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무자 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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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미 라
로뎀나무 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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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아프신 것은 소변이 잘 안 나오기 때문이에요.”
“어깨 근육이 뭉치면 이렇게 괴로워하세요.”
따님은 어머니(박 O애. 80세)가 괴성에 가깝게 호소하시는 고통의 원인이 불편함 때문이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자궁암을 앓고 계신 할머니는 2-30분 간격으로 쉼터가 떠나 갈 듯이 고통스러워 하셨습니다. 특히 밤에는 그 정
도가 심하셔서 다른 입소자들은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그 고통은 따님이 며칠에 한 번씩 찾아오는 시간은
빈도가 약해지기도 하였지만 따님이 자리를 비우면 또다시 반복되곤 했습니다.
목사님은 “통증은 암성 통증일 가능성이 높으며, 거기에다가 유일한 보호자인 따님이 없을 때는 불안감. 외로움
. 두려움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더욱 통증이 크게 느껴지시는 것 같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수차에
걸쳐서 호스피스 병동으로의 입원을 설득하였지만 보호자의 생각을 바꾸지는 못했습니다.
 
따님은 유일한 혈육이었습니다.
한번은 따님이 하룻밤을 같이 하고 출근한 직 후, 또다시 심한 고통을 호소하셨고 다급해진 저희는 일단 응급실
로 모시고 가면서 보호자에게 통고를 하였는데 병원 응급실에서도 워낙 크게 소리를 지르심으로 큰 소란이 일기
도 하였습니다.
쉼터에 계신 10일간에 응급실을 찾은 횟수가 세 번이었고 결국은 입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입원 후 통증은 잦아들었으나 점차 기력이 약해지기 시작하였고 임종실과 병실을 오고 가시던 중 입원 7일 만에
…그러니까 저희를 만난 후 17일 만에 부르심을 받으셨습니다.
병원에 계시는 동안에도 틈틈이 기도와 찬송가를 불러 드렸다고는 하지만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
다. 온전한 의식으로 대화 한마디를 나눈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임종 전 17일간은 가시는 분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시간입니다.
차라리 처음부터 가족이 환자의 상태를 인정하고 처방을 통하여 통증 조절이 적절히 이루어지는 가운데 대화라
도 나누다가 가셨다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더욱이 후에 알게 된 것이지만 할머니는 평소에 모 이단으로 인정되는 집단에 적을 두고 있었다고 하니 그 안타
까움은 이루 말할 수도 없습니다.
따님의 어머니를 사랑하는 마음은 누구보다 컸습니다. 요즘 시대에서는 정말 보기 어려운 효녀이셨습니다. 하지
만 방법에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곳에서 자주 느끼는 점은 ‘탄생에 준비가 필요하듯이 가시는 과정에서도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
다.
진행되는 정황을 보아 터미널 과정이라면 이를 인정해야 하고, 남은 시간을 가시는 분이 그동안 관계들을 잘 정
리하고 천국을 확신하며 떠나도록 돕는 일이야말로 남는 자들이 해야 할 가장 큰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래야
평안한 임종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간에는 많은 분들이 이곳을 거쳐 가시면서 세례를 받으시기도 하셨고, 가족 간의 화해와 사랑을 나누시면서
매우 의미 있는 시간들을 보내시다가 적극적인 의료적 돌봄이 요구될 즈음에는 호스피스병동으로 입원하시는
과정을 밟으셨습니다.
이곳은 메트로병원과 협력관계에 있으며, 호스피스 주치의 선생님이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환우 분들의 상태를
살펴 주시는 곳입니다.
 
극심한 통증으로 괴로워만 하시다가 떠나가신 할머니를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새삼스럽게 호스피스
의 진정한 의미를 생각해 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