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무자 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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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미 라
로뎀나무 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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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식 (남. 74세. 대장암. 전이)
 
그렇게 수준이 있으셔서 그런지 음식 불평은 정도를 넘으셨습니다.
 
틀니를 하고 계셨기에 집에 계실 때는 거의 물에 말아서 넘기는 식사를 하셨다고 합니다.
제때 제대로 된 식사가 시급하다는 생각에 정성을 다해 보살펴 드렸습니다만 그것도 생각처럼 쉽지가 않았습니
다.
한번은 문덕남 권사님이 조기 몇 마리를 가져 오셨기에 상에 올렸더니, 곧바로 마당에 있는 강아지에게 주셨습
니다. “웬일인가?”고 물으니 “가짜”라는 것이었습니다. “알이 꽉 차 있는 진짜는 백화점에 가야 산다”시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권사님께 미안해서 몸 둘 바를 몰랐지요.
수원의 명가 T순대국을 사다 드렸더니 “이것은 순대도 아니고 김치국도 아니야”면서 물리셨습니다.
“간장에서 절은 냄새가 난다”기에 유효기간을 보여 드리기도 하였습니다. 이렇듯 어르신은 식사가 매우 까다로
우셨습니다.
가정주부들은 이해하시겠지만, 식단을 관리하는 입장에서는 맥이 빠지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저희를 당황시키는 것은 거기에 그치지 않았답니다.
어르신은 기독교에 대하여 매우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예배를 거부하며 아예 방문을 닫고 텔레비전을 켜셨습니다. 2개월을 계시면서도 주일예배, 매일예배를 단 한 차
례도 참여치 않으셨답니다.
그러면서도 “나는 천국은 들어 갈 수밖에 없다. 지옥은 만원인데다가, 이곳 식구들이 기도해 주니까”라고 하실
때는 곤욕스럽기도 하였습니다. 이곳 예배는 심리적 안정과 순화, 미래에 대한 소망과 확신을 갖게 함으로 평안
히 지내시도록 하는데 크게 도움을 주고 있지만, 어르신은 단지 교회 전도차원으로만 이해하는 듯 했습니다.
 
오랜 노인봉사로 노인심리에 밝으신 오영균 이사님은 “평생을 옹고집으로 살아오신 분들은 고집이 무너지면 곧
자기가 무너지는 것으로 알고 있기에 문제가 있음을 알면서도 평소 상태를 유지하려는 면이 있다”시며 ”그래도
속은 이미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녹고 있을 것이고, 언젠가는 무너지고 말 것이라“고 위로해 주셨습니다.
말씀을 들으니 다소 위안도 되었습니다.
 
그렇게 지내시는 동안, 형제의 방문이 있었고, 아들은 결혼을 하여 며느님이 인사를 오기도 하였습니다. 아들은
‘교회 밖에는 모른다’고 할 정도의 독실한 크리스천이라고 하였습니다.
 
이곳은 단기보호시설 규정 상. 2개월을 기점으로 돌보아 드리고 있습니다. 기간이 찬 어르신은 퇴소 일을 앞두
고 이곳저곳을 알아보는 듯 했고, 결국 동두천의 모 요양병원으로 가시기로 하셨습니다. 그런데 같은 방 환우분
이 먼저 퇴소를 하여서인지 퇴소 일을 기다리고 있는 와중에 말씀이 현저히 많이 줄으셨고, 우울하신 것 같았습
니다. “갑자기 몸의 상태도 이상해 졌다”시며 “사람이 결국 이런 식으로 망가지는가?”하시며 난감해 하셨습니다
.
그러던 어느 날. 조용한 시간에 “이곳에 계속 지낼 수는 없는가?”고 물어 오셨습니다. 그 사이에 생각이 많으셨
던 것 같았습니다.
“기독교 분위기인데 계속 계실 수가 있겠어요?”물었더니 “그동안 생각을 해 보았는데 교회 다니는 아들이 어차
피 추모예배를 드려 줄 터이니 이참에 나도 예배를 드릴랍니다” 하시는 게 아니겠습니까? 할렐루야! 상황이 극
적으로 반전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보호자와 상의하기로 하고 퇴소는 잠정 유보한 상태에 있습니다.
그 후로 어르신은 예배 참석을 시작하셨는데 허리가 아프시다기에 일단은 방에서 드리시게 하였습니다. 어르신
은 바람결에 방문이 닫히면 다시 여는 성의를 보이기도 하십니다.
예배 후, 목사님과 악수 시에는 “감사합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고 깍듯이 인사를 하셨고, 하루하루 순화되어
가시는 것 같아 보입니다. 저희는 이 모두가 성령님의 강력하신 역사이시라고 믿고 있습니다.
소개하신 복지사님은 “원래가 보통 분이 아니신데…”하며 어르신 변화에 놀라기도 하였습니다.
얼마를 계시게 될는지는 모르겠지만, 계시는 동안 상처가 치유되고, 가족관계가 회복될 뿐 아니라, 신앙고백의
날도 속히 오게 되기를 기도드리고 있답니다. 이글을 읽으시는 분들께도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이번 일에는 저희를 향하신 주님의 어떤 계획도 있으실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곧 ‘더욱 큰일을 위하여’
저희들이 더욱 강해지도록 ‘인내훈련’을 시키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어르신의 변화와 저희들 훈련이 모두 주님의 계획 가운데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니 그저 감사한 마음뿐입니
다.
부족한 저희들을 이토록 귀한 일에 사용하시는 하나님께 모든 영광을 올려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