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소중한 선택

엄 주 분 권사

제 12기 안양감리교회

천 진 희 님에게

10여년간 전혀 편지를 쓴 일이 없었는데 오늘은 이렇게 펜을 들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만날 수 있는데 무슨 편지냐고 생각하시겠지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곳은 특수

한 구역이라서 어제 웃고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의 침대가 오늘 텅 비어 있기도 하고, 두고두고 서로 다정하게

지냈으면 하는 사람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리는 그런 아픔과 안타까움이 있기에 때로는 이런 편지를 쓰고 싶은

때가 있답니다. 이해해 주시고 읽어주세요.

저는 그곳에 가는 날이면 시골 고향에 가는 기분이기도 합니다. 저의 고향은 충청도 땅 자그만 농촌 마을인데

아무런 유명한 것도 없고 보잘 것 없는 곳이랍니다. 일곱 살까지 그곳에서 자랐기 때문에 각별히 인상 깊은 추

억도 그리 없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많아지면서 어찌도 그리 고향이 그립고 정겨운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답니다. 고향에 대한 추억

이라야 고작 깨끗한 개울물 속에서 자기 얼굴을 처음 보았을 때의 신기함이나, 순이와 소꿉놀이하던 것, 뒷동산

진달래나, 바위에 부딪치는 물보라가 신비스러웠던 것, 그런 것인데 나이가 들면서 고향이 더욱 그리운 것은 그

런 추억만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인간은 살면서 연약하고 죄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많은 죄를 짓게 됩니다. 그 죄를 죄인 줄 모르

는 사람도 있고, 알고도 모르는 체 하는 사람도 있고, 그 죄로 인해 정신적으로 많은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있습

니다.

아마도 제가 고향을 그리워하는 것은 그 때, 그 어린 시절에는 천진하고 순진하기 때문에 죄에 깊이 빠져들지

않았기에 그 시절 그 곳이 그렇게 그리울 때가 있답니다.

천진희 씨는 지난 10월 8일 세례를 받으셨지요. 누가 세례를 받는다면 지난 날 자신의 생각이 떠올라 가슴이 뭉

클해집니다. 그 세례가 무엇을 뜻하는지 들으셨으리라 믿습니다. 나의 모든 죄의 고통에서 해방되는 것입니다.

세상에 불쌍하고 어리석은 사람은 자기에게는 죄가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인간은 모두가 죄인됨

을 깨달아야 하는데 그것을 인정해야 천국에서 받아주는데 돈, 건강, 미모, 재능 다 갖추고 천당에 못 간다면 그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겠는지요?

자매님, 자매님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비록 병마로 인해 육신의 생명이야 짧을 수 있지만 죄사함을 받고 하나님

앞에서 떳떳하시니 행복한 사람입니다. 그곳, 그 병동은 모두가 이런 자세로 나머지 삶을 살아가시기 때문에 그

곳에 갈 때면 저는 늘 고향에 가는 기분이고 병실에 들어서면 그리도 마음이 평안하답니다.

계시는 동안 부디 기도 많이 하시고 찬송 많이 부르시고 평안한 시간들이 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