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동호스피스봉사일지 *                 
고희선 장로
이대가정호스피스센터
2000년 이화여대 가정호스피스에서 소정의 교육을 받고 안양중앙병원(지금은 메트로병원)호스피스 병동에서
임상실습을 하다가 그 실습을 다 하고 금요일 봉사자로 자리 매김을 한 봉사자입니다.
호스피스 봉사자들이 때때로 "나는 오늘 환우들을 위해 아무 것도 한 것이 없어" 라고 겸손히 말씀하시는 것을
듣습니다. 저의 경험을 통해 봉사자들의 봉사의 손길이 얼마나 환우와 그 보호자들에게 큰 힘이 되는가를 말씀
드리려 합니다.
저의 남편은 S대학병원에서 담도암의 선고를 받고 수술을 하려고 개복하였으나 암세포는 건드리지도 못한 채
봉합하고 병원을 옮겨 투병 생활하다가 9개월만에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1988년, 그러니까 한국호스피스협회가 태동하려할 무렵으로 생각됩니다. 조심스럽게 호스피스 환자로 등록하
기를 권유하는 신촌 세브란스 병원 암 병동의 어느 간호사의 소개로 남편의 동의를 얻어 호스피스 환자로 등록
을 하고 이제는 병원에 오지 말라는 의사의 최후통첩을 받고 퇴원하였습니다. 가정에서 임종을 준비하라는 말
씀이셨습니다. 호스피스 간호사가 집으로 방문하여 환자의 상태를 살피고 또 통증조절을 할 수 있게 해 준다는
말에 두려움을 접었습니다. 다행히도 진통제 한번 주사하지 않고 소천했음을 감사드립니다.
 
1988년 8월 24일 퇴원.
25일 : 호스피스 간호사 가정방문(현 이대호스피스 실무 책임자로 수고하시는 최화숙 교수)
26일 : 호스피스 봉사자 가정 방문
27일 : 이별할 준비
28일 : 05시 45분 소천
 
이 짧다면 짧은 며칠 사이에 저는 호스피스 간호사와 봉사자의 따뜻한 보살핌을 경험했으며, 나도 기회가 있으
면 받은 은혜를 사회에 환원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봉사자는 저와는 일면식도 없었지만 환자와 보호자를 위해 큰 수고를 하셨습니다. 당시에 저는 3남매의 엄마로
환자의 보호자로 또 직장인으로 하루 스물다섯 시간도 부족한 때이었습니다. 환자만을 집에 두고 직장엘 가야
하는 저는 시댁 형님, 친정 자매 등 가능한 인력을 동원하고 있을 때입니다.
26일 퇴근한 저에게 남편은 '호스피스 봉사자가 와서 찬송과 기도로 또 대화도 나누고 손, 발 등을 주물러 주어
편안한 시간을 가졌어' 라고 하더군요. 그 봉사자는 당시 60대의 여전도사님이셨던 것으로 나중에 알았습니다.
가족이 옆에 없을 때 환자옆의 빈자리를 지켜 주었다는 것만으로도 환우와 그 보호자들은 표현할 수 없는 감사
의 마음을 갖죠.
27일 환자는 저녁 8시경부터 쵸코렛색이라고 기억되는 액을 토하기 시작하였고 저는 곧 호스피스 간호사에게
연락하여 "당황하지 마세요. 응급실로 가지 마세요. 임종 과정이 시작되었어요. 집에서 준비하세요." 라는 권고
를 받고 삼남매와 함께 다른날 보다 더 찬양과 기도와 대화로 우리의 이별 준비를 하였습니다.
지금 생각하여도 그때 그 호스피스 간호사의 지도가 없었다면 아마 저는 당황해서라도 응급실을 찾지 않았을
까하고 생각한답니다. 잠시 이별은 우리를 슬프게 하였지만 하나님 나라에서 만날 날을 기약하며 감사히 " 안녀
-ㅇ"을 말할 수 있었습니다.
봉사자 여러분! 경험하지 않고 그 고마운 마음을 어떻게 아시겠어요. 봉사자가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환자
와 그 보호자는 안심, 편안 그 자체였음을 말씀드립니다.
2000년 가을, 직장생활을 끝내고 이제 저는 원했던 호스피스 봉사를 시작했고 하나님이 건강을 주시는 한 이
일에 동참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저는 메트로병원 호스피스 병동의 금요일 봉사팀의 한사람이며 오희숙 권사님, 임경자 집사님, 정은옥 집사님
과 함께 목욕봉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침상에 누어서 또는 의자에 앉아서 목욕하시는 환우들을 위해 하나님께
잠시 기도를 드릴 때 아멘으로 화답하시며 편안해 하시고 좋아하시며 수고한다. 고맙다를 연발하시는 환우들을
볼 때 우리 봉사자들은 힘이 솟구친답니다.
의사, 간호사들을 통해 통증을 완화시켜주시며 목사님과 간사들을 통해 환우와 그 가족들에게 하늘나라에 대한
소망을 오늘도 갖게 하시는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안호선을 통해 하나님의 뜻 하신 바가 이루어지기를 지
금도 기도하며 펜을 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