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경 수간호사
(메트로 병원 호스피스병동)
8월 8일 목요일 낮 11시
오늘은 우리 병동의 '큰 축제, 세례가 있는 날'이다
 
황○○환자님(68/M 위암)과 부인 이○○님
전○○환자님(77/M 위암)과 부인 이○○님
김○○환자님(73/M 위암)과 부인 남○○님
전○○환자님(68/F 자궁암)
 
이렇게 7분이 한꺼번에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잔치를 치르기는 우리 병동 개설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이○○님은 어제 살짝 간호사실로 오시더니 "예수님과 혼인하는 날인데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하신다. "아
무 것도 준비할 것 없어요. 신부의 마음만 준비하고 계세요"
세례받는 분 모두는 사이다와 귀한 계란 두개 싸서 소풍가던 옛날 시절의 개구쟁이 아이들처럼 오늘 세례받는
날을 기대하며 밤을 설친다.
병상의 옆에서 남편이 아플 때 함께 아파하며, 남편이 아파서 찡그릴 때 함께 얼굴을 찡그리고, 남편이 못 먹을
때 함께 밥맛도 없다며 동고동락하는 아내 할머님들, 새벽부터 일찍 일어나 전신 목욕하고, 옆 침대의 보호자님
들도 좋아서 덩달아 목욕하고, 아침도 해치우고, 예쁘고 눈썹 바르고, 입술 바르고...
"이렇게 단장하시니 못 알아 보겠네요."
"으응! 오늘 예수님과 결혼하는 날이니까 예수님 만나려고 목욕하고 단장했지. 영감이 안 아플 때 했으면 교회
에서 예쁜 한복 입고 세례식을 했을 텐데..."
"한복이 아니라도 꽃 자주색 티가 아주 잘 어울리고 예뻐요."
"세례식 사진 찍을 때 잘 나오겠어요." 하며 간호사들과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11시 세례식 예배가 점점 가까워지니 종씨가 두 분이나 된다며 세례식 때에 꽃을 가지고 오겠다던 전정옥님과
여러 자원봉사자님들이 들어오신다.
가정 복음화를 위하여 늘 기도해 왔던 황○○님의 큰 자부심도 보인다.
"신 받으라고 하는 것을 받고 싶지 않아 산에서 8년 동안 '도'를 닦았는데, 딸이 시름시름 앓고 또 계속 아파서
알아보니 어머니가 신을 안 받으면 딸이 받아야 한다고 해서 할 수 없이 신을 받는 굿을 했다." 고 하시던
이○○님과 많은 자녀분들도 보인다. 김○○님은 "할아버지의 자녀분이 많이 오셨네요." 하니 "이것은 절반도
안돼. 다 모이면 더 많아" 하시며 흐믓해하신다.
말씀이 별로 없으신 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옆 침상 환자분과 봉사자님들까지 식사시간에는 "많이 드시라" 하며
챙기시는 인정 많으신 전○○님.
항상 옆에서 밀착하여 시중하던 자부님은 어머니의 예수님 만남을 무척이나 기뻐하신다.
 
목사님의 인도 하에 세례식 예배가 시작되었다. 결혼식 때에 선서하는 것과 같이 구원을 주신 예수님께 한쪽 손
을 들고 선서한다.
"당신은 태어날 때부터 죄인임을 인정하며, 자신이 죄인임을 인정합니까?" 라는 목사님의 질문에 7분 모두는
"예" 한다.
"죄인이기에 죄를 안 지을 수 없고, 죄 값을 받기는 싫고,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상황인데 죄 없으신 예수님
이 내 죄를 대신하여 십자가에 돌아가신 것을 인정합니까?
우리 병동 모두는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과 성령님의 감동함으로 "아멘" 한다.
"당신을 위해 죽으신 예수님을 당신의 구주로 영접 하십니까?"
"당신은 주님의 부르심을 받는 그날까지 그 믿음이 변하지 않을 것을 약속할 수 있습니까?
세례자 뿐만 아니라 우리 병동에 있는 모두는 "예" 하며 단호한 믿음으로 화답한다.
앉기도 힘든 상황인데도 굳이 앉아 계시겠다는 황○○님, 전○○님은 세례식 내내 앉아서 마음으로 몸으로
주님을 향한 믿음의 고백을 표시한다.
전○○님은 온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지만 얼굴을 돌려 목사님을 바라보며 마음과 정성을 주님께
향하고, 눈 한 번 깜빡임이 없이 상기된 얼굴로 예수님을 신랑으로 맞이한다.
김○○님은 목사님을 통한 신앙고백에 어찌나 목소리가 크고 확실하고 힘차게 대답하시는지, 천국에서 사진
기자들이 내려와 천국신문 일면에 대형으로 싣기 위해 사진 4장을 철컥철컥 찍는다.
 
" 예수 사랑하심은 거룩하신 말일세 ~
우리들은 약하나 예수 권세 많도다.11
날 사랑하심 ~ ~ 날 사랑하심 ~ ~11
날 사랑하심 성경에 써 있네 "111
 
마음의 감동이 오면서 우리는 순간 모든 이의 눈길을 찬양 소리나는 문 쪽을 향하여 고개를 돌린다. 예쁜 자원
봉사자님들이 두 명씩 줄을 서서 세례 축하 케익을 들고 오면서 찬양을 계속 한다.
우리 병동 모든 이들도 함께 찬양을 한다.
" 날 사랑하심 ~~ 날 사랑하심 ~~ 날 사랑하심 성경에 써 있네 "
'예수 사랑하심' 의 찬송을 좋아하는 옆 침대의 송○○님(62/M 폐암)도 벅찬 마음인 듯 홍조 띤 얼굴로 눈에는
눈물이 비친다.
수제자들의 눈에도 눈물이 비치고 모든 보호자님들과 자원 봉사자들님의 눈시울도 뜨거워진다.
 
"하나님 아버지,
오늘 열린 이 '지상에서의 대 축제'는 태초 전부터 주님께서 준비하신 축제였음을 눈치챘습니다. 메트로병원 내
의 '안양호스피스'를 무대로 예수님께서 창세 전부터 준비하신 축제를 또 다시 기대하며 저의 호스피스 팀은 더
욱 열심히 주님의 사랑을 행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