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적 동기 2

당시 우리 교회는 나의 과거를 너무도 잘 아는 분들이 자녀들과 함께 출석하고 있었기에 처신에 부담이 컸다. 하

지만 그런 와중에서도 반면교사(反面敎師)로써의 나는 설교로, 성경공부로, 때로는 잔소리로 귀가 아플 정도로

강조하던 것이 있다. “세월을 낭비하는 것 만큼 치명적 실수는 없다. 딱 한번의 인생. 진짜 잘 살아야 한다”는 것

이었다.

* 목적과 수단을 혼동치 말아야..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라”(딤전 6:10)고 하셨는데 이즈음 들어 더욱 크게 와 닿는 경고이시다. 크고 작

은 사건의 본질은 대개가 돈이다.

돈은 사랑의 대상이나 삶의 목적이 될 수 없다. 강력한 에너지를 가졌기에 조심스레 다루어야 할 관리 대상이자

도구일 뿐이다.

젊을 때부터 돈에 대한 가치관을 분명히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 교회 청년이 학창시절 장애인 단체 봉사를 다니고 있었는데 대학을 졸업한 후엔 평소의 성실함을 인정받아

그 단체 간사가 되었다.

그런데 늘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는데 같이 봉사를 다니던 친구들은 여전히 봉사자로 오는데 비하여 자신은 급

료를 받는다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

나는 “직업은 누구나 있어야 하는 것이기에 취업 자체에 부담을 가질 것은 없다. 문제는 취업 목적이 무엇이냐?

가 중요하다. 단지 돈 때문이라면 직업인으로 그치겠지만, 보람 때문이라면 사명자다. 사명자로써의 정체감만

뚜렷하다면 월급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다”며 정리를 해 주었는데 ”안개가 걷힌 것 같아요“하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았다.

얼마 전. 부산 고신대 복음병원에서 개최된 호스피스 완화의료학회 심포지움 강사로 섬길 기회가 있었다. 복음

병원은 장기려 박사님이 세우신 의료기관이다.

박사님은 안호선 설립 초기. 약 4년간 환자의 자기부담금 전액을 조건없이 대납해 드렸을 때 그 정신적 동기를

부여해 주신 분이시다.

나는 제자들에게 박사님을 소개하면서 완치되었음에도 퇴원을 하지 않는 어느 환자로 부터 “청산 할 돈이 없어

서..”라는 말을 듣고는 “밤에 직원들 몰래 도망가세요”라고 귀띔하셨다는 일화를 소개하면서 울컥했던 기억이

난다.

그 분의 정신이 생생하게 남아 있는 장소를 방문하고 강의까지 하게 되니 남다른 감회가 있었다. 열차시간이 촉

박하여 기념관을 둘러보지 못하고 온 것이 아쉽다. 그야말로 어쩌다가 우위(優位)를 선점(先占)한 자들은 역시

어쩌다가 주저 앉아있는 자들의 손을 잡아 주어야 한다. 그것도 겸손하게..

우리는 수시로 주기도문 “주의 뜻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기”를 기원한다.

그런데 그 일은 주님 몫이 아니고 ‘어쩌다가 우위를 선점한 자’들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가난에 허덕이는 이를

옆에 두고 혼자 잘 사는 것은 신앙인으로써는 부끄러운 일이다. 이는 공동체적으로 동일하다(고전 4:7. 잠 3:27).

우리 주변에는 돈을 제대로 쓸 줄 알아서 빛이 나는 사람이 있다.

* 꿈은 반드시 이루어짐을 믿어야..

‘복의 근원’ 즉 ‘한 사람의 희생으로 다수가 행복해 짐‘에 대한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 꿈을 주신 이가 주님 자

신이기 때문이다(빌 2:13). 단 준비한 만큼만 쓰신다. 준비만 제대로 되었다면 강원도 산골에 살아도 반드시 찾

아서 쓰신다”라고 역설하곤 하였는데 우리같이 작은 교회가 안호선의 주춧돌이 됨으로써 이 메시지는 명확하게

입증되었다.

(역대 간사) 박경희 집사. 김명길 전도사. 윤혜경 전도사. 김현실 집사. 정태수 목사 (인터넷 간사) 지성훈 목사.

유상수 선생. 고경희 선생과 행사 때마다 다크호스로 뛰어드는 하사모(회장 송정민)는 모두 우리 교회 출신이

다.

가끔 “우리 교회는 개척교회..” 운운하는 소리를 들을 때는 “주체적으로 남을 돕는 교회는 규모와 상관없이 개척

교회가 아니다”며 바로 잡아 주기도 하였다.

* 한 우물만 파야..

* 의리(義理)를 중시해야..

참 리더는 멘토(mentor)나 친구를 쉽게 버리지 않는다.

‘대화가 통하는 친구’가 좋은 친구다.

‘예측 가능한 친구’가 좋은 친구다.

소위 ‘능력이 있다는 사람’ 주위에는 사람들이 몰리게 되어 있다.

그렇다고 홀리듯 몰려 갈 일이 아니다. 위인이 일 중심인가 아니면 관계 중심인가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일

중심이라면 적당히 거리를 두는 것이 좋다. 언젠가는 버림을 받기가 쉽기 때문이다.

‘어려울 때 생각나는 친구’가 좋은 친구다.

흔히 “나라가 어려울 때 충신을 알아보고, 가정이 어려울 때 현모양처를 알아보고, 친구가 어려울 때 참 우정을

알아본다”고 한다. 사실이다.

‘어려움은 한꺼번에 온다’고 했던가. 나는 로뎀나무를 증축하는 과정에서 당초 계획에 차질을 빚고 얽히고 설힌

상태에 가정의 어려움까지 겹치면서 다윗이 겪었다던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시23:4)를 경험했다.

‘편한 친구’가 좋은 친구다.

교사가 된 후, 친구를 따라 우리 교회를 출석해서 결혼 전 까지 함께 했던 여선생이 있었다. 한번은 “우리 교회를

다니는 이유는 무엇인가?”고 물었다. “목사님은 권위적이지 아니시잖아요”하였다. 나는 그의 말을 예사롭게 듣

지 않았다. 그리고 목회 철학으로 삼았다.

나는 앞에서 당기는 속도전 같은 목회가 아니라 비록 속도감은 떨어지더라도 함께 가는 공동체를 만들고 싶었

다. 안호선도 그런 마음으로 함께 해오고 있다.

지도자로써의 권위는 매우 소중하다. 그래야 통솔할 수가 있다.

지도자는 전문적 식견과 능력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이것도 윤리 도덕에 기초한다. 자질 상 아무리 훌륭해도 인

격적 기조인 윤리 도덕적 하자가 있으면 지도자로써의 권위는 설 자리가 없어진다.

문제는 아무런 하자가 없다 하더라도 엘리트 의식은 지도자들이 극복해야 할 대상이다. 권위와 권위주의는 다르

다.

언젠가 한국호스피스협회 신년하례를 마치고 대전 터미널로 가던 중. 나는 동료 이사 K대 S교수에게서 매우 매

력적인 모습을 보았다.

마침 시장 옆을 지나 갈 때 였다. 그는 “먼저 가시라”면서 대열에서 벗어나더니 잠시 후, 부지런히 뒤쫓아 오는

데 손에는 비닐 봉지에 뭔가를 사들고 오는게 아닌가. 순간 ‘공감과 소통 능력이 뛰어 나겠구나’는 생각이 들었

다.

나는 봉사자들 사이에서 ‘호박목사’로 통한다.

로뎀나무가 소재한 주변은 호박 생산단지다. 호박은 거두는 타이밍을 놓치면 상품 가치가 떨어진다고 한다. 아

침마다 수확을 하게 되는데 때를 놓친 호박은 밭 고랑에 던져 놓는다. 나는 한 시간쯤 뒤 그것을 주워다가 병원

출근길에 봉사자들에게 나누어 준다. 어차피 버려지는 것이니 자원 절약 측면에서도 충성하는 것이기도 하고...

혹자는 “그게 몇 푼이나 된다고 그러느냐?”고 한다. 모르는 이야기다. 나는 호박을 주는 것이 아니고 사랑을 주

는 것이고, 그들 또한 호박을 받아 가는 것이 아니라 나의 사랑을 받아 가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설교 잘 하는 목사’라기 보다는 ‘호박 목사’라는 평가를 더 좋아한다. 그렇다고 목사로써의 권

위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목사인데 편한 목사일 뿐이다.

‘많은 공부와 폭넓은 인맥’을 자랑하던 사람이 있었다. 그는 주변에 필요 이상으로 거리감을 느끼게 하고 있었

다. 이른바 은둔 형 제왕적 지도자였다.

* 평생을 학생으로 살아야..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보다”로 시작되는 ‘국화 옆에서’의 미당 서정주님

은 대학 강단에서 후학을 가르치기도 하셨다.

그로부터 몇 년 가지 못하고 중도 귀국하셨고 그로부터 얼마 못가서 돌아 가셨다. 그러니까 님은 돌아가실 때까

지 공부하다가 가신 것이다.

나는 이 일화를 소개하면서 “죽을 때까지 학생으로 살자”고 역설하곤 하였다.

대학으로 끝내지 말고 시공(時空)의 제약을 피할 수 있는 사이버대학을 통해서라도 계속 공부를 강조하였고, 독

서나 하다못해 신문이라도 꼼꼼이 챙겨 읽으라고 하였다. 신문기사는 공부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분들이 지

면 한 모퉁이를 할애 받아서 자신의 생각을 옮겨 놓은 것이다. ‘꼼꼼이 챙겨 읽는 동안에 우리의 수준도 이에 맞

춰지게 될 것이다’고 강조하였다.

나는 환갑 직전에 기회를 주셔서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목회대학원을 최연장자로 입학하여 최우수상을 수상하

며 졸업하였고, 내친 김에 세계사이버대학에서 사회복지학도 공부했다.

지금도 기회만 되면 각종 세미나 등에 참석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평생 학생’은 내가 이만큼이라도 삶의 탄력을

유지하는 비결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