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정호스피스봉사일지 *                 
강민순 집사
가정 수요 A팀장
우리 수요팀 가정호스피스 봉사는 오전 병동봉사를 마치고 점심 식사를 나눈 직후 시작된다.
2002년 12월 11일 오후 2시.
전화 상담으로 성함과 병명, 현재상태, 가족관계를 기록한 일지를 들고 집을 찾아 나섰다.
겨우 집에 도착하여 벨을 누르니 거실에서 할머니(서○○, 87세)께서 직접 맞아 주신다. 바람결에도 그냥 넘어
지실 것만 같은 모습에서 지금까지 얼마나 힘들게 지내셨을까? 느낌으로 짐작이 된다.
불안전한 걸음으로 이불이 펼쳐 있는 방으로 우리를 안내해 주시며 요 위에 앉으셨는데 흔들림으로 보는 것만
으로도 어지럼이 느껴진다.
너무나 초췌한 모습에 놀라고 어리둥절한 우리들의 표정을 눈치 채신 할머니께서 먼저 말씀하신다.
"늘 어지럽지요." 우리는 애써 감추려했지만 숨길 수 없는 눈빛에서 할머니는 우리의 마음을 읽으셨으리라.
잠깐동안도 아니고 밤낮으로 흔들려서 고생하고 계시며 작년 가을부터는 아예 바깥출입을 못하신다고...
계속되는 흔들림으로 우리가 어찌할 바를 몰라할 때 함께 간 류집사님이 할머니 등뒤로 가서 두 팔로 몸을 감싸
안으며 글썽인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할머니 등에 얼굴을 묻어버린다.
오랜 세월을 병과의 싸움으로 쇠약해진 몸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과 지칠 대로 지친 얼굴표정에서 그 동안
의 모든 아픔이 보는 이들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우리를 소개하신 류집사님은 그러한 할머니의 외로움과 서글픔까지 온몸으로 감싸주며 주님의 도움으로 마음
의 평안을 얻을 수 있기를 기도하는 심정이었으리라.
처음 만났지만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졌다. 우리의 본분은 예수님의 사랑을 전해야 하기에 성경말씀과 찬송으
로 하나님께 이 만남을 감사드리며 기도와 대화로 위로하고 이 고통으로 인하여 하나님과 더 가까워지는 계기
가 되어지기를 소망해본다.
 
가장 하고싶은 것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건강할 때 당신의 발로 걸어서 교회에 나가는 것을 소홀히 했다하시면
서 후회하신다.
"지금이라도 가족과 함께 섬기는 교회에 가서 예배드리세요." 했더니 밖에 나가면 사람들의 시선이 의식되어 싫
다고 하신다.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통제되지 않는 흔들림으로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것이 가장 싫다고 하시면서
앉아있는 상태에서도 흔들림으로 밀려다니지 않으려고 양팔과 다리에 힘을 주며 버티다보니 팔다리가 마비된
듯이 굳어져서 로션으로 자주 마사지를 해야 된다시며 머리맡의 맨소래담을 가르치신다.
방과 거실, 화장실에서도 넘어져 머리와 팔과 손등이 부딪혀서 멍이 들고 부어있는 모습이 몹시도 안쓰럽다.
언제 없어졌는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있는 이는 다 없어지고 잇몸에 뿌리 부분만 흔적으로 보이며 아래앞니 세
개가 남아있는데 먹고 싶은 김치를 윗몸으로라도 깨물어 먹으려 하면 남은 아랫니가 윗잇몸을 찔리게 되어 그
맛을 느낄 수 없고 먹고 싶은 욕구만큼이나 잇몸의 통증으로 시달려야 되니 눈으로만 옛 맛을 느껴야하는 안타
까움이 듣는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미음이나 죽 종류는 싫어해서 밥 몇 숟가락을 대강 오물오물해서 삼키다 보니 자주 체하신다고 하신다. 낮에 우
리가 있는 동안에도 초코파이 반쪽 정도로 식사를 대신하고 약을 드신다.
낮에는 그럭저럭 지내다가도 밤만 되면 고통이 더 심해지고 잠도 오지 않아서 더 괴롭고 밤에 먹은 약 기운으로
미동도 할 수 없어서 요 위에 깔아둔 기저귀에 대.소변을 해결하다보면 혼자서는 옷도 입을 수 없고 뒤처리가
필요한데 누가 밤에 잠 안자고 곁에 있어줄 이가 있겠는가 하며 본인의 처지를 서글퍼하며 눈물이 맺힌다.
혼자서 감당할 수밖에 없는 자신의 모습에 서러워하며 울다 지쳐서 쓰러져 그대로 잠이 들곤 했다고 하신다.
말씀을 듣고 보니 눈 주변이 짓물러 보였다.
찬송 536장 3절 "이 눈물 골짜기 저 넘어 위에는 끝없는 사랑으로만 쉴 곳이 있도다"
찬송과 말씀으로 천국에 대한 소망을 생명 있는 동안에 영적으로 승리할 수 있도록 위로해본다. 할머니 곁에서
보고 들으면서 현재 처지를 이해는 하지만 직접 그 입장이 되어 고통을 당해보지 않는 이가 당사자의 영,혼,육
적 아픔까지는 안다고 말할수 있을까? 본인 외에는 아무도 모르리...
건강상태와 성격, 살아온 환경이 모두 다르므로...단지 느낌만으로 안다고 말해도 된다면 그분에 대한 실례라는
생각이 먼저 들어서 더 많이 들어주고 주님의 사랑을 전해 주는 통로 역할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기도드릴 뿐
이다. 할머니의 젊은 시절 이야기 속에서 느껴지는 강한 자존심이 오늘까지의 본인을 유지케 하신것 같다.
아들에게는 강인함으로, 며느리에게는 조심스러운 시어머니로, 딸에게는 그리운 친정 어머니로, 손자 손녀에게
는 다정하신 할머니의 사랑을 전하여 주신다.
봉사자들과 5개월 째의 만남 속에서 이제는 하시고 싶은 말씀을 자연스럽게 하시는 모습은 우리에게 보람으로
다가온다.
앞으로 어떻게 이끌어 가실 지는 하나님만이 아시지만 봉사자의 바램은 몸은 점점 나약해질 수밖에 없더라도
하나님을 향한 신심만은 더욱 강력해지시기를 기도해 본다.(고후 4:16)
 
하나님께서는 병동봉사와 가정방문봉사를 함께 주시어 섬기는 교회는 각기 다를지라도 안호선을 통하여 하나
되게 하셨다.
또한 현장체험을 통하여 각자의 앞날을 준비케 하시고 여러 방편의 또 다른 만남으로 하나님의 섭리와 뜻을
이루어 가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