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윤 혜 경 전도사
|
|
본회 간사
|
| |
| 얼마 전 어떤 봉사자가 ○영 환우에게 "어쩌면 이렇게도 손이 하해요. 내 손보다 더
예뻐요." 라고 말을 건넸다. |
| ○영환우가 "부러우세요. 나랑 바꾸실래요?" 이때까지는 쉽게 듣던 봉사자가
"네, 정말 그러실래요?" 했다. |
| "나 아픈 거랑 바꾸실래요?" ㅇㅇ"..... |
| |
| ○영 환우(남, 41세, 미혼)는 대장암 말기환자이며, 폐로 전이되어 호흡할 수
있는 공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 |
| 다. 그래서인지 요즘 부쩍 바람이 통하는 복도의자에 누워있는 시간이 많고
가슴이 조이는 고통을 호소한다. 그 |
| 는 보통사람처럼 숨쉬기를 해보고 싶다. |
| 그는 정말 아까운 사람이다. 잘나가던 증권회사의 직원이었고 IMF 때에도 그는 자신감 넘치고,
능력있던 사람 |
| 이었는데... 그러한 그가 호스피스병동에 누워있다. 병약한 어머니의 손길에 의지한 체.... |
| |
| 2004년 3월 26일(입원 6일째) |
| "빨리 죽었으면 좋겠어요. 이게 사는 겁니까? 낫는 것도 아니고." "
그럼 형제님은 지금 죽으면 천국 갈 수 있나 |
| 요?" "...." 기독교였던 그였지만 대답을 못한다. |
| |
| 2004년 3월 31일 |
| 식사하면서 기침이 심하니 엄마가 "아무래도 주사 한번 맞고 먹어야겠다." 하니,
수저로 식판을 치며 "밥 먹고 |
| 있는데 무슨 주사야!" 자신의 모든 분노를 엄마에게 쏟는다. |
| |
| 2004년 4월 1일 |
| "우리 아들 고쳐주면 하나님 일 시킬텐데" 엄마가 소원을 빌 듯 얘기한다.
"교회도 돈 갖다 주는 사람 좋아하지 |
| 누가 나 같은 사람을 좋아하나, 병들고 돈도 없고." 말은 자기를 비하시키고 있지만
마음 바닥에서는 젊은 자신 |
| 에게 불행을 준 하나님을 원망한다. |
| |
| 2004년 4월 6일 |
| "우리 아들 예전에는 안 그랬어. 항암치료 받을 때만 해도 얼마나 날 챙겼는데...너무나
아프니까 사람이 저렇게 |
| 변하네" 외출하려는 엄마를 못 가게 하는 아들 때문에 속상해 하며 엄마가 걱정스러워
전한다. |
| |
| 2004년 4월 10일 |
| 11시 오전예배를 마친 후 목사님의 라운딩 도중 기도를 부탁한다. 기도 중 내내 그는 흐느끼고
있다. 복받치는 |
| 설움(恨)을 눈물로 품어내는 것 같다. 흐느낌을 그칠 때까지 한동안을 우리는 아무도 말릴 수가
없었다. |
| |
| 2004년 4월 19일 |
| "제발 오늘 가자. 나도 오늘 아니면 안돼. 내가 집에 갔다 와서 엄마 원대로 여기서
죽을게" 도저히 저 상태로는 |
| 집에 데리고 갈 수 없다는 엄마와, 오늘 집에 가야 한다는 모자지간의 다툼 끝에 나온 말이다.
오늘은 각혈도 했 |
| 다. "간사님 쓰레기통이 빨개요. 이제 죽겠지요." |
| |
| 2004년 4월 21일 |
| 외출 나갔던 ○영씨가
돌아왔다. 어제 새벽 2시까지 신용카드 및 서랍정리를 하였다고 한다. 서랍 안에는 그동 |
| 안 가족들이 모르던 상장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단다. 정말 그는 내성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 |
| 는 혼자와 더 많이 싸워야 했을 것이다. "다 정리하려고 그렇게
집에 가자고 했나봐. 진작 말이나 하지. 나는 속 |
| 도 모르고..." 엄마가 미안한 듯 말한다. |
| |
| 2004년 5월 1일 |
| 컵에 얼음을 갖다 주니 "여기는 참 없는 것도 없고, 못하는 것도 없어요."
처음으로 받아보는 많은 사람들의 관 |
| 심에 그는 많이 놀라워했다. 봉사자들의 손길이 왜 자신에게로 향해 오는지... 하나님 사랑의
방법이 어떤 것인 |
| 지... 이제는 어렴프시 이해를 하는 듯 하다. 몸은 지쳤지만 얼굴 표정은 놀랍도록 안정되어
간다. 마지막을 준 |
| 비하고 있는 것 같다. |
| |
| 2004년 5월 3일(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날) |
| 아침부터 식은땀을 흘린다. 의식은 여전히 있다. 그러던 그가 오후 10시 10분 하나님 나라로
돌아가셨다. 그가 |
| 자신의 짐을 정리하고 12일 만에...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