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호선 봉사철학은 “나는 한사람의 영혼을 사랑하는데 필요하다면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다”이다.

이는 “나는 양을 위하여 목숨을 버리노라”(요 10:15)시던 말씀에 근거하여 겁도 없이 제정되었다.

엉겁결에 사명을 받기는 하였는데 난감했다. 잠이 올 리가 없었다. 틈틈이 기도원을 오르면서 “이 일을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여쭈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얼마 만엔가 스쳐가 듯 떠오르는 문구가 있었다.

모세가 돌판 십계명을 받았을 때를 생각 키우는(출 31: 18) 거짓말 같이 또렷한 문구였다. 그것이 자구하나 틀리지 않은 위의 문구였다.

나는 신비주의자가 아니다. 그럼에도 무시할 수 없는 개인적인 경험들이 있다. 하도 신기하여 주변 분들에게 ‘들어 보신 적이 있는지’를 물었지만 한결같이 “처음이다”하였다.

“아! 직접 주시는 말씀이구나”는 생각이 들었고, 서예가 안양제일교회 오윤자 권사님께 부탁을 하여 액자화 하여 사무실에 걸어 놓고 20년 째 봉사자들이 현장에 투입되기 전. 이 구호를 외치고 들어가도록 하고 있다.

안호선의 봉사 철학은 2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목적은 ‘사랑’

각자 역할의 차이는 있을 수가 있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일관된 목표를 가지고 있다. 영혼 사랑이다. 그것도 한 사람에 집중되어 있다.

언젠가는 “정신이 또렷한 사람도 전도하기가 어려운데 비몽사몽. 오락가락하는 사람에게 전도가 되겠느냐”는 말을 한다는 말을 들었다. 한참 잘못된 인식이다. 전도는 왜 해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전도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전도의 목적이 무엇인가. 사랑 아닌가. 사랑하기에 전도도 하고 돌보기도 하는 것이 아닌가. 어처구니가 없다.

비몽사몽이라고 하니 생각이 나는 분이 있다.

한 분이 상태가 나빠져서 임종실로 옮겨졌다는 연락이 왔다. 급히 달려가 보니 이미 눈이 초점을 잃었고, 가래(?) 소리도 들릴 듯 말 듯해진 금방이라도 떠나실 것 같은 상태였다. 하지만 평시와 같이 조용히 ‘영혼을 부탁드리는 임종기도’를 드렸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기도를 마치니 ”아멘“하는 게 아닌가. 같이 있던 두분의 도우미 역시 놀라고 있었다. 얼마 못가서 부르심을 받으셨지만 님은 ‘마지막까지 돌봄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알게 하셨다. 흔히 ‘속도보다는 방향’이라고 한다. 전도나 봉사에 열심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목적은 더 중요하다. 봉사의 목적은 ‘사랑’이다.

방법은 ‘포기’

연합사업은 너무나 중요하다. 하지만 너무나 힘들다. 그래서 어느 정도는 고집도 성질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성질부리면 끝장이다.

지금까지 안호선에는 조그마한 잡음조차 없었다는 점에 크게 감사하고 있다. 이곳은 여러 교회 성도님들이 모여서 땀을 흘리는 곳이다.

듣기로는 대부분이 교회 내에서 열심 면에서 둘째라면 서러워 할 분들이라고 했다. 하긴 그런 분들이시니 이런 일도 하게 되는구나 생각한다.

자칫 이런 저런 충돌과 잡음이 들릴 만도 하지만 늘 조용하다. 모두가 봉사철학을 중심에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우리의 마음가짐은 메트로병원과의 협약을 체결 당시부터 가지고 있었다. 오직 선교적 봉사 활동만 담보된다면 혹 있을 수 있는 ‘어떤 반대 급부도 사양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였고, 일환으로 봉사자들의 식사를 매식하겠다고 하였다.(후에 상근자는 병원의 강제(?)로 제공해 주심)

환우 분들의 자기 부담금(당시엔 10%) 전액을 대납해 드렸다. 그간 대납비가 약 2억 원에 이른다. 터미널 단계에 이를 즈음엔 대개 경제적 타격이 입게 되고 돈 때문에 심리적으로도 위축되어 있다. 소유 정도와 상관없이 정말 아무런 부담 없이 가시도록 해 드리고 싶었다.

대납 제도는 굳게 닫힌 마음을 여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내용을 알게 된 많은 환우분들이 마음을 열고 복음을 받아 드렸다.

여기에는 적지 않은 돈이 소요되었지만, 취지를 이해하고 격려해 주시는 분들 때문에 그토록 아름다운 꿈도 실현이 가능해 질 수가 있었다. 당시엔 IMF 시절이므로 또 하나의 기적으로 기억된다. 그 정신은 지금 로뎀나무에서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당시엔 50대 초. 펄펄 뛸 때가 아니였던가. 초기 몇 년간은 가능하면 한밤중에라도 임종을 지켜 드리려고 했다. 간호사실에 임종이 예측되면 언제든지 연락을 부탁해 놓고 한밤중이라도 튀어 나가서 임종 순간을 지켜 드리곤 했다. 한밤중의 일이라 아내는 덩달아 잠을 설치게 되고, 임종과정이 오래 걸리는 경우 새벽기도를 맞추지 못하여 성도님들에게 미안하기도 하였지만 이해를 해 주어서 소신을 지킬 수 있었다. 기왕에 맡았으니 혼신을 다하고 싶었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아름다웠던 추억이다.

오랫동안 사역을 하다보면 초심에 변질이 오기가 쉽다. 자칫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고, 나중엔 성취감의 도구로 착각될 수도 있다. 위기다. 이 정도가 되면 양심 상 서로를 위하여 잠시 손을 놓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우리는 어디까지나 환우를 위해서 존재해야 한다. 손해 볼 의지도 없는 사랑노래는 언어적 유희에 지나지 않는다. 사랑의 진짜 이름은 희생이다.

어느 분이 색소폰을 배워서 요양원 봉사를 다니고 있다.

언젠가는 시장님 격려도 받았다면서 보람도 있어 했다. 그런데 옆집 요양원에서 시설 벽에 안전 운전을 경고하기 위해 요양원 표지를 붙였다. 이를 본 그는 불같은 화를 내며 “우리 집을 요양원으로 착각하겠다(집값 하락 염려?)”며 격렬히 항의를 하는 것을 보았다. 그 사람의 요양원 봉사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해 본다. 자기 의(義)를 가지고도 좋은 일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하지만 자기 성취감을 위한 봉사(?)는 위험하다. 주님은 모르시는 일이기 때문이다.(마7: 21~23).

안호선 식구들에게서 영혼 사랑의 순수함을 본다. 안호선에는 성직자분들도 여러분이 계신다.

그분들이 전도 도그마에만 빠졌다면 그럴 시간에 당신 교회 주변 전도를 나가야 할 것이다. 호스피스! 사랑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