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한창이다.

오색 단풍이 춤을 추며 찬란한 색깔이 햇빛이 비칠 때

문득 당신이 보고 싶은 마음이 낙엽으로 한 잎 두 잎 내 앞자락에 떨어진다.

그만 슬퍼하라고……,

떨어진 낙엽이 가을바람에 휘날릴 때 혹시 밟힐라 조심히 피해가야겠다.

낙엽이 곧 내님인 것 같기에……

바람이 또 불어온다.

낙엽이 내 머리위로 한 잎 두 잎 떨어지다가 어느 순간엔 우수수 몰려 떨어지기도 한다.

마치 그대가 나를 사랑스럽게 어루만져 주는 듯 스쳐 떨어지기도 한다.

즐거울 땐 단풍잎들이 아름답고 화려하게 보이지만

슬플 땐 너무나 쓸쓸한 감정을 울렁거리게 하여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뭍에 빠진 사람처럼

허우적거리게 한다.

당신이 없으니 가을이 찾아와도 가을이 아니고 봄이 찾아와도 봄이 아니다.

나의 시계는 마치 고장 난 시계인가보다.

마음이 어두워 적막하고 힘든 시간을 견뎌 나가기 위해 당신의 환한 웃음의 사진을 보고 위안을 받는다. 실상이 아닌 허상을 보고 말이다……

마치 살아있는 당신을 내 앞에서 보는 것처럼.

찬바람이 불면 잎들은 남아있는 생명의 열정을 모두 모아 붉게 그리고 노랗게 물들여 화려하고 찬란하게 장식한다.  마치 수놓듯이…

그래서 가을비에 땅에 떨어져 꽃보다 화사하게 이 세상을 물들인다. 살아있는 우리들도 낙엽처럼 ‘언젠가는 모두 내려놓아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낙엽의 아름다움과 훌륭한 끝맺음을 하는 것처럼 그리움의 찬란한 추억을 남겨놓을 수 있을 것이다.

때때로 과거가 떠오를 때면 슬픔으로 떠올려지지만…

한편으로는 추억의 한 토막으로 아름다웠던 즐거운 시절의 시 한수로 떠올려 그려지겠지 때때로 떠오를 때마다 떠난 님과 나와의 옛날의 모습은 훈훈한 추억이 되리라. ‘당신과 함께 지냈던 덕분에 한 없이 행복했었다.’ 이젠 슬픔을 인생의 새 출발의 자양분으로 삼고 얼음보다 더 차가운 냉혹한 정신으로 그리고 불 보다 더 뜨거운 열정으로 가냘픈 마음을 지워버리라.

오래도록 슬픔에 젖어 있게 되면 지루한 슬픔으로 빠져가게 되기에 가슴속에 접어두었다가 가끔씩 꺼내어 넘겨보는 느껴봄도 슬픈 과거에서 아름다웠던 추억으로 되살아나게 될 것이다.

내 님이 그리울 때면 한 장의 사진을 펴서 보고 슬며시 나도 따라서 웃어본다.

앞으로도 이렇게 지낼 것이다. 내 님과 함께...,