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소중한 선택

윤 혜 경 전도사

본회 간사

이제 내가 이곳에서 사역을 시작한지도 5년을 넘어섰다. 짧으면 짧고 길면 길다고 할 수 있는 그 시간을 '내가

너무 오래 여기에 있나'하고 느낄 때가 있는데 그것은 몇 년 전에 계시던 유가족들이 들리게 될 경우"어머 아

직도 있어요..."라고 할 때이다. 한 1년 전쯤 한 할머니는"에구 처자가 있을 데가 못돼... 맨 죽는 사람들인데..."

하며 내 손을 꼭 잡으며 안타까운 얼굴로 가실 때는 심각하게 내가 가고 있는 길에 대해서 생각해보기도 하였었

다. 그런데 그럴 때쯤 하나님이 보내주는 사람들이 있다. 하나님은 기도를 꼭 들어준다는 믿음으로 저녁 먹고

자다가 가게 해달라고 기도하시다가 그렇게 가셨던 손할머니가 그러했고, 끝까지 신앙을 잃지 않게 해 달라고

기도하던 장로님이 임종순간 천국이 보인다며"할렐루야" 했던 외침이 그러했다. 물론 이 지면이 부족할 만큼

그 외 많은 분들이 그러했다. 나의 안호선에서의 고비에는 그분들이 응원가가 있었다.

장○순(여, 유방, 78세)님도 그러했다. 약 2개월 반의 섬김의 기간 속에 이분을 만났던 봉사자들이라면 이분의

이름만으로도 얼굴이 빙그레 밝아질 만큼 주위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유머의 마술을 가진 분이었다.

2004년 2월 24일

들어오신지 일주일밖에 안되었는데... 장○순님이 세례를 받는다고 한다. 영접하셨다고는 하나 좀 불안하다. 예

배시간 세례문답이 시작되었다. 문답은 대개 "날 때부터 죄인임을 아는가?", "죄 값으로 죽을 수밖에 없는 나를

위해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히시고 부활한 것을 믿는가?" 등으로 이어진다. 대부분은 '아멘','예'로 하기 마

련인데... 할머니는 질문을 확인하고, 반문하고, 엉뚱한 이론을 펼치기도 한다. 정말 당황스러웠다. 세례식이 제

대로 끝마칠 수 있을까 걱정될 쯤 "예수님이 장○순이 때문에 죽으셨지요." 라고 고백한다. 이보다 확실한 고백

이 어디 있겠는가! 땀을 쥐게 했던 세례식이 축복송으로 끝났다.

2004년 4월 12일

옆의 환우와 같이 어제 부활절예배는 M교회로 갔었다고 한다. 교회문턱을 처음 들어선 느낌을 이야기하는 모

습이 어린아이 같다. "어제 우리 막내며느리가 교회 나간데... 어머니가 기도해서인지 요즈음 일이 잘 풀린다고

... 나 때문에 우리가족 8명이 교회 다니게 됐다우... 요즈음은 매일 매일 하나씩 좋은 일이 생겨... 잠 잘 때면

내일은 무슨 일이 생길까 기대하게 돼...","그래도 점점 힘들어지는데 오지 않는 자손들이 야속하죠?", "아니,

이상하게 여기 와서는 내 맘이 속 좋은 늙은이가 되는 것 같애. 막내가 어제는 형한테 섭섭해 하는 것 같아서 내

가 달래주었어. 이상하지 내가 이렇게 속 좋은 사람은 아니었는데..."

2004년 5월 1일

장○순님이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한 일주일을 깊은 잠에 들어 있는 듯 하더니... 그렇게 말없이 가셨다.

하지만 그가 뿌린 열매를 어떠한가... 그분을 통하여 얻는 에너지는 얼마인가... 안호선은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

는 곳이 아니라 삶의 마지막을 가장 열심히 살고 있는 사람들의 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