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소중한 선택

문경숙 집사1

제 3기 자원봉사자

사춘기시절 이었던 것 같다.

미술시간에 장래희망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라고 해서 늘 생각해 두었던 아픈 사람들을 간호하는 모습을 그린

적이 있었다. 불혹의 나이가 지나 호스피스를 선택하게된 것도 그 어린 시절의 꿈과 무관하지가 않은 것 같다.

그동안 주부로써 안이한 생활 속에 여가시간이 생기면 나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급급했었다. 그래도 주

위 사람들 눈에는 내가 꽤나 열심히 사는 사람으로 비춰졌겠지만 정작 나 자신은 해가 저물때마다 뒤돌아보면

무엇인가 늘 허전하고 아쉬움만 남고는 했었다.

그러던 어는 날 교회 성가대를 통해서 호스피스의 소식을 듣게 되었고 기회를 놓치지 않고 교육도 받게 되었다.

40여 시간의 이론과 임상실습의 교육을 마치고 지금은 시간이 나는 대로 틈틈이 메트로 병원 내에 마련된 호스

피스 병동 봉사를 나가고 있다.

얼마 전 소천 하신 환우 분에 대한 생각이 난다. 후두암과 피부암으로 고생하시던 분이시었다. 목 주위에는 암

덩어리가 밖으로까지 돌출 되었고, 진물과 고름이 늘 몸 주위에 흐르며, 심한 악취로 인하여 1인 병실에서 창문

을 열고 선풍기를 24시간 돌려야 하고 고통 속에서 식사도 목에 뚫린 호스를 통해 투여하고 계셨다. 의사 소통

은 처음에는 필담으로 시작하였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도 여의치 않아 눈빛으로 나눌 수밖에 없었다.

가족들의 말에 의하면 그 환우 분은 평소 자존심이 강하여 평소에는 웃지도 않으시고 또한 머리가 뛰어나서 엘

리트 의식이 강한 벤처기업 사업가라고 하셨다. 심신이 힘든 상태이니 지금은 더욱 날카로운 표정이셨다. 그런

데 어느날부터인가 그 분에게 변화가 일기 시작하였다. 그 얼굴에서 서서히 미소가 피어남을 볼 수 있었고 매사

에 여유를 보이시며 그 고통 속에서도 모든 일에 감사하다는 표현을 자주 하고 계셨다. 가족들이 놀라고 있음은

물론이었다. 불가사이 하다고까지 하였다. 이 세상의 것들을 다 내려놓았기에 가능하였으리라.

또 어떤 환우 분은 가족과 사회로부터 외면당하고 설상가상 육신마저 병들어 너무도 힘든 나날이었는데 호스피

스 병동에 오신 후로는 세상에서 한번도 받아보지 못한 사랑과 따뜻한 정을 느꼈다며 감동의 눈물을 흘리시는

것을 보면서 그동안 흘려야했던 땀의 보람을 느껴보기도 하였다. 또 어떤 환우 분의 말씀이 생각났다. " 이 곳이

바로 세상속의 천국이라고..." 이 환우분을 호스피스 병동으로 모시고온 며느님은 집에서는 어머님이 가족들과

싸우셔서 얼굴도 안보고 사셨는데 이곳에 오신 후로는 너무도 평안한 맘으로 지내시며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고

계신다면서 너무 놀랍고 또한 감사하다고...

시어머님의 이러한 변화된 모습을 보면서 가족들과 화목을 되찾았다고 하시며 주위의 사람들에게 이곳 호스피

스 병동얘기를 자주 하신다고 하셨다.

봉사를 마치고 집에 오면 아이들 아빠는 "당신 얼굴이 예전보다 훨씬 밝아졌어" 라고 하면서 흐뭇해했다. 바쁜

중에도 내가 봉사 가는 날이면 병원까지 태워주면서 아빠도 시간 나는 대로 교육받고 봉사를 하겠다고 하신다.

어떤 이들은 그렇게 어려운 일을 어떻게 하느냐고 안쓰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곤 한다. 그러나 나는 환우에게

갈 때, 우리 가족을 만나러 가는 듯이 즐거운 마음으로 간다 호스피스 교육 받을 때 배운 것이 생각이 나기 때문

이다. 봉사갈때는 우리 가족을 만나러 간다는 생각을 가지라고... 호스피스봉사는 실제로 이런 마음이 없이는

감당하기가 어려운 일이다. 봉사를 하면서 나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지난날들을 되돌아보며 감사하게 되

고, 남은 생애를 어떻게 하면 좀더 보람 있게 살아갈 것인가? 에 대하여 좀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

'호스피스 봉사' 건강이 허락하는 한 나는 이 일을 계속 하리라.

가장 소중한 나의 션택에 결코 후회하는 일은 없으리라는 것을 확신하면 ... (10월 '우리 안양' 기고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