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중한 사람들

고영란 집사

제4기 자원봉사자

이제 막 겨울이 시작되고 있다.

날씨도 더 차가와질테고 가끔은 주체할 수 없이 많은 눈도 내리고 여러 가지로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추운 겨울

이 시작되고 있다. 이제 날씨가 추워지고 정치, 경제적으로 어려운 일이 닥치면, 여유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고난의 계절이되겠지... 더구나 하루하루 힘겹게 병마와 싸우고 있는 환자분들에게는 그냥 날씨만 추운 것이 아

니고 마음마져 여유를잃고 더욱 쓸쓸하지나 않을지 걱정이 많다.

나는 호스피스 병동 봉사를 하면서부터는 내가 누구에게 도움을 준다기보다는 오히려 무언가를 늘 배우고 깨우

치는 날이 더 많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몇 일전 어느 환자분과 힘겹게 나누던 대화에서 나는 정말로 사람은 누구에게든 배우면 산다는 걸 가슴깊이 자

리가 나도록 새겨놓았다. 요즘 어떤 마음으로 사느냐는 어느 외부 방문객의 질문에 아직 나이도 젊은 그 환자분

의 대답이다.

+ 밖의 사람들은 우리를 생각할 때, 사형선고를 받고 병실에 하루종일 누워서 갈때만 기다리고 있는 환자들은

하루하루 무슨 생각으로 살아갈까? 얼마나 답답하고 심심할까? 하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우리도 나름대로는

행복할 때가 있답니다. 진통제를 여러 차례 거듭해 맞아도 고통조절이 안되서 하루종일을 시달리고 정말 괴로

워하던 날들에 비하면가끔 고통조절이 잘되어 낮에도 밤에도 편안하게 아픔없이 누워 있을 때 정말 행복하고...

호스피스 병실에서 생활하기 전에는 밤만 되면 찾아오는 죽음에 대한 공포와 불안으로 죽으면 어떻게 될까? 죽

는 순간 얼마나 많이 아플까? 참을 수 없이 아프다가 죽는 걸까? 하는 두려운 생각이 밤새도록 괴롭힐때가 있었

는데 지금은 호스피스 언니들의 (그분의 표현 그대로 ) 따뜻한 마음에 포근한 기도로 그런 두려운 없이 밤새 잠

을 자는 날들이 많아진 것이 나에게는 또하나의 행복이랍니다. +

그날 나는 잡고 있던 연약한 손을 하마터면 떨어뜨릴 만큼 충격 속에서 이말을 들었다. 질문을 했던 '모' 대학

학생도 입을 조그맣게 벌린 체 상당한 감동을 받는 듯 했다.

왔다 갔다 다니며 볼때 아무생각도 없이 그저 아파하고만 있는 줄 알았던 환우분이 이런 말을 할 때 나는 한없

이 작아져서 개미만 해지는 느낌과 함께 내 손목 반밖에 안 되는 그 환자의 손목이 어쩌면 그리도 강인해 보였

는지 모른다. 늘 따뜻하고 배불리 먹고사는... 더구나 아픈데도 없는 우리들은 과연 행복하단 말을 언제 해보았

던가? 하는 생각과 함께 좀더 편하게 좀더 잘 살고 싶어서 매달리는 우리들... 아주 나중에 더 잘 살게 된 다음

에야 "하나님 이제 됐습니다, 이제 행복합니다." 라고 할 수 있을런지 어쩌면 영원히 그런 말을 해보지 못하고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 병원에 와서 안식을 얻고 천국을 알고 소천하신 그 분의 그 보약 같은 말씀을 오래오래 기억할 것 같다. 벌

써 친한 주변 사람들에게 여러번 재탕해서 들려주고 같이 감동을 나누었으니.. 그말을 들은 친지들이 또 그 주

변 분들에게 전하고 전해서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알게 될지도 모른다는 터무니 없는 생각을 하며 오늘도 하루를

시작한다.

늘 모자라는 것 투성이인 이런 사람도 어딘가 기다리는 손길, 눈길이 있다는 건 장말이지 큰 행복이다. 이런 저

런 생활의 낙서로 얼굴표정이 망가진 날도 병동에 들어서는 순간 하나님의 지우개로 깨끗이 지우고, 말끔한 얼

굴로 환우들과 만난다. 이런걸 내 맘대로 할 수 있을까?

늘 사랑하는 보살핌과 목자의 지팡이로 바로서게 하시는 하나님의 모습을 나는 순간 순간 여기 저기에서 만난

다. 복도계단에서, 배선실에서, 날 지키고 있는 성체를 느끼면 행복한 시간들을 보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