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자 집사
본회 2기 봉사자, 토요 B팀장
 
겨울답지 않은 포근한 토요일 오후.
한 남자 환우가 봉사자들에 의해 깨끗하게 목욕한 후 침대에 눕혀졌다.
그는 잠시 생각에 젖은 듯 말이 없더니 흐르는 눈물을 주체 못하고 "젊었을 때 허랑방탕했던 내가 이런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느냐"며 울고 있다.
 
효성 지극한 딸들의 보살핌을 받고 있는 여자 환우가 기쁜 목소리로 20여 년 변환없이 사랑하는 남편에 대해 행
복한 표정으로 내게 이야기한다.
한참 후 "그런 사람을 두고 어떻게 떠나나" 지친 목소리로 울먹이고 있었다.
 
가족이 없어 보였던 한 환우는 자신의 현재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었다. 곧 나아서 가리라는 기대로 이곳 저
곳 핸드폰으로 업무를 보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조심스럽게 그에게 다가갔다. "선생님 참 바쁘게 사셨나봐요. 이젠 좀 쉬면서 지나온 시간들을 글로 정리하여
써 보시는 게...."
당황하던 그가 "이제는 마음이 편하다"고 말할 때는 허다한 욕심이 빠져나간 다음이었다.
그 후로 그는 맑은 눈망울로 계시다가 가셨다.
 
창가에 잠자듯 누워 계시는 환우가 내게 말을 건네는데 도통 알아들을 수 없어 안타깝다. 그러나 그의 따님은
눈빛으로도 소통이 된다. 부러웠다. 우리들의 기도는 과연 얼마나 소통이 잘 되고 있는가?
어느 날 대변처리를 따님하고 같이 했을 때 자상한 그의 손길에서 어머니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엿볼 수 있었다
 
목욕봉사 뒤처리를 한다.
수건 등 빨래거리가 많이 나오면 왠지 즐겁다.
나의 이중성에 놀라기도 하면서....
 
환우 앞에서 찬송을 부르면, 부르는 내가 더 은혜 받는다.
나는 그들에게 주리라고 왔는데 도리어 많은 것을 받고 있다.
주께 빚진 것을 갚고자 해서 시작했는데...
 
봉사를 하면서 환우들이 빨리 육신의 미련을 버리고 죽음을 의연하게 받아들였으면 하는 바램이 크다. 우리가
저들의 지나온 삶을 정리할 수 있도록(글로써 육성녹음으로써)돕는다면 천국 소망을 더 확실히 굳히게 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힘들고 지친 환우와 그들 가족들이 우리의 작은 봉사로 인해 주의 사랑을 느끼게 되기를 기도하며 어두워진 병
원 비탈길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