 못 먹는다. 음료수만 조금씩 넘길 뿐이다. 간사님과 자원봉사자 분들이 예배를 드린다

벧전 1장 7절

[너희 믿음의 시련이 불로 연단하여도 없어질 금보다 더 귀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나타나실 때에 칭찬과 영광과

존귀를 얻게 하려 함이라]

간사님은 "현재 ㅇㅇ님이 왜 이렇게 힘드냐 하면, 불로 연단 하여도 없어질 금보다 더 귀하여 그리스도의 나타

나실때에 칭찬과 영광과 존귀를 얻게 하기 위해서 이니 힘들어도 인내하며 잘 참아 달라" 고 한다.

저녁에는 ㅇㅇ님의 오빠가 오셨다.

말없이 동생의 부은 다리를 주무른다. 저녁 8시경 갑자기 소리 지르는 소리가 들리다. 병실에 들어가 보니 그의

오빠가 동생을 안고 방언 기도를 하고 있다. 환자는 손을 위로 올리고 "할렐루야! 할렐루야! " 하고 환한 얼굴로

소리를 크게 지른다. 어머니는 그런 따님의 다리를 주무르고 있다.

6월 25일 주일 새벽

밤동안 숨이차서 너무도 힘들어 한다. 식은 땀으로 온 몸이 축축하다. 혈압이 80/50을 유지하면서 힘들게 숨을

쉬고 있다.

6월 25일 주일 낮

그의 고통은 말로 표현 못할 정도이다. 그녀가 소리를 지른다. 온몸은 땀으로 뒤범벅이고 그녀는 의식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진통제를 놔주어 보았지만 쉽게 가라앉지를 않는다. 주일인데 담당 과장님이 오셨다.

그의 얼굴이 화사한 웃음으로 변한다. 안도의 미소라고나 할까?

"하나님! ㅇㅇ님이 주님을 너무나 사랑합니다. 주님의 사랑으로 꼬옥 안아 주소서!"

그녀는 오전 11:30에 하나님의 품으로 가셨다.

친지분들이 오실동안 그녀는 계속 웃고 있었다.

그의 식구들은 "간호사님 이렇게 예쁜 모습 본적 있으세요 너무 예뻐요" 한다. 속으로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

는 중이였다. '이렇게 예쁠 수가 있나' 하고...

지금 예쁜 ㅇㅇ님은 예수님의 품에 안겨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 원고는 본 병동간호사들의 근무교대시의 "메모 모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