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ㅇ자 집사
제8기 자원봉사자 교육생
세상엔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세상의 많은 사람들은 각각하고 싶은 일들이 다 따로 있다. 그런데 왜 하
필 나는 자신도 없는 이 호스피스란 일이 자꾸만 하고 싶어졌던 건지? 그 일이 결코 고상한 것 같지도 않은데,
왜 그랬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또 교육을 받으면서 내가 잘못 생각한 건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점점 자신도 없어지고 의욕
도 상실하고 조금은 두렵기까지 했었다.
아직까지 한번도 말기 암 환자를 본적도 없는 내가 그들을 어떻게 대면할 것인지...
교육까지 받아서 좋은 건 알겠는데, 과연 내가 그 좋은 일에 동참 할 수 있을런지...
모든게 혼란스러웠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책을 읽어 가면서 많은 눈물을 흘렸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목이 메어왔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애처로
운 그분들의 모습들이, 봉사자들의 그 천사 같은 손길에, 세례를 받으면서 진정한 고백을 하며 감사하는 그분들
의 얘기에 나는 나의 모습을 비춰보며 참 부끄러웠다.
난 그들처럼 하루 하루가 소중하다고 감사한 적이 없었다. 예배를 드리면서도 얼마나 형식적이었는지 지금 내
가 건강하고,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건강한 가족들이 곁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건지도 모르고 진정한 감
사를 하지 못한 것 같아 또 부끄러웠다.
 
호스피스 교육을 받기 전엔 내가 감히 그들에게 뭔가 해줄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생각
이 수정 됐다. 오히려 그들이 나의 생각을 넓혀주고, 세상사는 법을 알려주며, 주님을 섬기는 법을 알려준다고
생각한다.
 
그분들은 눈앞에 보이는 확정된 시간을 삶으로써 천국백성 될 준비를 하고 있다.
어찌 보면 아무런 준비 없이 마치 그 날이 자기에게 오진 않을 것처럼 살다가 갑작스레 천국에 가는 이보다 더
생을 알뜰하게 마감하는지도 모른다. 회개를 하며 삶을 되돌아보며 무엇보다도 참으로 오랜 시간 팔 벌려 기다
리고 계셨던 주님의 품으로 갈 수 있음이 행복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좋은 추억을 기념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
호스피스 병동에 있는 그분들이 카메라가 아닌, 감으면 뜨지 못할 곧 흙으로 돌아갈 그 눈으로 이 세상을 찍는
마지막 사진속에 내가 찍혀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주님이 허락하신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