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8일. 늦은 시각에 사랑하는 형님 노재현 목사님(향년 84세)의 소천 소식을 들었습니다. 형님은 ‘80

년대 초. 저의 신학시절 동창생으로서 신학을 마치자마자 “늦게 시작한 목회이니 기왕이면 제대로 하겠다”시며

불교 최대의 사찰이 있는 양산 통도사를 찾아 그 앞에 개척교회를 세우시고 은퇴할 때 까지 약 25년간을 홀로

생활하시던 이 시대의 보기 드물게 강직하신 목회자이십니다.

혈육의 형님이 없는 저에게 그런 분이 가까이 계셨다는 것은 정신적 큰 자산이었습니다.

입관예배

제목: 안개인생(본문 약 4:13~16)

하나님께서는 어리숙하기 이를 데가 없는 인생들을 지혜롭게 하시려고 몇가지 주제를 주셨습니다. 그 중에 하나

가 ‘안개’입니다.

즉 안개라는 관점에서 자기 인생을 보면 성공적 삶을 살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너무나 짧은 것이 인생입니다.

그런데 “인생이 짧다”는 이면(裏面)에는 “길고 영원한 세상이 있음”에 대한 강조점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모든

인생들에게 주어진 숙제는 그 나라 입주권을 확보해 놓는 것입니다.

불쌍한 사람은 날은 저무는데도 돌아 갈 집이 없는 사람입니다.

성경은 미래 대책을 위한 언질을 주셨습니다. “주의 뜻이면 우리가 살기도 하고 이것이나 저것을 하리라 할 것이

거늘”

지향 목표가 분명한 사람에게는 “허탄한 것들”로 머뭇거릴 시간이 없습니다.

형님은 뒤늦게 주님을 만난 후, 대기업의 간부로 계시던 지난날의 화려함을 뒤로 하고 새롭게 주어진 목표를 향

해 쏜살같이 달려 가셨습니다.

천국환송예배

제목: 사모하시던 곳(본문 고후5:1~2)

거듭나면서 받는 선물이 있습니다. ‘의미를 보는 눈’입니다.

신앙인에게 죽음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이사 가는 것입니다.

형님은 이제 눈물이나 아픔도 없고, 비수 같은 배신도 없는, 다시는 죽지도 않는, 그래서 영원한 나라로 훌쩍 이

사를 가신 것입니다. 알고 보면 슬퍼할 일이 아닙니다. 억울해 할 일은 더 더구나 아닙니다.

가기 싫은 곳으로 간다면 땅을 치고 통곡해야 하겠지요.

항상 사모하시던 기가 막힌 곳으로 가신 것이니 슬퍼만 하거나 더구나 통곡할 일이 아닙니다.

바로 얼마 전. “허리 통증 때문에 너무나 고통스럽다”고 하셨습니다.

지병인 고혈압과 심장병에 허리 디스크까지 겹쳐서 꼼짝 못하는 가운데 형님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요?

“장수는 축복이지. 비록 아프지만 그래도 오래 살고 싶다” 하셨을까요?

아니면, 평소 사모해 오시던 천국을 더욱 간절히 사모하곤 하셨을까요?

가기 싫은 곳엘 억지로 갔다면 그것처럼 억울한 일도 없습니다. 하지만 평소 그렇게도 가고 싶어 하시던 곳으로

가신 것이라면 축하 할 일입니다.

하관예배

제목: 첫열매를 따라 부활하실 것(본문 고전 15: 12~20) )

신앙생활 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닙니다.

제대로 된 신앙생활에는 많은 율법적 요구가 따릅니다. 성숙의 도를 더 할수록 극기(克己)를 요구받기도 합니

다.

심지어 어떤 이는 “좋은 것은 알겠는데 조금 쉬었다가 믿겠다”고 하는 분도 보았습니다.

저 역시 목회가 생각처럼 쉬운 것은 결코 아니였습니다. “내가 주님을 사랑하는 길이 이것 밖에 없나?”하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다가도 그 시각에도 홀로 숙식을 해결해 가며(사모님은 서울 학교 교사로 근무) 외로운 길을 걷는 형님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 잡아 보기도 하였습니다.

50세 중반에, 더구나 영적부담이 엄청난 지역을 일부러 찾아서 개척목회로 고난을 자초하신 이유가 무엇일까

요? 남이 못 보는 것을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부활은 사건입니다.

부활은 기독교가 관념의 종교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 주는 사건이었습니다.

또한 주님의 부활은 주님 개인만의 것이 아니였습니다.

주님 안에서 잠자는 모든 사람들의 부활을 보증하기 위한 첫 열매였습니다.

안호선은 병원 사역과 함께 호스피스 환우분들의 정신적, 영적 안정을 위해서 쉼터를 마련하였습니다. 조용하고

맑은 공기가 있는 곳에 터를 잡고, 정원도 다듬고 유실수도 심어 놓았습니다. 그런데 유실수라고 해도 당장 열매

를 맺는 것은 아니였습니다.

몇 년이 지나고 나서야 비로서 열매가 맺히기 시작하였습니다.

하지만 일단 첫 열매를 얻은 후에는 매년 자연스럽게 열매를 기대할 수가 있었습니다.

주님이 다시 오시는 날. 여기 묻힌 형님은 주님처럼 썩지 않을 ‘신령한 몸’으로 부활하실 것입니다.

그리고 (그때까지 만일 우리가 살아 있다면) 우리 역시 형님과 같은 ‘신령한 몸’으로 변화하여 (지상과 차원은 다

르지만) 다시는 헤어짐이 없는 영원한 만남이 이루어 질 것입니다.(살전4:13~18 )

---------------------------------------------------------------------------------------------------

“형님! 많이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