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동호스피스봉사일지 *                 
이옥휘 집사
온누리교회 호스피스
저는 8남매의 막내딸입니다. 어리광 속에 자라났기 때문에 받을 줄만 알지 줄줄 모르는... 우리 딸 말을 빌리면
준비가 덜된 엄마랍니다.
부족하고 또 부족한 저는 마음 깊은 곳에 빚진 마음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엄마, 아버지, 내 소중한 분들, 그 분
들은 예수님을 몰랐습니다. 저도 초신자였기 때문에 예수님이 십자의 부활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를 전혀 모른
채 그저 교회 뜰만 밟던 교인이었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그 분들을 그대로 보내지를 않으셨습니다. 먼저 가
신 엄마는 누구를 통해서인지 예수님을 아시고 천국 가시기 5일 전에 세례 받기를 간절히 원하셨다고 합니다.
불교가정의 분위기 때문에 몰래 받기를 원하셨던 엄마는 미쳐 목사님께 전하지는 못해 세례를 받지 못하였지만
저는 10년 후에 이 사실을 듣고 너무 기뻐 통곡을 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중심을 보시는 하나님은 엄마를 천국으
로 부르셨을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내 아버지! 자녀를 가르쳐 놓으면 금방석에 앉아계실 줄 알고 주무시지도 않고 일만 하셨던 내 아버지.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라고 그렇지 못한 현실에 섭섭함을 차곡차곡 가슴에 쌓아놓으셨던 내 아버지.
그러나 하나님은 그런 아버지도 사랑으로 품으셨습니다. 편찮으셔서 병원에 입원하셨던 아버지는 수녀님들의
사랑으로 녹으셨고 예수님을 영접했습니다. 예수를 믿는다고만 시인하면 천국에 갈 수 있다고 하셨다며 환하게
웃으시던 아버지는 퇴원한 지 3일만에 편안하게 주무시듯 천국에 가셨습니다.
그로부터 먼 훗날 제가 주님을 만난 뒤, 우리 엄마와 아버지를 품어 주신 주님이 너무 감사해서, 또한 한 영혼을
천하보다 귀히 여기시던 그 분들이 너무 감사해서 자주 눈물을 지었습니다.
이제 부족하지만 제가 빚을 갚을 때가 되었기에 하나님께서 이곳으로 보내셨나 봅니다.
 
임상훈련, 떨리는 마음으로 메트로병원에 도착, 간단한 청소를 한 다음 병실에 투입되었습니다.
현희님,
이미 눈동자는 초점을 잃은 채로 반쯤 감겨져 있었고, 벌어진 입술 사이로 고통의 신음을 끊임없이 내품고 있었
습니다. 혀는 마른 채 다 갈라져 있었습니다. 그분은 이미 저희들 도움의 손길과는 거리가 멀어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위로를 받으실 분은 계셨습니다.
어머니! 불러만 보아도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은 엄마. 그곳에 그분의 엄마가 계셨습니다. 깡마른 딸의 다리를
끊임없이 쓰다듬고 있는 엄마의 손을 잡으며 "제가 좀 할께요" 하며 쓰다듬었습니다.
어머니가 말씀하시길 "그렇게 외롭대요. 그래서 너 혼자가 아니라고 쓰다듬는 다우" '그럼요. 혼자가 아니고 말
고요.' 저는 입으로 나오지 않는 대답을 했습니다. 잠잠하던 현희님이 갑자기 괴성을 지르며 아파 몸부림치자
어머니께서는 딸의 가슴에 손을 넣고 어린 딸 어루듯 "엄마 손은 약손, 엄마 손은 약손... 엄마 손은 약손..." 하
시는 것이었습니다.
내 가슴은 뭉클함으로 터질 듯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엄마 손은 약손입니다. 엄마의 마음으로, 손길로 그 분들
을 돕는다면 비록 딸로부터 준비되지 않은 엄마란 소릴 듣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것만은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용주님, 그분과의 3시간은 행복했습니다. 어깨도 주물러 드리고 이야기도 들어드리고 화장실도 같이가고 꽃
도 함께 보고, 기운이 없다고 해서 기운도 나누어 드리고 오랜만에 딸 노릇하고 왔습니다. 제가 더 행복했습니
다. 다녀온 뒤 그분을 위해 기도합니다. 외롭고 아플 때마다 주님께서 꼭 안아 주시라고...
오늘 슬픈 소식을 들었습니다. 현희님이 3일 후에 천국 가셨다는...
이제는 병든 육신을 떠나 가장 예쁜 모습으로 아름다운 천국에서 예수님 품에 안겨 찬양하고 있겠죠.
 
사랑합니다. 나의 예수님
사랑합니다. 아주 많아요.
사랑합니다. 나의 예수님
사랑합니다. 그것 뿐예요.
사랑한다. 내 딸아
내가 너를 잘 아노라.
사랑한다. 내 딸아
네게 축복이 더하리라.
 
지금 제 마음에는 현희님의 찬양이 들리는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