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소중한 선택

박옥자 사모

제7기, 소망교회

차가운 초겨울 찬 기운이 옷깃을 여미게 만듭니다. 가을이 다 가고 겨울이 오는 이맘때가 되면 마음 한구석이

시려 옵니다. 아마도 아쉬움과 미안한 마음 때문일 겁니다.

몇해전 이때를 떠올려 보며 나의 자신을 다시금 살펴봅니다.

암과 투명하는 외삼촌을 만나기 위해 시골에서 어머니께서 올라오셨단 소식을 듣고 저는 외삼촌댁으로 향했고

외삼촌은 저를 반갑게 맞이해 주셨습니다. 앙상하게 뼈밖에 없었지만 말씀도 하시고 기억력도 좋으셨고 대화도

충분히 가능했지요.

우상을 섬겼던 외삼촌의 영혼을 하나님께서 나를 통해서 구원하시려고 기회를 주셨지만 내 마음에서는 두 마음

이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입을 넓게 벌려 주님의 큰 복음을 전하라는 하나님의 마음과 다음으로 기회를 미

루라는 사단의 마음이 서로 갈등을 일으키며 싸웠습니다. 저는 결국 현실과 타협했습니다. 금방 외삼촌이 돌아

가시는 것도 아닌데 더 기회를 보자 마음을 먹고 여유를 가졌습니다.

그런데 외삼촌은 급속도로 건강이 안 좋아지셨고 결국은 그 날 오후에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저는 외삼촌의 죽

음이 멀리 있는 줄 알고 하나님이 주신 기회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저는 외삼촌의 죽음 앞에서 스스로를 자책하

며 힘겨워 했습니다.

악한 사단은 죄책감에 사로 잡혀 있는 저를 깊은 수렁 속으로 끌어 내렸고 저는 교회 일에 자신감을 잃고 좌절

했습니다. 고통 속에서 신음하는 외삼촌의 모습을 생각할 때면 더욱더 괴로웠고 힘이 들었습니다.

그때 왜 전 이 진리를 알지 못했을까요? 기가 막힐 웅덩이와 수렁 속에서도 주님이 함께 하신다는 것을 알지 못

하고 주님의 도우심을 구하기보다 그 현실에서 벗어 나가고만 싶었습니다. 하루하루 고통 속에서 지내다 하나

님께 나의 죄를 고백하며 다시금 쓰임 받기를 원했을 때 하나님은 소식지를 통해 안양호스피스를 알게 하셨고,

7기 자원봉사자 교육을 받으며 새 힘을 얻고 확신을 얻게 하셨습니다.

"나를 기가 막힐 웅덩이와 수렁에서 끌어올리시고 내 발을 반석 위에 두사 내 걸음을 견고케 하셨도다."(시편40

:2) 우리가 인생을 살다보면 위기를 만나게 됩니다. 기가 막힐 일을 만나더라도 이곳에 예수님이 함께 하신다는

사실을 믿을 때 문제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다시 저에게 기회를 주셨습니다. 환우님의 아픔을 느끼기 원하여 살며시 다가갔을때 하나님은 많

은 것을 체험케 하셨고, 담대함을 주셨고, 내세의 확실한 소망을 주셨습니다.

삶의 끝자락에서 천국을 소망하며 가까이 다가오는 죽음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환우님들에게 다음에 천국에

서 우리 기쁘게 만나자고 마지막 인사를 하고 나올 땐 보람을 느끼며 감사를 드립니다.

호스피스 자원봉사는 하나님께서 저에게 다시 주신 기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